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회장님이 없다" 참담·충격

2008. 4. 22.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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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그룹 내부 긴장감… 재계서도 우려 표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전격 퇴진 의사를 밝힌 22일 쇄신안 발표를 앞둔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국제회의실은 오전 내내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내외신 취재진 200여명이 일찍부터 나와 기자회견장에 자리를 잡은데다 성명 발표가 임박하면서 삼성 임직원 100여명이 속속 도착해 회의장을 가득 채웠지만 분위기는 중압감으로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이날 회견장에는 이기태 삼성전자 부회장,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 허태학 삼성석화 사장, 이수창 삼성생명 사장 등 40여명의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단이 모두 참석했다. 이 회장의 성명 발표 30분 전쯤부터 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사장단은 입을 굳게 다문 채 무거운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오전 11시5분쯤 이학수 부회장과 함께 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건희 회장의 표정은 담담했다. 하지만 창백한 얼굴과 간간이 잠기는 목소리에서는 지난 몇달간 고심의 흔적이 그대로 묻어났다. 이 회장이 연단에 다가가 미리 준비한 성명을 읽기 시작하자 회견장은 일순간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말과 함께 터져나온 임직원들의 탄식은 쏟아지는 플래시 소리에 묻혔지만 일부 임원들은 고개를 숙이거나 눈을 지그시 감으며 충격을 참아내느라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이 회장의 전격적인 퇴진은 취재진은 물론 삼성의 핵심 관계자들조차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나온 갑작스러운 내용이라 삼성 측의 충격은 더욱 컸다.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이순동 사장은 소회를 묻는 기자들에게 "심경을 밝히고 싶지 않다"면서 "삼성의 모든 직원들이 '회장님이 없다'는 것에 대해 충격을 받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에 뒤이어 마이크를 넘겨받은 이학수 부회장도 "매우 참담한 심정"이라며 말을 아꼈다.

한 삼성관계자는 "이 회장의 지배력과 경영능력, 향후 전망 등을 고려할 때 회장직 퇴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라며 "직원 모두에게 한동안 상당한 충격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경제단체들은 예상을 뛰어넘은 강도높은 경영쇄신안에 대해 "국민으로부터 더 큰 신뢰를 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으로 믿는다"는 반응을 내놨다. 하지만 이 회장의 퇴진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삼성그룹의 앞날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묻어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공식논평을 통해 "경제계는 삼성그룹이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했던 이건희 회장의 경영 일선퇴진과 전략기획실 폐지 등을 담고 있는 삼성그룹의 쇄신안이 국민 정서를 고려한 고뇌의 결단이라고 생각하며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이어 "그런 만큼 이제는 삼성과 관련된 추가적 의혹이나 더 이상의 사회적 논쟁을 지양하고, 삼성이 새로운 경영체제 하에서도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국민적 성원과 지지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철저한 자성을 통해 과거의 잘못된 관행의 고리를 끊고 윤리적 기업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삼성 경영진의 의지가 담겨있다고 평가한다"면서 다만 "삼성을 세계 일류기업으로 발돋움시켜 국가경제에 큰 공헌을 한 이건희 회장이 물러난 점에 대해서는 우려와 아픔을 같이한다"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삼성이 국민으로부터 더 큰 신뢰를 얻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삼성이 뼈를 깎는 자성과 쇄신 의지를 밝힌 만큼 우리 국민도 삼성과 협력업체가 그동안 차질을 빚었던 경영을 정상화하고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 이호준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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