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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의 ‘ㄷ’자도 말하지마?

한겨레 | 입력 2007.10.30 19:41 | 수정 2007.10.31 20:01

 




[한겨레] 인터넷에 대통령 선거와 관련한 글이나 동영상을 올린 누리꾼들에게 줄줄이 경찰 소환장이 날아들고 있다. 경찰이 인터넷 공간의 단순한 의견까지 선거법 위반으로 과도하게 단속하면서 '표현의 자유' 위협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울산에 사는 ㅊ(51)씨는 지난 16일 서울 영등포경찰서로부터 출석 요구서를 받았다. "개인 홈페이지에 있는 손수제작물(UCC)이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이유였다. ㅊ씨는 "인터넷에 떠도는 동영상 하나를 그냥 퍼온 것일 뿐"이라며 "6년 동안 블로그를 운영하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이명박 괜찮은가'라는 제목의 이 사진 제작물은 서울 ㅇ대학에 다니는 김아무개(22)씨가 언론에 보도된 기사와 사진·만평을 엮어 만든 것이다. '마사지를 받을 때 못생긴 여자를 고르는 게 좋다', '아이가 세상에 불구로 태어나면 낙태도 용납될 수 있다' 등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발언을 편집해 엮어놓은 내용이다. 김씨는 "보수언론이 이런 문제를 전혀 다루지 않아, 좀더 많은 누리꾼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씨도 출석 요구서를 받은 상태다.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는 ㄱ씨는 지난달 초 정치포털 사이트에 정치평론 글을 올렸다가 경찰서 네 곳에서 한꺼번에 출석 요구서를 받았다. ㄱ씨가 쓴 '이명박 몰락을 가속화시키는 조선-동아', '이회창 출마, 한나라당에겐 꽃놀이패', '내가 한나라당을 지지할 수 없는 이유' 등은 선거에 대한 전망과 여론조사 분석, 자신의 견해 등을 담은 평범한 글이다. ㄱ씨는 "경찰이 내 글 모두가 문제라고 했다"며 "대통령을 뽑는데, 허위·날조가 아닌 이상 비판도 하고 지지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치포털 사이트 '서프라이즈'에 글을 쓰는 누리꾼 30여명도 최근 석 달 사이 출석요구서를 받았다. 한 누리꾼은 국회의원이 낸 성명서를 그대로 인터넷에 올렸다가 선관위로부터 삭제 요청을 받았고, 이를 거부해 문제가 됐다. 지난 6월에는 한 누리꾼이 이명박 후보를 만화로 그린 이미지와 함께 'i love mb'라는 문구가 담긴 셔츠 이미지를 올렸다가 선관위에 불려갔다. 후보자 이름이 들어가 있다는 이유였다.

이런 조처들은 모두 "선거 180일 전부터 선거에 영향을 끼칠 목적으로 정당·후보자를 지지·반대하는 내용에 대해 게시 및 상영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한 선거법 93조에 따른 것이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지금까지 대선 관련 글이나 동영상이 선거법을 위반해 수사 대상에 오른 건 561건(618명)에 이른다. 이는 전체 선거법 위반 사건 827건의 68%에 해당한다. 선관위가 선거법을 근거로 인터넷의 글 삭제를 요청한 건수도 지난달 30일 현재 5만5842건으로, 2002년 대선 때 1년 동안 1만1399건을 요청한 것에 견줘 다섯 배 가량 늘었다.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지금 인터넷에는 정치와 관련해 표현의 자유가 없다"며 "선거법은 인터넷 공간을 침묵의 바다로 만들어 놨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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