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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함∼ 연설 지루해요" 3일 서울 용산구 후암동 후암초등학교에서 열린 신입생 입학식에서 한 여자 어린이가 교장선생님의 축하연설이 지루한 듯 하품을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
정부의 영어 몰입교육 방침으로 '영어 광풍'이 불면서 대학뿐 아니라 초등학교까지 영어로 진행되는 입학식이 등장했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영어의 중요성을 일깨워줬다"는 반응과 "입학식까지 영어로 진행하는 것은 너무하다"는 반응으로 입장이 크게 엇갈렸다.
3일 서울 공릉동 태강삼육초등학교에 열린 입학식은 원어민 교사들의 동시통역 중국어, 영어로 진행됐다. 또 중국복식을 한 중국어중창단, 녹색옷을 맞춰 입은 영어중창단 등 재학생들의 외국어 축가도 눈길을 끌었다. 신입생들은 다소 낮선 표정이었지만 박수를 보내며 이내 동화되는 모습이었다.
영어와 중국어 4개반을 운영하던 이 학교에서는 올해부터 소망반이라는 국제반을 신설해 국어를 제외하고 모든 교과목을 영어로 가르치는 몰입식 교육으로 외국어 수업을 강화했다. 학부모들은 외국어로 진행된 이날 입학식에 대체로 흡족해하는 모습이었다.
같은 시간 한국외대 노천극장에서도 새내기들과 학부모들이 모인 가운데 입학식이 열렸는데 사회와 입학허가 선언, 신입생 선서, 총장 축사까지 모두 영어로 진행됐다. 학생들의 도움이 필요한 중요한 부분만 우리말 통역이 곁들여졌다. 입학식이 영어로 진행된다는 사실을 모른 채 참석한 학부모들은 주변의 도움을 받아 입학과정을 지켜봤다.
박철 총장은 축사에서 "교육 환경이 아무리 좋아도 학생의 노력이 동반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에 사자가 새끼들을 단련시키는 심정으로 끊임없는 용맹정진과 자기계발을 요구할 것"이라고 입학식을 영어로 진행하는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어과에 딸이 입학한 학부모 안홍천(48·회사원)씨는 "영어가 중요해져 가는 시대임을 보여주는 것 같다"며 "아이들에게도 자극이 돼서 영어 공부의 필요성을 일깨워 주는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영어 입학식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대학 새내기 이모(19)양은 "나이 드신 분들도 많은데 입학식을 영어로 하니 잘 못 알아들어 매우 불편했다. 입학식에 대한 관심만 멀어지게 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박찬길 이화여대 영문과 교수는 "어린 시절에 외국어에 노출하면 모국어와 외국어 둘 다 잘하게 된다고 검증되지 않았다"며 "특히 어린 학생들은 모국어를 제대로 배우고 그것을 전제로 외국어를 배워야 하는데, 외국어로 수업을 진행하고 입학식을 진행하는 것들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진수·이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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