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현장>한국과 거꾸로 가는 일본교욱

입력 2005. 1. 20. 11:53 수정 2005. 1. 20.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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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염동현 기자]교육현장의 새로운 권력집단으로 부상한 전교조 등 좌파성향의 교육관련 단체들이 내세우는 "인성교육" "창의성 교육" 등이 주류를 이루는 한국 교육계가 눈여겨 볼 일이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다.

학생의 개성과 창의성을 키운다는 일본 공교육의 기본원칙인 "여유교육"이 폐지되고 기본교과의 성취도를 중시하는 "학력우선 교육"이 도입될 것이라는 소식은 "학력의 평등"을 부르짖는 사람들에 의해 교육이 좌지우지되는 한국으로서는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일본 신문들은 20일 "학생들의 창의력과 개성을 키우기 위해 도입된 여유교육이 실제로는 기본 교과를 소홀히 해 학력저하의 주범으로 작용했다는 비판에 따라 국어 수학 등 기본 교과의 성취도를 중시하는 "학력중시교육"으로 전환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21일 일본 정기국회 개원연설에서 학력저하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여유교육을 표방한 학습지도요령을 전면개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힐 예정이라는 것이다.

이에 앞서 나카야마 나리아키 문부과학상은 18일 초・중학교의 수업시간을 조정해 국어 수학 과학 등 기본 교과목의 수업시간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나카야마 문부상은 "국어 수학 이과 사회 등 기본적 교과의 수업시간을 "종합학습" 시간을 줄여서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2002년부터 본격 시행된 종합학습은 "교과서에 얽매이지 않고 체험이나 탐구학습을 통해 종합적 사고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는 수업"으로 규정돼 있다. 일선 학교에서는 이를 주 2~4시간씩 일정한 틀이 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일본 교육당국은 또 기본교과 수업을 확충하는 것과 함께 전 학교가 공통의 시험을 보는 전국학력시험 부활도 검토하고 있다. 이는 학교별 성적 비교를 통해 경쟁을 유도하고 학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교육당국의 이같은 방침은 국제 학력비교 조사에서 일본 학생들의 성적이 경쟁국에 비해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준 데 따른 것.지난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2개국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에서 일본 고교생은 독해력 14위, 수학 6위로 2000년에 비해 각각 5~6단계씩 하락했다. 이같은 결과는 여유교육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분석이었다. 1970년대 중반부터 도입된 여유교육이 30여년이 흐르는 동안 일본학생들의 학력을 지속적으로 저하시켜 왔다는 설명이었다.

일본의 교원노조가 "입시과열과 주입식 교육의 폐해를 막는다"며 사회적 논쟁을 주도한 끝에 2002년에야 완성된 여유교육이 결국 학력저하와 경쟁력 약화를 초래했다는 주장에 일본 정ㆍ재계와 대부분 언론이 항변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와 관련, 일본경단련(한국의 전경련과 유사한 성격의 단체)이 19일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학교간 경쟁을 촉진하라고 제안했다. 경단련의 주장의 요지는 학교와 교사에 대한 평가, 학교선택권 보장 등이다.

헌법개정 제언을 발표하는 등 사회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경단련은 이날 발표한 제언에서 "현재의 일본교육은 사회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초ㆍ중학교에서는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학교와 교사를 평가하도록 해 급여 등 처우에 반영하는 제도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또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성 인정과 실효성 있는 평가제도확립을 빼놓을 수 없다" 지적하고 , 주식회사가 학교를 설립하는 데 따른 규제를 완화해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 주장했다.

경단련은 또 초ㆍ중학교 학교선택을 자유화하되 각 학교는 모집한 아동과 학생수에 따라 보조금을 받는 제도를 도입하라고 덧붙였다.

교육현장에 경쟁을 강화해 학력을 높이려는 시도는 일본에서 뿐 아니라 유럽의 OECD선진국들에서도 나타나는 일반적 현상이다. 독일과 영국 프랑스 등 일찌감치 전반적인 "평등"교육을 도입해 학생들의 학력저하를 경험한 나라들은 기본교과를 중시해 학력을 높이려는 시도를 하는 중이다.

이와는 달리 한국교육은 벌써 몇년째 이와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는 중이다. 지금은 국무총리가 된 정치인이 교육행정의 최고 책임자이던 시절 "무엇이든 한가지만 잘하면 대학갈 수 있게 하겠다"면서 결과적으로 "단군 이래 최저 학력" 세대를 양산했다는 비난을 들은 이후 교육현장은 가능한 한 "경쟁"을 없애려는 분위기에 휩쓸린지 오래다.

"서울대 폐지" "대학본고사 금지" "교교 평준화논의 절대불가" 등의 주장이 득세하고, 30% 이상이 "수"를 받아 "우"로는 명함도 못내미는 고등학교가 5곳 중 1곳이 넘을 정도로 내신성적 부풀리기 현상도 일반화됐다. 나라 전체가 그야말로 "학력(學力) 무시" 풍조에 뒤덮여 있다.

입만 열면 국가경쟁력 강화를 외치면서도 경쟁력 강화의 원천인 교육에서만은 "서로 경쟁시키는 일은 비인간적"이라는 주장까지 해가며 "학력의 평등"을 고집하는 세력들은 외국의 이런 U턴에 눈길을 돌려봐야 하지 않을까./ 염동현 기자- ⓒ 2004 데일리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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