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새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영어 몰입교육을 통해 조기유학 및 영어 사교육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대폭 줄이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조기 유학원에는 자녀들을 외국으로 보내려는 부모들의 문의가 증가하는 등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새정부의 방침을 학부모들이 영어 교육의 중요성만을 인식,자녀들의 영어능력을 늘리려는 한국적 교육열이 근본적인 요인으로 보이지만 영어 몰입교육의 큰 비전과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지 않은데 따른 불안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 뉴시스 > 가 인수위 발표가 있은 지난 22일부터 29일까지 인수위의 영어몰입교육 방침 발표 이후 서울 강남·종로 일대 21곳의 조기유학 전문 유학원을 취재한 결과 21곳 가운데 17곳(80.9%)에서 조기유학을 희망하는 학부모들의 문의 전화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가운데 조기유학을 알선하는 일부 유학원들 마저 새정부의 영어몰입 교육 적응을 위한 조기유학을 부추기고 나서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인수위 발표이후 대부분 유학원 조기유학 문의 오히려 증가
< 뉴시스 > 취재에 따르면 서울 강남 A유학원은 지난달 하루 평균 2~3건에서 인수위 발표 이후 최고 20~30건으로 10배가량 급증했고, 신촌 B유학원은 평균 문의량이 5~6건에서 15건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조기유학원인 캐스트에듀 코리아 관계자는 "초등학교부터 영어를 강조한다고 하니 어떻게 해야할지 궁금해하는 학부모들의 문의전화가 10배 정도 늘었다"며 "구체적인 정부 발표가 나온다면 유학이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전망했다.
조기유학과 관련, 최다 회원을 보유한
다음카페 '캐나다 유학·어학연수 스스로 모임'의 카페지기 강원희씨(37)는 "인수위 발표 이후에도 조기유학 문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경험상 이런 움직임은 1년 뒤 다른 부모에 지지 않으려는 학부모들이 따라서 유학을 보내고, 2년 뒤에는 대세를 따라 많은 학부모들이 따라보내는 현상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1년 먼저 외국 생활을 경험할수록 반에서 1등을 할 수 있는 특혜가 주어지는데 이번 인수위 정책이 이왕 조기유학을 고민한 학부모들의 결심을 더욱 굳어지게 만들 것이라는게 일선 교육계의 전망이다.
한 유학원 관계자는 "연간 4000만~5000만원 하던 유학비가 국내 업체들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2000만~3000만원까지 낮아져 유학의 선택 폭이 넓어진 요인도 있어 오히려 지금이 적기라고 상담을 해주고 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 뉴시스 > 취재에 응한 유학원 21곳 가운데 17곳은 인수위 발표를 계기로 오히려 조기유학이 증가 또는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한유학원 황현진(41) 원장은 "원어민 발음을 잘 듣지 못해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 시간에 위축되는 학생들이 많아질 것"이라며 "외국에서 2~3년 머문 학생들이 국내에서 배운 학생들보다 쉽게 알아듣는 현상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조기유학에 대한 문의 횟수나 실제 상담을 마치고 조기유학을 떠나는 사례는 줄어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북미권에 국한되지 않는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영어권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호주·뉴질랜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뉴질랜드 유학전문 아이영넷 고영상(34) 한국사무소 원장은 "뉴질랜드는 2월 초에 새학기가 시작되므로 이미 수속을 끝내고 출국해 최근의 변화를 반영하긴 곤란하다"면서도 "인수위 발표가 변수로 작용해 4월 또는 여름학기를 겨냥한 변화는 충분히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세부 정책 부재-교육열 무시…"집값 잡으려다 집값 올리는 격"
영어 몰입 교육에 대한 새정부의 정책이 이처럼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는 것은 일단 큰 비전과 세부적인 정책이 나오지 않은데 따른 혼란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못지 않게 새정부의 방침으로 학부모들이 영어교육의 중요성을 더욱 절감,자신의 자녀들에게 더나은 영어교육을 시키려는 '한국적 교육열'도 근본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단순히 영어능력 향상만이 아닌 선진 문화습득 등 효과도 영어 몰입교육 만으로는 조기유학을 줄일 수 없는
까닭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어떤 상황에서도 내 자식만은 1등으로 만든다"는 한국적 교육 열기를 감안할때 조기유학의 경쟁력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이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엔보이월드유학 박두혁(42) 원장은 "인수위 발표로 이전보다 더 많은 어린 학생들이 외국으로 나가려고 할 것"이라고 전제하고 "못가르치면 못가르치는대로, 잘 가르치면 그걸 따라잡기 위해 더 외국으로 나갈 것이다. 조기교육은 단순히 영어만을 배우기 위한 어학연수가 아니기 때문에 외국의 교육시스템이나 학생의 적성에 맞는 소질 개발등을 위해 외국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특히 정부 정책이 구체화되지 못할 경우 오히려 유학원은 특수를 노릴 기회가 많아지고 더불어 학원 과외도 횡행, 사교육비가 대폭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쏟아지고 있다. 유학오케이의
장진영(40) 조기유학상담 담당자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영어의 필요성을 절감할수록 더욱 사교육 쪽으로 몰리게 될 것이므로 인수위 발표이후 조기유학은 오히려 더 활성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도 입시위주 교육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한 조기유학을 근본적으로 막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어몰입식 교육이 확대돼 전과목을 영어로 가르치는 순간 영어회화 능력은 더욱 중시될 것이고, 그만큼 사교육 또는 조기유학·어학연수 쪽으로 쏠림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두혁 원장은 "단지 영어를 잘하기 위한다는 단순한 이유로 조기유학을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가 영어공용화정책을 편다 해도 조기유학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고 했을 때 집값이 오히려 더 올랐던 기억이 있지 않나. 부실한 국내 교육시스템에 대한 반발 또는 창의적인 학생 개인의 적성등을 좇아 유학을 가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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