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장 "구차하게 사느니 당당하게 죽겠다"

2008. 4. 26.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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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박상규 기자]

김정길 대한체육회장(자료사진)

ⓒ 이종호

"구차하게 살아남느니 당당하게 죽는 길을 택하겠다." 노무현 정권 때 임명된 정부 산하기관장들에 대한 정부의 사퇴 압력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김정길 대한체육회 회장이 오는 28일 사퇴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이미 사의를 표명한 김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며 그동안의 심경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황보성 대한체육회장 비서실장은 26일 전화통화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대놓고 나가라는 말을 못하니까 치사한 방식을 쓰고 있다"며 "김 회장은 28일 기자회견을 끝으로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길 회장측 "왜 코오롱 부회장 출신을 국정원 기조실장에 앉혔나?"

최근 대한체육회는 사무총장 인선 문제로 상급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와 갈등을 겪어왔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3월 5일 이사회에서 새 사무총장 내정자로 구안숙씨를 선출했지만, 문화체육관광부가 구 내정자에 대한 승인을 거부한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승인 거부 사유로 "구안숙씨가 체육계 인사가 아닌 적절하지 않은 인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한체육회는 "김정길 회장을 끌어내리기 위한 조치"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김 회장도 "사무총장 하나 제대로 임명하지 못하고 정부 눈치나 봐야 하는 자리에는 연연할 생각이 없다"며 "사퇴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배수진을 쳤다. 결국 김 회장은 25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이사회에서 "구차하게 살아남느니 당당하게 죽는 길을 선택하겠다"고 사퇴 의사를 공식화했다.

황보성 비서실장은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의 역할은 인사·예산 등 행정 업무를 총괄하는 하는 것으로 굳이 체육계 인물이 아니어도 된다"며 "문화체육관광부가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황 비서실장은 "문화체육관광부의 논리대로라면 이명박 정부는 왜 정보 업무와 아무 상관이 없는 코오롱 부회장 출신 인사를 국정원 기조실장에 앉혔냐"며 "국가대표 축구 감독이 코치도 임명하지 못하면 어떻게 경기를 하겠냐"고 꼬집었다.

현재 김정길 대한체육회장은 외부와의 접촉을 끊은 상태다. 김 회장은 지난 2005년 2월 제35대 회장으로 선출됐고,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노무현 정부 때 임명된 정부 기관장들 사퇴 압력은 계속된다

이밖에 노무현 정부 때 임명된 다른 정부 기관장들의 사퇴 압력도 계속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원세훈 장관 지시로 산하단체장들에게 일괄사표를 제출 하도록 했다. 행안부 산하 단체로는 공무원연금관리공단·새마을운동중앙회·한국자유총연맹·새마을금고 등이 있다.

또 국무총리실도 국책 연구기관장들에게 재신임 절차를 거치겠다면서 사표 제출을 요구했다. 조중표 국무총리실장은 25일 "학계에서 일부 반발의 목소리가 있는 것은 알지만, 정부가 바뀌면 국책기관장이 사표를 내고 재신임을 받아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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