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취재팀,주요지역 실태 조사] “서울 노점상 불황 모른다”
국민일보 | 입력 2005.02.20 05:59
장기 불황으로 서울 시내 상권마다 번듯한 점포들이 잇따라 문을 닫거나 주인이 바뀌는 고전을 거듭하는 동안에도 노루목을 차지한 노점들은 ‘꿋꿋하게’ 불황을 견디며 고액 권리금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 취재팀이 16〜20일 명동 동대문 남대문 강남역 신촌 종로 등 서울 노른자위 노점의 비공식적인 권리금 현황을 조사한 결과 오랜 불황의 끝자락인 요즘도 1억원을 웃도는 곳이 상당수 확인됐다.
인터넷에는 노점 거래 사이트가 등장했고,매수・매도자를 연결해주는 전문 브로커도 있다.
권리금은 점포를 다른 사람에게 넘길 때 자리값 명목으로 받는 웃돈을 말한다.
서울 노점 권리금 빅4는 명동 동대문 남대문 강남역이었다.
노점 브로커 A씨(45)는 “명동 일대는 노점상들에게 ‘꿈의 땅’이라 할 수 있어 권리금을 부른다면 목 좋은 곳은 1억원을 가볍게 넘겠지만 아무리 많은 돈을 줘도 외부인이 노점을 인수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지역 노점상들이 상권 보호 차원에서 명동복지회를 구성,노점 매매를 자체 단속하기 때문에 기존 노점상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친인척에게 양도하는 경우가 아니면 노점 주인이 바뀌지 않는다.
명동에서도 롯데백화점 부근과 중앙로(명동역〜외환은행 본점)가 최고 노른자위로 꼽힌다.
노점상 사이에는 ‘낮엔 남대문,밤엔 동대문’이란 말이 있다.
남대문 시장 일대는 낮 시간에,동대문 쇼핑타운 주변은 저녁부터 새벽까지 유동인구가 많아 고수익이 보장된다는 뜻이다.
동대문 쇼핑타운 주변은 밀리오레와 MMC극장,두타,APM 등 잇단 재개발과 리모델링 이후 노점 권리금이 크게 올랐다.
취재팀이 만난 이 지역 노점상들은 대로변의 경우 최고 1억원,뒷골목도 최소 3000만원을 권리금으로 불렀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카페 ‘노점상’에서 남대문시장 S상가 앞 노점을 1억원(리어카형 판매대+권리금)에 매물로 내놓은 사람은 “인수할 경우 다른 사람에게 월세를 줄 수도 있다”며 투자가치를 강조하기도 했다.
강남역 일대는 강남대로를 경계로 강남구 관할인 동쪽과 서초구 관할인 서쪽 시세가 하늘과 땅 차이였다.
노점 브로커인 B씨(47・부동산중개업)는 “서초구 지역은 단속이 심해 권리금이 거의 붙지 않지만 비교적 단속이 느슨한 동쪽은 부르는 게 값이라 좋은 자리는 1억원 이상 준다 해도 매물이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 신촌 종로 노원역 신천역 건대입구 충무로(을지로 극장가 포함) 등이 노점 권리금 상위 10위권에 포함됐지만 빅4 지역과 달리 경기상황,단속정보 등에 따라 시세가 등락을 거듭하고 있었다.
신촌 현대백화점 부근의 떡볶이 포장마차 상인들은 “하루 순수익이 60만〜70만원대여서 권리금은 4000만〜6000만원선”이라고 말했다.
종로1〜3가 대로변은 지난해까지 3000만〜5000만원대 권리금이 오갔지만 최근 집중 단속 소문이 퍼져 2300만〜3000만원대 매물이 늘고 있다.
노점이 하나의 상권으로 자리잡으면서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소공동 롯데백화점 명품관 공사현장 앞에선 건설기간 중 들어선 노점상들이 백화점측 철거요청에 불응하며 농성 중이다.
또 목이 좋아 보이는 곳에 노점을 차린 뒤 장사는 하지 않고 ‘초보 노점상’들에게 팔아넘겨 권리금만 챙기는 사기꾼도 기승을 부린다고 전국노점상연합회 관계자는 설명했다.
강준구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