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부른 만두사태

2004. 6. 14.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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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자살부른 만두사태 … 피해업체들 볼멘소리 일주일 남짓 온 나라를 들끓게 한 ‘불량만두’ 사태가 만두 제조업체 사장의자살로까지 이어졌다. 그의 자살을 계기로 이번 사태가 당국의 허술한 식품안전관리・감독과 처벌, 수사 당국의 부실 수사와 과장 발표 등이 빚어낸 결과라는지적이 나오고 있다.

버릴려는 단무지 촬영등 경찰 과잉수사도 도마에 ◇ “정부 책임 크다” 목숨 끊어=지난 13일 오후 8시50분께 불량만두소를 납품받아 만두를 만들어 판 ㈜비젼푸드 사장 신아무개(35・전남화순군)씨가 한강에 투신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사태의 더 큰 책임은 정부 쪽에있다고 믿고 있었다. 지난 10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만두소로무말랭이가 사용된다는 것을 알았던 정부가 업체의 위생상태를 지속적으로감독했다면 이런 엄청난 사태는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이번 만두 파동의 장본인인 불량 만두소 제조업체 으뜸식품은 지난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경기 파주시의 단속에 세 차례나 적발됐지만 1200여만원의과징금만 물고 영업을 계속했다. 이 업체가 그동안 만들어 판 만두소만14억3070만원 어치나 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청과 지방자치단체 등의 단속에 걸려영업정지 처분을 받아도 하루에 과징금 8만원만 내면 되는 ‘솜 방망이 처벌’도문제를 키웠다.

◇ 부실・과잉 수사는 없었나=경찰은 지금까지도 만두재료 제조업체의비위생적인 환경만 강조할 뿐, 이 재료가 사람 몸에 어떻게 나쁜지 증명하지못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4월19일 으뜸식품 대표 이아무개(61)씨를 뺀나머지 2명의 영장을 기각했다. “문제의 만두 재료가 인체에 나쁘다는 증거를찾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였다. 길고 지루한 논란 끝에 무죄 판결이 난‘포르말린 통조림’과 ‘공업용 쇠기름 라면’ 사건의 재연 가능성을 배제할 수없게 하는 대목이다.

경찰의 과잉수사 의혹도 하나둘씩 불거지고 있다. 단무지 제조업체 ㅇ식품이아무개 사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만두소 제조업체들이 가져간 단무지찌꺼기는 위생 상태가 좋아 일하는 직원들이 집에 가져가 장아찌를 담궈먹기도한다”며 “버리려고 한쪽에 쌓아둔 썩은 단무지를 경찰이 사진으로 찍어선정적으로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언론 선정보도까지 가세 "애꿎은 국민들만 피해" 이 과정에서 <한겨레>를 비롯한 언론도 식품 안전에 대한 차분한 문제 제기와대안제시 대신 ‘단무지 자투리 만두’를 ‘쓰레기 만두’로 표현하는 등 선정적보도를 해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피해자는 모든 국민=사건이 발표된 뒤 냉동 만두의 하루 매출은 최대90%까지 떨어졌고, 해외 수출길도 대부분 끊겼다. 일본 정부는 지난 9일 발빠르게한국산 만두 수입을 잠정 금지했다. 30여년 동안 만두만 만들어온 삼포식품관계자는 “반품 제품이 창에 수북이 쌓였고, 일본은 물론 미국, 네덜란드,오스트레일리아 등의 수출길이 완전히 끊긴 상태”라고 전했다.

신종원 서울기독교청년회 시민사회개발부장은 “이번 사건은 본질적으로규제개혁위원회가 규제완화라는 이름으로 위생검사 의무화 등 반드시 필요한식품규제마저 가로막은 데서 기인한다”며 “사전 예방이 불가능한 상황에서행정당국의 뒷북 단속과 가벼운 형사처벌 관행으로는 식품위생법이 제대로 기능할수 는 만큼 행정기관의 신속하고 과감한 조처와 엄중한 형사처벌이 병행돼야한다”고 지적했다. 또, “집단소송제가 만들어져 식품제조업체들의 자정을유도하지 않는 한 국민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길윤형 전정윤 기자 charisma@hani.co.krⓒ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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