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지구가 익사할 수도 있죠"

2003. 8. 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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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발루에 자유의 여신상 세우는 최병수씨지구의 새 주인 원숭이에게 쫓기던 한 사내가 뉴욕 해변가에 엎드려 주먹으로 땅을치며 울부짖는다. 그가 본 것은 환경파괴로 인류문명이 붕괴된 뒤 백사장에 파묻혀있던 자유의 여신상. 20여년 전 개봉한 미국 영화 〈혹성탈출〉의 이 충격적인 마지막 장면이 조만간재연될 것 같다.

현장미술가 최병수(44)씨가 남태평양 적도 부근에 있는 작은 섬나라투발루공화국에 자유의 여신상을 세우기로 했다. 9개의 산호초로 이뤄져 지표면이해발 2m가 넘지 않는 섬나라 투발루공화국은 지구온난화 등으로 해수면이올라가면서 국토 전체가 바닷물 속에 잠긴 상태다. 1만여명의 주민들은 이미 모두이웃 나라들로 이주했고, 정부도 지난해 ‘조국을 포기한다’는 성명을 남긴 채뉴질랜드로 망명했다.

최씨는 길이 10m 정도의 자유의 여신상을 만들고 여기에 눈금을 새겨 투발루 영토한 곳에 세워 둘 계획이다. 해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수면이 얼마나 올라가고있는지 알리기 위해서다.

“투발루는 해수면 상승으로 국민들이 떠나는 첫번째 나라지만 마지막 나라는아닐 것”이란 환경보호단체의 예언처럼, 최씨도 해수면 상승이 결코 남의 문제가아니라는 생각이다.

“우리나라도 10년 사이 해수면이 4.8㎝나 높아졌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아프리카킬리만자로에 덮여 있는 만년설이 15년 뒤엔 다 녹아버린다고 하니 이대로 가다간가까운 미래 지구의 모습이 불을 보듯 뻔하지 않습니까” 환경학자들은 남태평양의 몰디브 등 다른 섬나라들도 조만간 투발루와 같은운명에 놓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우리나라는 100년 정도 뒤엔 아산과 군산 등이물에 잠길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최씨가 미국의 상징인 자유의 여신상을 투발루에 세우려는 데는 또다른 이유가있다. “미국은 전쟁을 일으켜 인간과 환경을 죽이는 파괴적인 나라인데다, 최대이산화탄소 배출국이면서도 이를 줄이자는 교토의정서를 거부하기까지 하고있습니다.” 최씨는 이 ‘투발루 프로젝트’를 환경운동단체인 녹색연합과 함께 준비중이다.

자금 마련을 위해 이달 중순께 녹색연합 인터넷 홈페이지에 이 프로젝트를 알리는창을 만들고 모금운동에 나설 예정이다. 투발루의 정치인들과 주변국 엔지오들도환영의 뜻을 보이고 있어, 모금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올해말~내년초쯤 투발루로떠날 계획이다.

지난 1987년 ‘한열이를 살려내라’는 대형 걸개그림을 그려 잘 알려진 최씨가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듬해 원진레이온 노동자들의 임금투쟁을지켜보면서부터였다. “노동자들의 폐가 녹아가고 있는 걸 보고, 인간으로서의노동자에게 환경문제가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고민하게 됐죠.” 87년 ‘분단인’, 88년 ’반전반핵도’와 ‘백두산’, 89년 ‘노동해방도’ 등의작품을 통해 통일・반전운동과 노동운동에 실핏줄을 엮고 있던 최씨는 이후환경공부에 빠졌다. 쓰레기장에서 뒹구는 지구본을 그린 90년 ‘쓰레기들’이란작품에서는 본격적으로 환경문제를 주제로 잡았다. 또 97년 일본 교토에서 열린제3차 세계환경회의에서는 얼음으로 만든 펭귄을 제작하는 퍼포먼스(‘펭귄이 녹고있다’)로 세계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환경운동이 낭만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더군요. 제게는 절박한 생존권의문제입니다.” 최씨는 새만금과 북한산에 이어 요즘은 핵폐기장 건립으로 충돌이일고 있는 부안에서 주민들과 삶의 현장을 지키고 있다.

글・사진 김성재 기자 seong68@hani.co.krⓒ 한겨레(http://www.hani.co.kr),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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