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바닷물 범람 '원인' 놓고 논란

2008. 5. 5.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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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강한조류와 방파제 탓" vs 전문가 "먼바다 너울 탓"

(보령=연합뉴스) 윤석이 기자 = 9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남 보령의 바닷물 범람 사고의 원인을 놓고 기상청과 관련 전문가 등의 분석이 엇갈리며 논란을 낳고있다.

5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공식 발표자료를 통해 "보령 죽도 방파제 바닷물 범람 사고는 만조시 해안을 따라 흐르던 강한 조류가 인공적으로 구축된 방파제의 영향을 받아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해일이나 너울성 파도 등의 경우 강한 돌풍이나 지진 등 관찰할 수 있는 외부 현상이 있어야 하는 데 사고 당시 서해상에는 0.5∼4m/s의 약한 바람에 파고도 0.1∼0.2m로 높지 않아 폭풍 해일이나 너울성 파도가 생길 수 있는 조건으로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기상청 한 관계자는 "인근 해역에서 지진도 발생하지 않아 대형 유조선에 의한 너울 가능성까지 검토했으나 인근을 통과한 유조선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사고 현장과 당시의 기상 관측 자료 등을 토대로 원인을 정밀 분석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강한 조류와 인공 방파제만의 영향으로 `대형 파도'가 생겼다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대목들이 적지않다.

우선 이 일대 주민들은 방파제가 축조된 지 20년 가까이 됐지만 이번과 같은 현상은 처음이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있다.

죽도 선착장 인근에서 횟집을 하고 있는 고명래(67)씨는 "20년동안 이 자리에서 장사했지만 이런 일은 처음 겪는다"며 "파도는 딱 한번 쳤고 사람들이 물에 휩쓸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먼바다에서 발생한 너울성 파도가 해안으로 밀려들며 국지적으로 큰 파도를 일으킨 것이 아닌가 보고있다.

일반적인 파도(3-6초)에 비해 주기가 긴 너울성 파도(8-15초)는 먼 바다에서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수심이 앝은 해안으로 다가오면서 파고와 속도, 바닷물의 양이 갑자기 증가하면서 큰 피해를 낸다.

특히 보령 사고 발생 5시간여 전인 4일 오전 7시30분께 인천시 옹진군 대청도에서 썰물 때인데도 어른 키 높이의 바닷물이 범람하면서 항.포구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을 빚기도 해 발생 원인이 같은 너울이 두 지역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있다.

해양연구원 연안개발연구본부 이달수 박사는 "서해 먼바다에서 어떠한 외부적인 요인으로 생긴 너울이 서해안으로 밀려오면서 지형적인 요건의 변형을 거쳐 두 지역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너울을 일으킬 만한 외부 영향이 관측되지 않은 데다 옹진과 보령의 직선거리가 270여㎞에 달하고 두 지역 외에는 너울 영향이 관측되지 않아 보령 죽도의 바닷물 범람 사고가 너울 때문으로 단정하기도 쉽지 않은 상태이다.

해양연구원 방제연구사업단 박광순 단장은 "국내에는 먼바다에서 발생하는 기상이나 파고 변화 등을 관측할 수 있는 장비나 축적된 데이터가 없어 이번 파도 사고의 정확한 원인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좁은 지역에서 지형과 조류, 인공구조물 등이 서로 영향을 미쳐 높은 파도가 형성됐을 가능성과 먼바다에서 발생한 이상 현상으로 너울이 생겼을 가능성 모두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seoky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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