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없는 축구부 해체설..도끼날에 무너진 교권

2006. 6. 11.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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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뉴시스】

대전 한남대가 근거 없는 '축구부 해체설'에 이어 일부 학부모들의 폭력행위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일부 학부모들은 생활체육부 일부 교수가 자녀에게 낙제점(F)을 줬다는 이유로 도끼날 등 흉기를 마구 휘두르며 집기를 파손, 대학당국은 교권 실추행위에 크게 낙담해하는 분위기다.

◇유린당한 캠퍼스...무너진 교권

사건의 발단은 이 대학 축구부 학부모들이 지난 5일 오전 '축구부 해체 철회'를 요구하며 대학본부에 난입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날 일부 학부모들은 2층 복도의 대형거울을 부수고 소화기 1개 등을 터뜨리며 축구부 해체계획의 전면 철회 등을 요구했다. 대학측은 '축구부 해체계획은 논의된 바 없다'고 해명했으나 학부모들은 해체를 기정사실화하며 현 체육부장의 보직해임, 축구부의 총장직속 변경 등 무리한 요구로 일관했다.

이어 지난 9일 오전 대학을 다시 찾은 학부모들은 대학측의 '해체계획은 없다'는 재차 해명에도 불구하고 소방함에 비치된 도끼 등을 꺼내 총장실과 2층 복도의 유리와 집기 등을 마구 파손했다. '축구선수인 자녀가 훈련과 대회출전으로 강의를 제대로 수강할 수 없는데도 생활체육부 일부 교수가 낙제점을 줬다'는 학부모들의 볼멘 소리도 있었다.

심지어는 총장실 앞에 걸려있던 대학설립 당시 부지를 돌아보는 선교사들의 모습을 담은 그림을 찢는 등 막무가내식 행동을 일삼는 학부모도 있었다.

특히 대학측은 학부모들의 폭력행위에 맞서 즉각 경찰에 신고했으나 관할 경찰서인 동부경찰서는 '학내사태이므로 대화로 해결하라'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대학측은 '대학이 일부 몰지각한 학부모들에 의해 유린당하는데도 경찰이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이해할 수 없는 처사를 보였다'며 반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의 한 관계자는 "훈련이나 대회참가 등은 출석으로 인정해 주고 있으나 평가의 근거가 되는 리포트 제출이나 시험을 치르지 않은 학생에게까지 학점을 부여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학사운영까지 간섭하며 폭력을 일삼은 학부모를 어찌 학부모랄 수 있느냐"고 말했다.

◇실체없는 축구부 해체설 왜?

문제는 축구부 해체에 대한 대학측의 공식적인 논의가 단 한 차례도 없었다는 점이다.

지난 5일 처음에는 축구부 해체의 전면 철회를 요구하던 학부모들은 점차 현 감독체제의 유지, 윤모교수 해임, 축구부의 총장직속 변경 등 인사.행정권을 간섭하는 행태를 보였다.

이는 당초부터 이들의 주장에 다른 목적이 있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한남대는 체육부 예산을 지난해보다 증액했으며 축구부 특기생도 지난해와 똑같은 수를 선발키로 하는 등 해체설은 전혀 근거가 없었다. 인근 대학의 축구부는 일부 선수에게만 장학금이 지급되지만 이 대학은 축구부 전원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대우도 파격적인 수준이다.

단지 대학측은 지난 2000년 축구부 창단이래 선수선발과 관련해 공공연하게 떠도는 각종 폐단을 근본적으로 바로잡는 차원에서 올해부터 스카웃 제도를 폐지하고 공개테스트를 거쳐 선수를 선발하는 것을 골자로 생활체육부 신입생 모집요강을 확정했으며 훈련비, 회식비, 부식비 등 각종 예산운용에 법인카드 사용을 의무화하는 등의 쇄신책을 추진해왔다. 또 축구부를 비롯해 탁구부, 레슬링부 등의 감독을 코치신분으로 환원했으나 레슬링부를 제외하고는 계약기간 등을 이유로 거부한 상태다.

이같은 체육부 쇄신책은 현 감독의 권한을 크게 축소하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고 감독에 대한 예속이 강한 운동부의 특성상 학부모들이 '감독구하기'에 몰입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대학의 한 고위관계자는 "축구부 해체에 대해 논의한 적도 없는데 학부모들이 인사.행정권에 해당하는 부분까지 무리한 요구를 하며 폭력행위를 일삼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강력하게 대응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관련사진 있음>

이충건기자 cky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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