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야스쿠니>는 한국 '뉴라이트'의 미래다

2008. 4. 3.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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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박형준 기자]'고이즈미 준이치로'라면, 일본의 전직 총리로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한 이미지가 너무 선명한 나머지 '일본 극우의 대표격'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는 극우파와 관련된 일본 사회의 단면이 엿보인다.

일단, 그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써 일본 극우파의 '명분'을 세워줬지만, 실질적으로는 일본 극우파를 은근하게 가로막아왔다. 일부 극우파들이 그를 일컬어 '미국의 스파이'라고 비난하는 움직임도 있었다는 점이 재미있다.

대장성이나 우정성을 뒤흔드는 등 미국식 신자유주의 개혁으로 일본 극우파들의 관료계에서의 거점을 뿌리째로 뒤흔드는가 하면, 도쿄 일대의 개발 규제 등을 2002년 11월에 해제하며 민간 자본 차원의 됴쿄 재개발에 나서 반발을 유도한 바 있다.

그러면서 고이즈미 준이치로가 총리 재임 시절에 자신의 외교적 역작으로 삼으려 했던 사안은 다름아닌 '북일 수교'였다. 그 과정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를 향한 일본 극우파들의 반발이 거셌다는 점은 시사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한, 쉽게 알기 어려운 사실일 것이다.

고이즈미 전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그 복잡한 속내

2006년 8월 15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주변국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8월 15일 A급 전범들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 연합뉴스 / EPA

이른 바 '평양 선언'(2002년 9월에 발표된 선언으로써 일본은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죄와 보상을 하고 북한은 장거리미사일 발사 실험을 보류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을 즈음할 당시, 일본 극우파들은 북한에 대한 강경한 목소리를 집중적으로 내세웠다.

고이즈미 준이치로는 그럴 때마다 신중한 대응을 주문하면서 어떻게든 '북일 수교'라는 종착점을 향해 달려가려 했다.

하지만 일본 극우들은 한국의 한나라당과 마찬가지로 "북한에 너무 많이 준 것 아니냐"는 식의 '대북 퍼주기론'을 주도하면서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북한의 평양선언 이행 약속과 동시에 고이즈미 준이치로 역시 25만톤의 식량과 1000만 달러 가량의 의약품 제공, 그리고 대북 경제 제재 관련법을 발동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이렇듯, 일본 극우파들의 북한에 대한 강경 발언이 고이즈미 준이치로를 뒤흔드는 가운데, 대북 강경론을 주도하던 아베 신조가 부각돼 후임 총리가 됐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고이즈미 준이치로는 한 마디로,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일본 극우파들의 '명분'은 살려주되, 대북 외교나 신자유주의 개혁으로 '실리'의 측면에서 압박하는 전술을 구사해왔다. 의외의 모습 아닌가. 한나라당이나 자유선진당 지지자와 같은 '좌빨 토벌론자'의 눈으로 보면 고이즈미 준이치로는 '대북 퍼주기'를 주도하는 '좌익 빨갱이'일 뿐이다.

이렇듯 고이즈미 준이치로는 경제의 관점에서 보면 신자유주의자라는 한계는 분명했지만, 대북 평화 외교를 지향했다는 측면에서 일본 극우에 비하면 대화가 통할 수 있는 우파였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고이즈미 준이치로마저도, 어쨌든 명분만은 들어줘야 했던 일본 극우파, 그리고 그들의 정치적·역사적 상징인 '야스쿠니 신사', 그에 관련된 영화 한편이 조심스레 동아시아를 달굴 기세다.

영화 <야스쿠니> 상영중지 주도한 이나다 도모미

영화 <야스쿠니>의 한 장면

ⓒ 아르고 픽처스

영화 <야스쿠니>는 문제의 그 야스쿠니 신사를 소재로 중국 출신 리잉 감독이 연출한 영화다.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됐던 영화이며, 제32회 홍콩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받았던 작품이다.

일단 영화 자체가 공개되지 않았기에, 영화의 평에 대해 섣부르게 접근할 수는 없다. 그런 이유로, 일단 지금 당장은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지켜본 김병철 동의대 교수의 평을 지켜보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야스쿠니 신사는 1869년 일본의 정신을 수호하기 위해 건립되었고, 태평양 전쟁 전범들의 위패가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야스쿠니란 이름은 일본의 극우파들에게는 자랑스런 기억을 불러일으키지만 일본의 침략전쟁으로 수많은 생명들을 빼앗긴 한국, 중국, 대만 그리고 일본의 희생자들에게는 고통과 분노를 불러일으킨다. 특히 고이즈미 전 일본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공식참배로 인해 전 세계적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리잉의 <야스쿠니>는 본격적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다룬 첫 번째 다큐멘터리이다. 일본에 거주하며 10여 년에 걸쳐 작업한 이 다큐멘터리는 야스쿠니 신사를 둘러싼 첨예한 입장 대립을 하나하나 보여준다.

희생자들, 과거로 회귀를 원하는 극우 군국주의자들, 그들의 행태에 분노하는 사람들. 하지만 이 다큐멘터리는 이를 단순히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칼과 천황(이를 상징하는 국화)이라는 두 가지 상징을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일본인들의 무의식 속에 존재하는 야스쿠니 신사의 의미를 파헤치고 있다."

김병철 교수의 평에 따르면, <야스쿠니>는 야스쿠니 신사에 얽힌 일본의 현상 그 자체를 짚어본 다큐멘터리라고 할 수 있겠다.

각자가 직접 지켜봐야 알겠지만, 극우의 눈으로서는 '무의식 속에 존재하는 야스쿠니 신사의 의미'를 파헤친 자체만으로도 영화 개봉을 막아야 할 일일 수도 있다. '야스쿠니 신사'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그네들의 성역이며, '북일 수교'와 '신자유주의 개혁' 등의 극우파가 반발할만한 개혁을 밀어붙인 고이즈미 준이치로조차도 무시하기 어려웠던 곳이라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

일본내 5개의 상영관에서 개봉이 예정됐던 <야스쿠니>의 상영중지에는 일부 극우파 정치인의 압력이 영향을 줬다고 한다.

그 대표로 지목될 수 있는 정치인은 이나다 도모미 자민당 의원. 그는 <야스쿠니>가 제작 당시에 문화청 산하기관으로부터 정부보조금이 지급됐다는 이유들 들어가며 "정치적 중립 여부에 대한 의문"을 명분으로 정치인 대상의 사전 시사회를 요구해 개최된 적이 있다.

그렇다면 '이나다 도모미'는 어떤 정치인일까?

"모임(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지지하는 일본 집권 자민당 초선의원 모임 '전통과 창조의 모임) 회장인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의원은 참배후 기자들에게 '비판이 있는데도 총리가 매년 참배하는데 감사하며 종전기념일인 8월15일에 꼭 참배해주기 바란다'면서 '차기 총리도 참배하는게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2006년 4월 28일자 기사 <日 '야스쿠니' 영화 상영중지 논란>의 일부 "자민당의 초선의원 40명으로 구성된 '전통과 창조의 모임'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회장은 '도쿄재판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강변했다." (<동아일보> 2006년 5월 1일 '3일 도쿄전범재판 60돌…美-日 '역사 갈등')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외상은 19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태평양전쟁 당시의 종군위안부 문제와 관련, 일본 정부의 명확한 사죄를 요구하는 결의안이 미국 하원에 제출된데 대해 '객관적 사실에 전혀 근거하지 않은 것으로 심각히 유감'이라고 말했다.그는 결의안에 제국군대가 어린 여성을 강제로 성노예화해서 결국 죽이거나 자살로 몰아넣었다고 돼있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자민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 이같이 답변했다고 교도(共同)통신이 전했다." (<연합뉴스> 2007년 2월 19일 '日외상 "美하원 위안부 결의안 제출 유감') "마사키 아카이케·도모미 이나다 등 집권 자민당 의원(29명)과 겐코 마쓰키 등 민주당 의원(13명) 및 무소속 의원(2명)들이 교수.정치평론가·언론인 등과 공동으로 낸 광고는 '사실(the facts)'이란 제목 아래 4월 말 같은 신문에 결의안 지지자들이 낸 '위안부에 대한 진실'이란 광고를 반박하는 형식으로 돼 있다. …(중략)…광고는 '일본 정부나 군이 위안부 동원에 개입했다는 사실을 기록한 문서를 찾아볼 수 없다'며 '일본군이 젊은 여성들을 성노예로 내몰았다는 결의안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히려 일본 정부.군은 당시 여성들을 납치해 위안부로 삼아선 안 된다는 명령을 내렸다'고 주장하며 "여성들을 위안부로 끌어간 브로커들이 처벌을 받았다"는 내용의 당시 신문기사 사진을 실었다.또 '이런 성매매 행위는 당시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일이었으며, 미군도 1945년 일본 점령 뒤 미군들의 강간을 막기 위해 위생적이고 안전한 '위안소' 설치를 일본 정부에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일본군이 20세기 최대 인신매매 사건의 하나를 저질렀다는 미 하원 결의안은 중대하고 고의적인 사실 왜곡'이라며 '미·일 친선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변했다." (<연합뉴스> 2007년 6월 16일자 기사 '"위안부 동원에 일본 정부 강압 없었다"')

이만 하면 이나다 도모미가 어떤 생각을 가진 일본 정치인인지 알 수 있을듯하다. 그나마 그들을 자중시키던 고이즈미 준이치로의 실각 이후 고삐 풀린 일본 극우파가 드디어 예술인의 '표현의 자유'에까지 손을 대려 한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침 최양일 감독이 이사장으로 활동 중인 일본영화감독협회와 일본 내 유명 영화평론가인 야마네 사다오 등은 "모든 영화는 자유로운 상상과 의지를 기반으로 제작돼 자유롭게 상영돼야 한다"거나, "반일적이라든가 이데올로기적인 메시지가 들어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일반 관객이 영화 감상 후 판단의 기회를 빼앗는 것은 좋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야스쿠니> 상영중지와 '뉴라이트 대안교과서'

영화 <야스쿠니>의 한 장면

ⓒ 아르곤 픽처스

<야스쿠니>의 상영중지를 주도한 일본 극우 정치인과 이른바 '대안국사교과서'를 주도한 한국의 뉴라이트를 비롯한 자칭 보수우익 세력들은 놀라울 만큼의 공통점을 견지하고 있다.

대북 평화기조 정책을 향해 '대북 퍼주기'를 운운하는 것에서부터, '종군위안부'에 대해 '강제성'이라는 부분을 부정하고 있는 것도 그렇다.

물론, 대안교과서는 '종군위안부'에 대해 "종군위안부들이 강제로 끌려간 게 아니라 큰 돈벌이라는 말에 속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안교과서 편찬을 주도한 서울대 이영훈 교수가 "돈벌이 목적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이미 주장했던 사실이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우리는 이른 바 '뉴라이트'가 이제 일본 극우파처럼 의회 권력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본인은 부정하고 있지만, 이영훈 교수의 강연을 후원하는 등 '대안교과서' 편찬에 개입한 점이 간접적으로나마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는 신지호 한나라당 후보(서울 도봉갑) 등의 존재가 엄연히 이 사실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이들은 자민당이나 민주당 내의 일본 극우파 의원만도 못하다는 점을 드러내곤 한다. 이나다 도모미 의원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본 극우파들은 얼굴이 대단히 두껍다. 앞서 언급한 기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국 현지에서 신문광고까지 내가며 본인의 신념을 철저하게 드러낸다.

물론, 자민당이 실질적인 독재여당이기에 정치생명에 큰 지장이 없다는 점도 감안했겠지만, '대안교과서'의 간접적인 후원자 역할을 했음에도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가는 뉴라이트 계열 국회의원 후보들보다 최소한 당당하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신지호 후보는 지금이라도 당장 '대안교과서'에 대한 입장을 밝히길 바란다. 이영훈 교수의 강연을 후원했다는 것은 그의 생각에 동의한다는 뜻이다.

그 투철한 신념을 이나다 도모미 의원처럼 밝혀야 하지 않겠는가? 신지호 후보는 도봉갑 지역에서 일본 극우파들처럼 확성기로 "종군위안부는 돈벌이를 위한 자발적 매춘부였다"고 크게 외쳐야 한다. 학자와 정치인, 누구보다 신념에 투철해야 하는 직업 아닌가.

'일본식 극우화' 진행 중인 대한민국 사회

"북핵을 어떻게 해체시킬 것인지"에 대한 대책이 전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책없이 강경론을 부르짖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도, 고이즈미 준이치로가 추진하던 '북일 수교'에 반대해 그 외곽 때리기로 '독도 망언'을 시도하던 일본 극우 정치인에 비할만 하다.

낡아빠진 '식민지근대화론'을 비롯해 "종군위안부는 자발적 매춘" 운운하며 '대안교과서'를 만드는데에 영향을 준 사람들을 국회의원 후보로 공천했다는 점도 여지가 없다. 물론, 여당과 야당 가릴 것 없이 한국 사회의 기득권층 자체가 친일 문제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 없다는 한계는 명확하다.

하지만, 최소한 이렇게 우롱하듯이 전개되는 그 논조 자체, 그리고 국회의원 당선을 위해 당장은 꿀먹은 벙어리 행세를 하고 있는 것 자체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일. 이들이 국회의원이 돼 의회 권력까지 얻게 된다면 무슨 일을 시도하게 될까?

누군가가 박정희 시대의 인권탄압 및 노동탄압 문제를 영화로 제작하겠다면, '뉴라이트 국회의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나다 도모미 의원이 <야스쿠니>의 상영중지를 주도하듯이, 이들도 같은 행동을 주도할까? 영화 <야스쿠니>를 주도하는 일본 극우파 정치인의 모습이 단순히 남의 일로만 보이지 않는 이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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