'올 것이 왔다'..대구 초교 집단성폭력 사태

2008. 4. 30.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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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음란물 모방..상급생 동성 후배 강제추행

'거부하면 때려'..피해자 일부 女兒 성폭행 가담

(대구=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30일 대구에서 밝혀진 초등학교 교내 집단 성폭력 사태는 인터넷, 케이블TV 등 지천에 널려 있는 음란물에 접한 남학생들이 음란행위를 모방, 동성(同性) 후배를 성폭행한 것이 그 시발이었다.

이 같이 계속된 관행은 결국 피해 남학생들이 가해자들에 가담, 같은 학교 여학생을 성폭행하는 일로까지 이어졌다.

학교 안에서 어린이들이 성폭력 가해자와 피해자로 뒤엉키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학교폭력 및 성폭력 예방과 치유를 위한 대구시민 사회 공동대책위(이하 대책위)'에 따르면 작년 11월20일께 대구 달서구 A초교의 한 교사는 학생들이 성행위를 흉내 내는 것을 보고 놀라 상담에 나섰다.

이 교사는 상담 결과 6학년 학생을 중심으로 한 상급생들이 음란물 내용을 모방, 3∼5학년 남학생들에게 성기를 만지게 하고 항문 성교를 강요하는 등 음란행위를 한 것을 알게 됐다.

특히 이들은 하급생에게 음란 동영상을 억지로 보여주고 동성간 성행위 등을 강요한 뒤 이를 거부하면 폭행하고 집단 따돌림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성폭행 피해자 중 일부는 가해 학생들과 함께 다른 남.여학생을 추행하고 성폭행하는데 가담, 성폭력이 또 다른 성폭력을 부르는 '악순환'을 불러왔다.

이 학교 학생들은 지난 21일 중학교 1학년 생인 동네 선배와 함께 여자 초등학생 3명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대책위는 성폭력에 연관된 학생 수를 밝히는 것은 거부했으나 올해 2월 A초교 자체 조사에서 음란 행위를 한 학생들이 40여명에 이르렀던 점으로 미뤄 볼 때 가해자 및 피해자 수는 최소 50명에서 최대 100여명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가해 학생들은 대부분 맞벌이부모 가정 출신으로 부모들이 집에 없는 시간에 인터넷과 케이블 방송 등에서 음란물을 본 뒤 이를 모방해 성폭력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초교 측은 이런 학생들에게 위인전을 읽히는 '독서 교육'을 시키고 학교 방송으로 전교생에게 성교육을 하는 등의 조치만 취해 학교의 대처가 너무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학교 측은 최초로 성폭력 사실이 드러난 지 약 4개월 뒤인 지난 2월 말에야 교육청에 해당 사실을 통보해 사건을 숨기려다가 '늑장 보고'를 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당시까지 A초교 교장을 맡았던 김모 씨는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가해 학생들도 음란물의 피해자라고 봤기 때문에 처벌보다는 교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며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부모와 같이 상담을 하는 등 필요한 조치는 다 취했고 사건을 은폐했다는 말은 인정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21일 이 학교 B(12) 군 등 10명이 C(9) 양 등 초교생 3명을 성폭행해 피해 학생 부모들이 아동 성폭력전담센터와 경찰에 신고하는 사건이 발생, 결과적으로 학교측의 노력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대책위의 남은주 대구여성회 사무국장은 "무조건 음란물을 보지 마라고 하는 것은 결국 아이들이 음란물에 신비감을 느끼고 더 빠지게 하는 결과만 낳는다"며 "우리 교육계가 이 같은 사태가 터졌을 때 아이들을 치료하고 교육하는 역량이 부족한 것도 큰 문제다"고 지적했다.

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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