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검찰 '로비의혹' 깔끔처리 미리 약속?"

2008. 4. 14.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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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윤선 기자]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

ⓒ 권우성

"평생 처음 '전라디언'이라는 말을 들었다. 어떤 친구는 '변호인단 가운데 전라도 사람 없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왜 이래야 하나. 내가 전라도에서 태어난 것과 삼성의 잘못된 행위를 바로잡는 것과 무슨 상관인가. 고향사람들은 날더러 취직자리 없었다고 뭐라 한다."

김용철 변호사는 답답해 보였다.

그는 또 '검찰에 대한 불법로비 의혹'에 대해서도 특검이 눈감기로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불법로비와 관련해서는 특검이 무혐의거나 공소권 없음 등으로 아주 깔끔하게 처리해줬다"며 "이건 검찰의 요청이며 특검의 B검사로부터 확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B검사는 이같은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에 대해 "그런 일이 없다, 사실과 다르게 비틀어서 이야기하고 있다. 일일이 대꾸할 필요가 없다"고 반론했다.

김 변호사는 "특검으로부터 이건희 회장에 대한 신병에 욕심 내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부패사건에 대한 피의자를 불구속하면 앞으로 어떤 부패사건의 피의자를 구속수사할 수 있겠냐"고 허망하게 웃었다.

그는 또 "전직 대통령과 현직 대통령 아들을 구속할 정도로 성역 없는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성역은 '삼성 이씨 일가'인 것 같다"며 "그들은 철저하고도 무서운 권력체계를 갖고 있지만, 이 사건은 나를 죽여야 끝이 날 것"이라고 비장하게 말했다.

김 변호사는 90여일간 진행된 특검수사에 대해 "상대방을 제압하지 않는 수사를 계속하면서 결국 피의자들한테 수사의 내성만 키워줬다"며 "이런 식으로 수사가 끝나면, 이씨 집안은 이 나라의 공권력으로는 건드릴 수 없는 권력체계를 확실히 가져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용철 변호사와 나눈 인터뷰는 2편으로 나눠 정리했다. 다음은 그 두 번째다.

ⓒ 권우성

- 불기소 처분 사례가 꽤 되는 것 같은데.

"경영권 승계 사건인 삼성SDS사건도 불기소 처분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검찰에서도 두 차례 불기소 처분 했는데, 이 사건은 내가 듣고 본 건이다.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건은 삼성 측도 죄의식을 갖고 위험한 일인 줄 알면서 한 거다. 이 일은 끝낸다고 끝나지는 일이 아니다. 특검이 종료된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국민들도 특검이 발표한 대로 믿는 것도 아니다. 수사법상 증거가 드러나든, 아니든 온 국민이 알고 있는 진실은 따로 있다."

- 특검법이 정한 한계 이외의 수사대상도 있지 않나.

"삼성그룹의 상장사와 비상장사들이 수많은 돈을 꺼내 요리한 것은 이제 다 알려진 얘기다. 물론 특검법상 법률적 제한도 많다. 수사대상이 아예 아닌 것도 많다. 정관계 이외 언론이나 학계에 대한 불법로비는 수사대상이 아니다. 분식회계도 비자금 조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본잠식 상태에서 회사 부실을 감추기 위한 것이었다면 수사대상이 아니다.

일간지 위장계열 분리와 관련해서도 법원 사무관을 매수해 법원 서류를 태웠다든지 등도 수사대상이 아니다. 하나 하나 모두 엄청난 중대범죄인데 우리나라 수사기관은 아무도 안 나선다. 누군가는 나서서 수사해야 할 일인데 참 답답하다."

"고생하고 욕먹는 수사... 이건 조준웅 특검의 뜻"

- 특검팀의 비자금 수사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인가.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창고에서 고서화·서양화 등이 엄청나게 나왔다. 그게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진 돈인지, 어떤 돈으로 그런 엄청난 그림들을 사 모은 것인지 밝혀야 할 것 아닌가. 수사 발표문은 멋지게 쓸 것이다. 이에 따라 '특검에 대한 특검'이 필요하다는 자조적 비판이 나올지도 모른다.

결국 검찰이 해야 할 일이 남은 거다. 특검은 비자금 총액도 모르니 열심히 하다가 검찰로 넘겨야 한다는 건데, 특검은 할 만큼 충분히 했다며 결론 낸단다. 납득할 수 없다. 나도 안다. 얼굴 누렇게 떠가지고 고생하는 사람들, 출퇴근도 없고 주말도 없는 파견검사들, 특본부터 고생하는 것 안다. 세상에, 그 고생을 하고도 욕을 먹나. 그 사람들의 뜻은 아니겠지만."

- 그럼 누구의 뜻이라고 보시나?

"조준웅 특검의 뜻이다. 파견검사나 수사관들한테는 고생했다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조 특검이 나름대로 판단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옳은 판단이냐는 말이다. 날짜가 더 있으니까 하는 데까지 열심히 하고 나머지는 검찰이 해 달라 왜 못하나."

- 이 사건, 검찰로 넘어가면 수사가 잘 될까.

"에버랜드 편법 경영권 승계 사건과 관련, 검찰총수가 기막힌 발언을 할 정도니까. 대법원 판단이 나오면 이 회장의 소환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대법원 판단 이후에는 공소시효가 하루 남는다. 이는 검찰이 이건희 회장에 대해서는 수사권이 없다는 것을 자백한 것이다. 그것도 총수가. 그런데 잘못 판단한 것 같다. 전국의 1600명 검사 중에 자격 없는 사람은 아무리 많이 잡아도 5% 안 될 거다. 검찰총장은 모든 검사들이 자기와 똑같은 줄 알고 있다."

- 결국 특검은 삼성 비자금 의혹 등 3대 의혹을 하나도 제대로 정리 못했다는 얘기인가.

"아니다. '불법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무혐의' '공소권 없음' 등으로 아주 깔끔하게 처리해줬다. 이건 검찰의 요청이다. 내가 특검에서 확인했다. 검찰의 불법로비와 관련해서는 특검이 깨끗하게 해명하고 종결해준다는 뜻을 세웠다.

예컨대, 문제가 된 사람들이 검찰총장이나 장관 등 각료가 될 때 특검에서 '로비의혹'을 깨끗이 해명된 걸로 한 거다. B부장검사한테 물었더니 시인했다. B검사는 이미 총장 참모로 가게 돼 있다. 미래기획단장으로 인사도 났다. 검찰총장도 삼성특검의 수사대상인데, 현재 수사를 하고 있는 검사를 그런 식으로 인사발령을 내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더 가관인 것은 수사 실무자들이 '나 자신도 보호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하는 거다. 즉 수사주체가 수사대상을 두려워하고 있다. 참 재미있는 사건이다."

- 특검 사정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아나.

"주로 내가 묻는다. 조사 받으러 가지만, 내 딴에는 특검이 제대로 하고 있는지 감시하고 있다. 특검 측은 매번 신뢰해달라고 당부한다. '사제단 신부들도 설득해 달라, 믿어달라' 부탁한다. 그런데 제대로 열심히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비자금 아닌가요? 아닙니다. 아…' 이게 무슨 수사인가.

상대방을 제압하지 않는 수사를 계속하면서 결국 피의자들한테 수사의 내성만 키워준 셈이 됐다. 이런 식으로 수사가 끝나면, 이씨 집안은 이 나라의 공권력으로는 건드릴 수 없는 권력체계를 확실히 가져가게 된다. 이씨 일가가 이제 뭘 두려워하겠나. 난 삼성 측이 고칠 거라고 보지 않는다. 이 수사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된다.

이씨 일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정당한 공권력에서 고쳐줘야 한다. 삼성과 국가, 국민을 위해서 당연한 일 아닌가. 도덕교과서 같은 이야기다. 너무 상식적인 이야기를 왜 내 입으로 자꾸 반복해야 하는 건지. 이 나라에 법학자·대학교수 등 학자가 얼마나 많나. 왜 자꾸 나만 떠드나. 이 사건은 배우지 않은 사람도 잘 알 수 있는 얘기다."

"문제된 사람들, 각료가 될 때는 '의혹' 해명한 걸로 돼있다"

ⓒ 권우성

- 김성호 국정원장 등 불법로비 대상으로 지목된 거물급 인사에 대한 소환도 없었다.

"언론은 매번 소환을 강조하나? 소환은 큰 의미 없다고 본다. 이건희 회장이 소환됐다. 바뀐 것 있나. 죄를 짓고도 저렇게 당당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이 회장은 범죄에 대한 확신이 너무 크다. 아들도 같다. 차명으로 비자금 관리한 것에 일체의 죄의식이 없다. 오히려 세간의 법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자기들에게 불편한 법은 잘못이니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 불법로비에 대한 수사가 안 된 이유가 뭘까.

"대통령도 5년이면 국민의 손으로 바꾼다. 재벌체제는 영속불변이다. 항구적 권력체계를 갖는다. 그 본질적인 문제만 손대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로비문제는 당연히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소박했던 거지.

나는 특검이 삼성의 생명선을 건드리고, 로비 부분을 맨 마지막 카드로 내놓고 '세상 뒤집어질 텐데, 네 조직도 안 괜찮을 텐데' 이러면서 흥정할 거라고 생각했다. 로비는 협상카드로 내놓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올바른 검사라면 그렇게 했을 거다.

내가 순진한 거다. 어림없는 얘기였다. 수사주체가 얼마나 우월적 지위에 있나. 피의자는 범죄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죄가 있다고 의심을 받으면서 조사받는 게 아닌가. 그런 피의자를 두려워하면서, 상대방 입장을 잘 헤아리면서 수사? 하긴 한 번도 이건희 회장의 집무실이나 자택, 삼성본관에 대한 공권력의 접근이 없었으니까 그것도 성과라면 성과겠다."

- 특검수사가 종결되면 이후 어떻게 활동할 예정인가.

"내가 할 일은 다 했다. 나는 이 사건을 수사할 수 있는 공권력도 없다. 맹수는 발톱을 감춘다. 진돗개도 쓸 데 없이 짖지 않는다. 요즘 날 보면 아무나 보고 짖는 약한 개 같다. 삼성 임직원 25만명 가운데 비리에 연루된 사람은 200명 정도다. 비자금 핵심 관리 임원도 60명 안팎이다. 나는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죽이자고 한 일 없다. 이 수사가 잘됐다면 삼성은 주가도 더 올랐을 거다. 빼먹을 사람이 없다는 게 입증되면 회사가치는 더 올라가게 돼 있다."

- "회사의 반대로 삼성기사 못 쓰는 기자 사표 쓰고 나와 함께 하자"고 했는데.

"나는 이 정도 되면 삼성 임직원 가운데 한둘이라도 얘기를 할 줄 알았다. 검사도 1~2명 정도는 정의를 위해 나설 줄 알았다. 대학교수도 마찬가지다. 이 나라, 엘리트가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도 자꾸 여론이 '피곤하다, 지쳤다, 그만 하자' 이 분위기다.

요즘 '전라디언'이라는 말도 들었다. 평생 처음 들은 얘기다. 내가 전라도에서 태어난 것은 맞다. 아버지가 서울 상계동에서 낙향해 이렇게 됐다. 어떤 친구가 나한테 '변호인단 가운데 전라도 사람 없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왜 이래야 하나. 내가 전라도에서 태어난 것과 삼성의 불법행위가 무슨 상관인가.

고향사람들은 날더러 취직자리 없앴다고 뭐라 한다. 뱃속 편한 소리인지 모르지만 그런 회사는 안 가는 게 낫다. 내가 젊은 기자들한테 사표 내라고 말했지만 아직 사표 냈다는 기자 못 만났다. 만취상태에서 '부장이 기사를 못 쓰게 한다'고 하소연 하는 기자들, 쓸 수 없다면 기자가 아니다."

"향후 사제단 활동? 그건 1급 비밀이다"

- 특검의 수사가 '면죄부 주기'로 끝날까? 이대로 끝내지 않으려면 전환이 필요하지 않나.

"이 사건 못 끝낸다. 끝내려고 해도 안 끝나질 거다. 상대방이 정말 참회하고 용서를 구할 때 화합 차원에서 해결을 논의할 수 있지만 이런 식으로는 안 된다. 더 심각하게 문제가 곪아터지게 만드는 거다. 이런 문제 계속 두면 국가사회적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 특검 수사결과가 발표되면 사제단은 어떤 활동에 돌입하게 되나.

"비밀이다. 사제단으로서는 그게 1급 비밀이다. 향후에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는 알려놓고 하면 효과 없다. 내가 죽을 때까지 싸우겠다고 말한 대목에 정답이 있을 지 모른다.(웃음)"

- 뇌물검사 40인 리스트가 아직도 공개되지 않았다.

"검찰의 5%미만이라고 말한 적 있다. 뇌물검사 리스트 공개가 '검찰 무력화'라고 주장하던데, 나는 정말 검찰이 더 강력해지기를 바란다. 검찰을 무력화시킨 게 누구인가. 범죄사실에 대해 수사 제대로 못하게 하는 사람이 검찰 무력화시키는 게 아닌가. 나와 사제단은 철저히 박해받기를 기다리고 있다. 대한민국 전체에 말도 안 되는 의혹 부풀리기를 했는데, 적어도 나와 사제단 전종훈 대표신부는 구속돼야 한다. 혹세무민했으면 벌 받아야지."

- 생각해보니 특검은 김 변호사에 대한 출국금지도 안 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내가 출국하기를 원한다고 하더라. 농담 같지만 우스개가 아니다. 특검은 항상 내가 조용히 있기를 바랐다. 검찰은 수사할 생각이 없다. 특검이 여기서 끝내면 검찰을 다시 움직이기 쉽지 않다. 지금부터는 여론이 크게 좌우하지 않겠나.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런 것밖에 없다."

- 젊은 검사들은 왜 안 나설까.

"소가 웃을 일이다. 검사는 인사 앞에 장사 없다. 인사에 두번 물 먹으면 기가 꺾이게 마련이다. 심한 경쟁에 있기 때문에 인사가 상당히 걸리는 직종이다. 암투병 중에도 다음 보직 걱정하는 사람들이 검사들이다. 인사권자가 대통령이고 장관 아닌가. 검찰 독립? 말도 안 된다. 소신 있는 검사가 나서도 몇 번 하다 만다. 윗사람과 아랫사람의 권한은 100대 0이다. 장관이 소신 주장하면 어떻게 되나. 장관 바뀐다."

- 수사를 통해 마무리 지어야 하는 사건인데, 그럼 어떻게 하나. "여러분 책임이다. 이씨 일가와 그 가신들의 구조적 범죄체계를 용인한다면 우리 사회에 미래는 없다. 특검이 가장 큰 역사적 죄악을 짓고 있다." - 정말 앞으로 어떻게 하실 것인가.

"삼성의 불법행위 문제가 모두 해결될 때까지 계속 나서야 하지 않을까. 다른 방법 있으면 좀 알려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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