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동대문 노점상 권리금 ‘1억원’…뒷골목도 3000만원
국민일보 | 입력 2005.02.20 03:05
[쿠키 현장]○…몇년째 계속된 경기침체로 서울 시내 상권마다 번듯한 점포들이 잇따라 문을 닫거나 주인이 바뀌는 등 고전을 거듭하는 동안에도 노루목을 차지한 노점들은 ‘꿋꿋하게’ 불황을 견디며 고액 ‘권리금’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 취재팀이 16〜20일 명동 동대문 남대문 강남역 신촌 종로 등 서울 노른자위 노점에 비공식적으로 붙어 있는 권리금 현황을 조사한 결과 불황의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요즘도 1억원을 웃도는 곳이 상당수 확인됐다. 인터넷에는 노점 거래 사이트가 여러개 등장했고,부동산처럼 노점 매수・매도자를 연결해주는 전문 브로커도 활동하고 있다. 권리금은 점포를 다른 사람에게 넘길 때 장사가 잘되는 정도에 따라 붙는 자릿값 명목의 웃돈을 말한다.
서울 노점 권리금 ‘빅4’는 명동 동대문 남대문 강남역이었다. 취재팀이 만난 노점 브로커 A씨(45)는 “명동 일대는 노점상들에게 ‘꿈의 땅’으로 통할만큼 황금지역”이라며 “굳이 권리금을 부르자면 목 좋은 곳은 1억원을 가볍게 넘겠지만 아무리 많은 돈을 줘도 외부인의 노점 인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지역 노점상들이 명동복지회를 구성해 노점 매매를 자체 단속하고 적발될 경우 노점 영업권을 박탈하기 때문이다.
복지회 관계자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경우 노점을 친인척에게 인계하거나 한동안 대리인을 내세워 영업하다 복귀하는 정도만 허용하고 있다”며 “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명동에서도 롯데백화점 부근과 명동역〜외환은행 본점의 중앙로가 최고 노른자위로 꼽힌다.
노점상 사이에는 ‘낮엔 남대문, 밤엔 동대문’이란 말이 있다. 남대문 시장 일대는 낮 시간에,동대문 쇼핑타운 주변은 저녁부터 새벽까지 유동인구가 엄청나 고수익이 보장된다는 뜻이다.
밀리오레와 MMC극장,두타,APM 등 고층상가가 길게 늘어선 동대문 쇼핑타운 주변은 잇단 재개발 재건축 리모델링으로 노점 권리금이 크게 오른 곳이다. 취재팀이 만난 이 지역 노점상들은 대로변의 경우 최고 1억원을,뒷골목도 최소 3000만원을 권리금으로 불렀다.
한 포털사이트 카페 ‘노점상’에는 남대문 S상가 앞 노점이 리어카형 판매대와 권리금을 포함해 1억원에 매물로 나와 있었다. 이 매도자는 “다이(판매대)까지 있으니 인수할 경우 다른 사람에게 월세를 내줄 수도 있다”는 소개글을 첨부했다. 남대문 시장의 한 노점상은 “그 매물이 1억원에 나온 지 석달쯤 됐는데 요새 남대문이 많이 위축돼 아직 팔리지 않았다”며 “하지만 경기가 조금만 회복되면 사려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역 일대는 강남대로 동쪽과 서쪽 시세가 하늘과 땅 차이였다. 강남대로를 경계로 서쪽은 서초구,동쪽은 강남구 관할로 서초구는 강력한 노점 단속을 실시하는 반면 강남구는 상대적으로 노점 문화를 용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점 브로커인 부동산 중개업자 B씨(47)는 “강남대로 서쪽 서초구 관할 지역은 워낙 단속이 심해 노점상이 발붙이기 힘들고 간혹 있더라도 권리금이 형성되지 않지만 동쪽은 매물이 거의 없는데다 부르는 게 값”이라며 “핵심 포인트는 1억원을 줘도 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밖에 노점 권리금 상위 10위권에 드는 곳은 신촌 종로 노원역 신천역 건대입구 충무로 등이었다.
경기 여파를 크게 받지 않는 빅4 지역과 달리 이런 곳은 경기상황,단속정보 등에 따라 권리금 시세가 등락을 거듭한다. 신촌 현대백화점 부근 도로변에서 떡볶기 어묵 등을 파는 포장마차 상인들은 “하루 순수익이 60만〜70만원대여서 권리금은 4000만〜6000만원선”이라고 말했다. 종로 1〜3가 대로변은 지난해까지 3000만〜5000만원대 권리금이 오갔지만 최근 집중 단속 소문이 퍼지면서 2300만〜3000만원대 매물이 늘고 있다.
이처럼 노점이 하나의 상권으로 자리잡으면서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소공동에 신축 중인 롯데백화점 명품관 공사현장 앞에선 건설기간 중 들어선 노점상들이 백화점측의 철거요청에 불응하며 농성 중이다.
또 목이 좋아 보이는 곳에 노점을 차려놓고 장사는 하지 않은 채 ‘초보 노점상’들에게 팔아넘겨 권리금만 챙기고는 사기꾼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국노점상연합회 관계자는 “노점 거래를 엄격히 규제하고 자체 단속을 실시하지만 사기행각에 휘말려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갓 구워낸 바삭바삭한 뉴스, The Kukmin Daily Internet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