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비전2030, 20∼30대 위한 것인 줄 알았다"

2006. 9. 2.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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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강단으로 복귀한 첫날 정부의 정책에 쓴소리를 했다.

정 총장은 1일 그의 강의를 듣기 위해 몰려든 학생들에게 정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비전2030' 정책과제에 대해 "보고서를 읽어 보지 않아서 뭐라고 평가할 수는 없지만 처음에 '비전2030'이라고 해서 20대와 30대에 대한 프로젝트인 줄 알았다"며 다소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

정 총장은 이어 "현재 정부 사업을 추진하려면 국채 발행밖에 없다. 아직 정부 빚은 경제 규모에 비해 대단히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1976년인가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2000년도 한국에 대한 보고서를 낸 적이 있는데, 그 보고서 5년도 못 갔다. 지금 정치 상황과 당시 상황은 수세적 정부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학생들에게 "대학을 졸업할 때가 되면 경제학이 무엇인지 맞건 틀리건 한마디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사회 이슈에 대해서도 엉터리라도 자기 입장을 얘기하고 이를 뒷받침할 만한 논리를 전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전 총장은 "요즘 경제학과 학생들이 너무 허약해졌다. 나중에 무엇을 먹고살지 걱정하는 것은 공부를 너무 안 했거나 자신이 없는 것이니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격려했다.

정 전 총장은 공부하는 데 있어 머리와 노력 중 어느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한 학생의 질문에 "학문을 할 거라면 성실과 정직밖에 없다"며 "황우석 전 교수나 황라열 전 총학생회장처럼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서울대를 1등으로 입학하고 졸업했다고 해서 반드시 다 잘되는 것은 아니다"며 일부 서울대 출신의 지나친 엘리트주의를 겨냥한 듯한 말을 했다.

정 전 총장은 이날 서울대 멀티미디어동 202호에서 있은 '경제학연습2' 과목의 첫 강의에서 간단한 강의계획안을 설명한 뒤 경제학에 대한 자신의 철학,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 등을 했다. 학생들은 평소 정 전 총장에 대해 궁금했던 사항을 질문했으며, 1시간20분간 진행된 강의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이날 강의에는 애초 수강 정원인 15명 외에 40여명의 학생이 추가로 몰려 수강인원을 늘려 줄 것을 요청했고, 자리가 부족해 학생 20여명은 강의실 뒤에 서서 수업해야 했다.

조풍연 기자, 연합뉴스 jay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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