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방제복 알고도 방치

2008. 2. 21.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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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

● 앵커: 태안 기름유출사고 지역주민들 건강이 악화됐다는 소식 전해 드렸는데 그런데 정부가 주민들에게 나눠준 방제복이 기름독성물질을 막아주는 기능이 없었다는 사실이 MBC 취재 결과 밝혀졌습니다.

이지선 기자입니다.

● 기자: 새카만 원유로 뒤덮였던 충남 태안군 주민들은 벌써 두 달 넘게 바닷가에서 기름을 치우고 있습니다.

방제복을 입고 기름을 닦아도 온몸은 순식간에 기름 범벅이 됩니다

● 정천영 (충남 태안군 주민): 어떻게 해요, 일은 해야 되고... 여기로 침투가 돼서 바지도 다 젖었어.

● 기자: 원유에는 수백 가지 독성이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방제복을 입고 마스크를 씁니다.

실제 태안군청이 두 달 동안 나눠준 방제복과 마스크는 얼마나 효과가 있는 걸까. 직접 실험을 해 봤습니다.

먼저 방제복을 자른 뒤 태안 앞바다에서 유출된 기름과 같은 종류의 원유를 부었습니다. 기름이 곧바로 스며들어 뒤에 대고 있던 흰종이가 까맣게 변합니다.

방제복은 기름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게 기본인데 오히려 기름을 흡수했습니다.

이번에는 제대로 된 방복과 비교해 봤습니다.

두 옷으로 비커 위를 싸고 원유를 부었더니 제대로 된 방제복은 기름이 통과하지 못하지만 주민들이 입었던 방제복은 아래로 쏟아집니다.

방제복 포장지를 자세히 봤더니 이 옷은 먼지를 제거할 때 입는 옷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동안 주민들은 화학성분이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주는 방제복이 아니라 미세먼지를 막는 데 쓰는 방진복을 입고 작업을 했던 겁니다.

● 오범진 교수 (서울 아산병원 응급의학과): 실제로 그걸 입고 있으면 스며듭니다. 피부에 바른 것과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 거죠.

● 기자: 마스크는 어떤지 알아봤습니다.

먼저 제대로 된 마스크에 사염화탄소 300ppm 정도를 통과시켰더니 모두 걸러져 마이너스 수치가 나옵니다.

이번에는 주민들이 가장 많이 쓰고 있던 보통 면마스크입니다. 사염화탄소 316ppm을 통과시키자 310ppm이 나옵니다.

사실상 하나도 걸러지지 않은 겁니다.

단단한 부직포로 만들었다는 마스크는 298ppm, 탄소처리가 되었다고 적혀 있는 마스크도 268ppm의 사염화탄소가 나왔습니다.

5ppm이 넘지 않아야 방독마스크 규격검사를 통과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모두 쓸모없는 마스크였던 겁니다.

● 최재욱 교수 (고려대 예방의학과): 내가 받은 마스크가 유기용제 마스크가 아니더라고요. 그런 걸 믿고 작업을 했다가는 오히려 더 건강이 나빠질 수 있는...

● 기자: 왜 이런 엉터리 방제복이 사용된 걸까. 태안군청은 앞뒤 안 가리고 값싼 제품을 골랐습니다.

● 방제물품 업체 관계자 : 단가 때문에.. 단가를 많이 물어보시고, 하루 작업 하시는 거라서 (싼 걸 찾았다)..

● 기자: 게다가 태안군청은 방진복과 방제복이 어떻게 다른지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 태안군청 관계자 : (왜 방진복을 구입하신 거예요?) 본래 방진복을 입어야 하잖아요. (방진은 먼지를 막는 것이 방진복이잖아요?) 방진복은 투과 막는 게 방진복 아니에요? 그러니까 방제보다 한번 높은 게 방진복이지.

● 기자: 문제의 방진복은 태안군에서만 7000만 벌이 넘게 풀렸습니다.

그런데 보건당국은 방제가 안 되는 옷이 배포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 보건복지부 관계자 : (부직포로 된게 배포 됐던 거는 파악 하고 있었던 거네요?) 네. (아직까지 돌아다니던데?) 실질적으로 그 보고가 저희한테까진 안 들어와요. 저희는 나중에 뒤늦게 그때 그때마다 물어서 아는 이런 체계로 돼 있거든요.

● 기자: 정부는 엉터리 방제복을 나눠주고도 건강을 위해 꼭 입어야 한다고 홍보했고 주민들은 지금까지 싸구려 작업복을 입고 독극물과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지선입니다.

(이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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