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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선거법에 전국지자체 혼란

한국일보 | 입력 2007.11.08 18:28

 




'대선 60일 前행사 제한'… 군민의 날 취소·시민합동결혼식 연기 등 잇따라

"이름만 바꾸면 개최 가능" 선관위 해석도 고무줄

'벼룩시장 개장' 싸고 상인·구청직원간 몸싸움도

"공정선거도 좋지만 10년된 법 현실 맞게 고쳐야"

경북 울릉군 관계자는 8일 "알쏭달쏭한 선거법 때문에 속이 탄다"고 했다.

그는 '제4회 울릉군민의 날'을 10월25일 열기로 하고 몇 달 전부터 행사 준비를 하다 개최 며칠을 앞두고 군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개최 불가' 통보를 받았다. '대선 60일 전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주최ㆍ후원하는 행사를 열 수 없다'는 공직선거법 86조 2항 때문이었다.

10월25일은 1900년 '울릉군'이라는 명칭을 얻은 역사적인 날이고, 행사 개최는 조례로 규정 돼 있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 게 잘못이었다. 이 관계자는 "1년에 한 번 하는 축제를 왜 안 하느냐는 주민 항의를 받을 때마다 할 말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선거 전 행사 금지 내용을 담은 공직선거법 내용이 복잡하고 애매한데다, 이에 대한 각급 선관위의 유권해석도 제각각인 바람에 지자체들이 17대 대선(12월19일)을 앞두고 각종 행사를 줄줄이 취소하거나 일정을 바꾸는 등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

개최해도 되는 행사마저 취소 속출

충북 청주시는 10여년 전부터 열어 온 '시민합동결혼식'을 처음으로 12월 말로 연기했다. 시 관계자는 "어려운 형편에 결혼식을 못 올린 시민을 돕는 일이라고 했지만 선관위는 안 된다고 했다"며"2002년 대선 때는 문제가 없었는데 이번엔 안 된다고 하니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답답해 했다.

전북 완주군 이서면은 11월1일 열려던 '제15회 이서면민의 날'을 취소했다. 면 관계자는 "선관위 관계자가 '면민의 날'은 안되지만 '면민 체육대회'는 가능하다고 했다"며 "내용은 그대로 두고 이름만 바꾸면 가능하다는데,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 아니냐"고 꼬집었다. 실제 전북도는 '도민의 날' 행사를 '도민체육행사의 날'로 이름만 바꿔 행사를 열었다.

헷갈리는 선거법 탓에 해도 되는 행사까지 취소하거나 일정을 바꾸는 경우도 잦다. 경기 부천시 소사본동은 12일 열려던 제8회 '느티나무 기원제'를 지난달 18일 앞당겨 개최했다. 동사무소 관계자는 "선관위로부터 '전통 고유 행사는 치러도 된다'고 들었다"며 "그래도 선관위 해석이 언제 바뀔 지 몰라 일정을 당겼다"라고 말했다.

오락가락 해석에 지자체와 주민간 몸싸움까지

선관위의 오락가락 해석 때문에 지자체와 주민간 큰 마찰이 발생하기도 한다. 서울 서초구는 매주 토요일 양재동 서초구청 주변에서 열린 '서초 토요벼룩시장'을 10월20일부터 폐장했다. 구청 측은 "구 선관위가 구청이 질서 유지를 맡는 등 사실상 행사를 주최하기 때문에 열어선 안 된다고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주민과 상인들은 "지금까지 선거 때문에 문을 닫은 적은 없었다"며 "구 선관위에 물었더니 문제가 없다고 했다"고 반발했다. 실제 선관위 관계자는 "시민이 자발적으로 열고 구청은 장소 제공과 질서유지를 할 경우에는 선거법 때문에 폐장할 필요는 없다"며 "대신 금전적인 지원은 안 된다"고 밝혔다.

선관위가 오락가락 해석하는 사이 벼룩시장 상인들과 구청 측은 시장 개장을 놓고 서로가 옳다며 몸싸움까지 벌이고 있다.

청주시 관계자는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도 좋지만 10년 전 선거법은 지금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며 "현실에 맞게 손을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 지역 선관위 관계자는 "법조항이 추상적이다 보니 같은 행사라도 누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른 답이 나오기도 한다"며 "구체적 사례를 모아 설명하는 자료를 만들어 지자체 관계자와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김혜경인턴기자(이화여대 국문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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