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당정분리 재검토 주장 적절치 않아"

2005. 6. 2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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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27일 당정분리 재검토 주장을 일축하고, 당의 구심점은 당 지도부를 존중하며 당원 스스로 확보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하는 등 열린우리당의 위기해소를 위한 포괄적인 입장을 밝혔다.

◆당정관계=노 대통령은 내달 창간예정인 열린우리당 웹진 ‘우리진’에 기고한 글을 통해 당 일각에서 제기된 당정분리론에 대해 “적절한 방안이 아닌 것 같다”며 “시대적인 요구에 따라 만든 것이고, 누구도 함부로 돌이키기 어렵다”고 못 박았다.

정무수석 부활론에도 “효과는 적고 부작용은 많다”며 “(당 소속의원과의 대화도) 취임 초 한두 차례 해 보았지만 당에는 아무런 도움도 안 되고 분란의 소지만 제공했다”고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정동영 통일, 김근태 복지 장관 등 대선주자 복귀론에 대해서도 “지금과 같은 당 문화에서라면 그 분들의 지도력이 당을 살리기보다는 몇 달 못 가서 상처만 입히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여권 위기의 원인으로 ‘구심력’을 꼽은 노 대통령은 “소속의원들이 지도부의 판단이나 협상결과를 비판하고 흔들어서는 어떤 지도부도 제대로 위신을 유지하고 전술을 구사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책임을 묻더라도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임기단위로 물어야 한다”고 당지도부 인책론도 비판했다.

이어 “취임 한 달도 안 되는 지도부에게 무슨 책임을 묻는다는 것인지, 참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도 말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중구난방은 다른 것”이라며 “당지도부와는 별개의 조직으로 당을 관리하는 강력한 권위와 권한을 가진 기관을 설치하는 방안을 건의한다”고 밝혔다.

다만 당정(정책)협의에 대해서는 “당정분리의 원칙 하에 총리를 중심으로 당정일체의 구조를 지켜 나가는 것이 좋겠다”며 “이를 위해 총리의 국정통할권을 확실하게 뒷받침하고, 당의 주도권을 실효성있게 하기 위한 방안도 당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국 상황진단=노 대통령은 “곰곰이 보면 우리당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 나라 정치 전체가 어려움에 빠진 것 같다”며 “당이 어려움에 처한 데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도덕적 신뢰의 상실, 대세의 상실, 당의 구심력 부재”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당은 행정수도 위헌판결, 4대 개혁법안 저지, 보궐선거 패배를 거치면서 정국의 대세를 잃어버렸다”며 “집권당이 대세를 잃으면 문제해결 능력에 대한 신뢰와 지지를 잃는다는 것은 정치현실의 기본원리”라고 진단했다.

이어 “유전개발 의혹, 행담도 사건이 가장 치명적인 사건일 것”이라며 “미안하기 짝이 없지만 달리 어찌 방안이 없으며, 그 결과를 보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있는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보은인사=총선 낙선자의 공기업 사장 기용과 관련, 노 대통령은 “원외인사 기용은 지역구도 극복이라는 간절한 목표를 실천하는 과정”이라며 “영남에서 지지가 없다 보니 명망있는 사람이 들어오지 않는 악순환이 되고, 지역구도가 더욱 굳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외인사 기용을 놓고 대통령이 여론의 매를 맞고 있다”며 “그에 반해서 당에서는 원외인사의 기용을 남의 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당에 서운함도 토로했다.

원내정당화에는 “민주정당의 대중적 토대가 갖춰진 다음에 당의 효율적 운영의 차원에서 천천히 검토해도 늦지 않다”며 “지금과 같이 지역편중 구도에서는 원내정당화는 나머지 지역의 당조직과 지지기반을 완전히 포기하는 결과가 된다”고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중앙당의 양적인 규모는 최대한 슬림화해야 하지만, 권한과 기능은 강화해야 한다”고 중앙당 슬림화 주장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노 대통령은 “92년 대선 패배 이후 김대중 대통령이 재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아무도 생각지 않았다”며 “정치도 인생도 장거리 경주와 같고,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다”고 재도약의 의지를 다지며 말을 맺었다.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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