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식물명의 유래' 펴낸 원로 식물학자 이우철 명예교수

2006. 1. 13.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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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동일한 식물을 두고 여러 가지로 불리는 이름들을 총정리했습니다. 그동안 학자 따로, 지역 따로 다른 이름으로 불려서 정확히 어떤 것을 가르키는지 헷갈렸거든요."

최근 <한국식물명의 유래>(일조각 펴냄)를 쓴 강원대 이우철(71) 명예교수는 큰카치수염을 예로 들었다. 1937년 정태현 등이 펴낸 <조선식물향명집>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큰까치수염은 큰까치수영, 민까치수염, 홀아빗대, 큰꽃고리풀 등의 이칭이 있다. 대부분 지역에 따른 차이인데 '큰까치수영'은 맨 끝자만 다르다. "이창복 선생이 1980년에 낸 <대한식물도감>에서 잘못 옮겨적은 게 분명합니다. 그런데 그 책으로 배운 많은 제자들은 그렇게 부를 수밖에 없던 거지요."

정년퇴임 뒤 처음으로 낸 <한국식물명>(1996)이 학명, 국명, 이명, 특징 등을 정리한 '식물 호적부'라면 이번에 낸 책은 그 책을 바탕으로 한국이름이 언제, 누가 붙인 것인지를 가나다 순으로 정리한 것이다. 유래를 알 수 있는 것은 어원을 곁들였다.

"학명은 그래도 이름 붙이는 기준이 있지만 국명은 먼저 붙이는 사람이 임자입니다. 특징(삼지구엽초), 발견 장소(금강초롱), 발견자 이름(장억새) 등을 따서 짓습니다. 막말로 애인 이름을 붙여도 그만이지요." 이 교수는 이중명명의 대표 사례로 정태현의 <조선식물명집>과 박만규의 <우리나라식물명감>(1949)을 꼽았다.

초중등 대학 각각 다른 표기통일대비 북한·연변 것도 반영

초등학교 교사 출신으로 해방 뒤 교육부 편수관이 된 박만규는 교육자료집으로 <…명감>을 내었는데, 이것이 초중등학교 교과서에 반영됐다. 이에 반해 조선식물학회에서 활동한 정태현의 책은 학계와 대학에서 쓰였다. 이로 인해 같은 식물을 두고 초중등학교와 대학에서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유효 출판물에 발표되었다면 선취권을 인정해야 합니다. 정태현 선생이 1930년대부터 논문과 저작을 내어왔으니까 나는 정태현 계열에 방점을 둡니다." 이 교수는 이번 작업을 교통정리라고 표현했다. 전후시말을 정리했으니 선택은 후학이 할 일이라고.

"앞으로 식물명을 만들 때는 반드시 이 책을 참고해 중복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통일을 염두에 두어 북한과 중국 옌볜에서 부르는 이름도 아울렀다. 그는 언젠가 식물명 대수술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소경불알, 며느리밑씻개 또는 개살구, 개비름의 접두사 '개'를 혐오어라며 기피하려는 움직임은 반대다. 음식점 이름도 고수하는데 고유명사인 식물명을 함부로 바꿀 수 없다는 것. 뿐더러 '개'는 개가 아니라 '○○와 유사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앵도→앵두', '벗→벚'처럼 맞춤법 표기의 변화에 따른 개칭도 그한테는 못마땅하다.

"앞으로 전국의 유명한 산의 식생을 정리하고 싶어요. 식생장소, 분포, 식물에 얽힌 이야기를 묶으면 어떨까 싶어요."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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