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성호 "인혁당재건위 실체 있었다" 파문

2007. 2. 3.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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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재판 18시간만에 사형이 집행된 인혁당 재건위 사건에 대한 32년 만의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것과 관련해, 보수진영에서 "인혁당재건위 사건은 실체가 있었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예상된다.

뉴라이트전국연합 공동대표이자 대변인인 제성호 중앙대 법대 교수는 지난 31일 한 인터넷 언론에 쓴 칼럼에서 "인혁당재건위 사건을 엄청난 조작으로 치부하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인혁당재건위 사건 해당자 전부에 대해 무죄선고를 내렸다고 한다면, 이 부분은 반드시 재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 교수는 칼럼에서 자신이 위원장으로 있는 '친북반국가행위진상규명위원회'(민간단체)의 일부 견해라고 소개하며 "인혁당재건위 사건 관련자는 국가보안법 위반 행위를 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고, 사건의 실체가 있었다"면서 "다만, 문제는 법규정을 잘못 적용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 위원회의 유력한 견해에 따르면 인혁당재건위를 국가보안법상의 반국가단체로 보는 것에는 무리가 있지만, 이적단체로 의율하거나 개별 찬양고무죄 등 개별 국가보안법에 따라 기소하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나중에 이 사건의 재심결과를 다시 재심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며, 진실규명 차원의 재조사가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유족들 "억울하게 죽임 당한 사람 가슴에 칼질하는 행위"

제 교수의 이같은 주장을 전해들은 인혁당재건위 사건 관련 유족들은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 사건으로 사형당한 서도원씨의 사위이자 자신도 같은 혐의로 15년형을 선고받은 임구호(58)씨는 "이적단체든 반국가단체든, 단체가 없었다는 사실이 재심 과정에서 명백히 드러났는데 판결문도 보지 않고 그런 헛소리를 함부로 할 수 있냐"고 흥분했다. 임씨는 "기본적인 사실관계 파악하지 않고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억울하게 당한 사람들의 가슴에 칼질을 하는 잔혹한 행위"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이번 재심판결문을 보면, 검사의 공소사실 대부분이 고문과 조작에 의한 자백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증거로 인정받지 못했다. 당시 하아무개씨가 북한의 대남방송을 듣고 노트를 만들었다는 점은 인정됐으나, 법원은 그마저도 '북을 이롭게 하거나 대한민국을 해칠 적극적인 의사가 없는 것'이라며 무죄판결을 내렸다.

"억울한 누명 쓰고 사형을 당한 사람에 대한 명예훼손"

한편에서는 제 교수의 이같은 칼럼이 누명을 쓰고 사형을 당한 이들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임지봉 서강대 교수는 "칼럼을 보면, 제 교수가 당시 사건관련자들이 국가보안법 등을 위반했다는 아무런 근거도 없는 상태에서 마치 재판을 하듯이 죄가 있다고 단정하는 위험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면서 "설사 증거가 있다고 해도 판사가 아닌 이상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해야 하는 것도 잊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이런 내용의 칼럼은 억울하게 사형당한 망자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제 교수는 지난해 8월에도 한 토론회 자리에서 "(제주) 4·3 사건은 대한민국 건국을 막으려는 대표적 사건"이라며 "국경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을 저지해야 한다"고 말해 제주도민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제 교수는 당시 <월간조선> 9월호에서도 "제주 4.3사건은 남로당의 지령 하에 1948년 5.10 제헌의원 선거를 파탄내기 위한 공산폭동 혁명이었다"며 "이를 제주 4.3 '민중항쟁'이라고 칭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결국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반 대한민국적'인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제 교수는 현재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의 위원이기도 하다. <한겨레> 석진환 이재명 기자 soulfat@hani.co.kr

■ 칼럼 전문

인혁당 재건위사건 재심재판 무죄선고에 대한 소견

[1월31일]

최근 인혁당 재건위사건 재심 결과 법원은 사건 관련 자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 직후 대다수 언론들은 인혁당 사건이 조작됐다고 보도했고, 많은 언론은 이를 당연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과연 그런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필자는 아직 재심 결정문을 보지 못해서 법원의 판결 내용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있는 입장에 있지 않다.

필자가 위원장으로 있는 친북반국가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아무런 논평도 하지 않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들어, 다음과 같은 개인적 의견을 개진하기로 한다. (당 위원회는 아직 인혁당 사건에 대해 조사한 바 없어, 위원회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님을 양지하길 바란다.)

우선, 언론보도는 인혁당 사건이라고 보도하고 있어 일반인에게 혼동을 주고 있다. 세칭 인혁당사건은 두 사건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인혁당사건(1964)이고, 다른 하나는 인혁당 재건위사건(1974)이다. 이들에 대한 개요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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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혁당사건

□ 북한 남파간첩 김영춘에 포섭된 도예종, 김영광 등이 50여명의 조직원을 규합하여 조선노동당 강령과 규약을 토대로 작성한 정강으로 인민혁명당(약칭: 인혁당)을 결성(1962년 1월)하고 북한의 지령에 의해 정권타도 등 각종 반정부투쟁을 전개하며 국가변란을 획책해오다, 1964년 중앙정보부에 의해 검거된 사건

* 도예종 징역4년, 김덕한 징역1년, 이재문 징역1년 등 실형 선고

2. 인혁당 재건위원회사건

□ 인혁당사건 관련 출소자들과 잔존세력이 1973년 9월 재결성한 '인혁당 재건위'관련자 26명을 중앙정보부가 검거했다는 사건

* 사형 8명(도예종, 서도원, 하재완, 이수병, 김용원, 우홍선, 송상진, 여정남), 김덕환 등 7명 무기징역 등 관련자 총26명 실형선고

□ 관련자 유가족 2006년 재심신청, 2007년 법원에 의해 무죄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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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문제된 사건은 어디까지나 후자일 뿐이지 전자가 아니다. 1964년 인혁당사건은 북한과 연계된 명백한 지하간첩당사건으로 대법원판결에 전혀 문제가 없다. 때문에 전자의 인혁당사건을 조작이라고 보도하는 것은 곤란하다. 언론부터 혼동이 일지 않도록 제대로 보도해야 한다.

다음, 인혁당재건위사건은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본 위원회 일부 위원의 생각이다. 그 이유는 인혁당재건위사건 관련자는 인혁당사건과 관련이 있는 자로서 국가보안법 위반 행위를 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기 때문이다. 곧, 사건의 실체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다만, 문제는 법규정을 잘못 적용했다는 것이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인혁당재건위사건에서 당시 검찰과 법원은 인혁당재건위를 '반국가단체'로 의율하여 국가보안법상의 반국가단체 구성의 죄를 적용했다. 그래서 그 수괴를 사형에 언도한 것이었다.

우리 위원회 위원들 일부의 유력한 견해에 따르면, 인혁당재건위를 국가보안법상의 반국가단체로 보는 것에는 무리가 있지만, (반국가단체가 아니라는 전제 하에) 예컨대 인혁당재건위를 이적단체로 의율하거나 혹은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사건 관련 자를 개별적으로 국가보안법에 따라 (가령 찬양고무죄, 이적동조죄, 이적표현물 소지반포죄 등으로) 기소하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요컨대, 인혁당재건위를 국가보안법상의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그 책임자에 해당하는 자에게 반국가단체 구성의 죄를 묻고, 특히 수괴에 해당되는 자에게 사형을 선고했다는 점이 문제였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사형을 선고한 자를 그 다음날 서둘러 사형집행을 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처사였다.

이와 같은 잘못은 바로 잡아야 할 일이다. 또한 정부가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시각에서 인혁당재건위사건을 문제삼고 중앙정보부, 검찰과 법원을 비판하는 것은 용인될 수 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혁당재건위사건을 엄청난 사건의 조작으로 치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하겠다. 다시 말해서 전혀 범죄사실이 없는데 범죄를 뒤집어 쒸운 조작사건 내지 정치공작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예기다. 이런 점에서 인혁당재건위사건에 대해 해당자 전부에 대해 무죄선고를 내렸다고 한다면, 이 부분은 반드시 재고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나중에 인혁당재건위사건 재심결과를 또 다시 재심해야 할른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면 진실규명 차원의 재조사가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말이 혹시 무고하게 희생된 자를 욕되게 하려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이해가 있기를 바란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인혁당재건위사건은 조작사건이 아니라, 법규정을 잘못 적용한 사건 또한 무리수를 둔 사건이라고 보아야 한다. 더욱이 인혁당재건위사건의 재심결과로 인해 1964년의 인혁당사건 자체가 폄하되거나 인혁당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뒤집으려 하는 일이 결코 벌어져서는 안될 것임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대통령소속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위원회가 그런 일을 할지 모르니 두눈을 부릅뜨고 경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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