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구급대의 '황당한 전화 공세'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doctor@chosun.com 입력 2011. 1. 31. 03:08 수정 2011. 1. 31.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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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환자 발생시 대처 요령이나 이송할 병원을 소개받는 '1339 응급의료정보센터'에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평소 하루에 5통 정도가 고작이던 119 구급대원의 문의전화가 지난 27일 하루 동안 120여통이나 폭주한 것이다.

이들 119대원이 걸어온 전화는 한결같이 '의료 지도'를 요청하는 전화였다. 의료 지도란 구급대원이 응급의료정보센터에 근무하는 의사에게 응급환자 처치에 대한 의학적 조언을 받는 프로그램이다. 구급대원의 의료 지도 요청은 이날 부산· 대전응급의료정보센터 등 전국적으로 일어났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감사원은 지금 119구급대의 응급환자 이송의 적절성 여부를 감사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중증 환자를 의료 지도 없이 이송하다가 증세를 악화시킨 사례들이 불거졌다. 이에 소방방재청은 1339의 의료 지도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자료를 만들어 반박·해명하기 위해 구급대원들에게 의료 지도 요청을 대거 하도록 지시한 것이 취재결과 확인됐다.

실제로 본지가 입수한 전화 녹취록을 보면 억지로 지어낸 엉터리 환자 사례도 있었다. 가상의 환자를 대며 상담을 받다가 들통날 것 같자 전화를 툭 끊어버린 사례도 있었고, 구급대원들이 상담전화가 끊긴 줄 알고 자기들끼리 이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근데 웃긴 게 의료 지도를 왜 거기(1339)에 하는 거지?"

" 복지부에서 우릴 걸고 넘어진다고, ×같은 ××들이…."

119는 행정안전부소속이고, 1339는 복지부 소속이다. 두 부서는 응급환자 이송을 둘러싸고 해묵은 갈등을 벌여 왔다. 결국 응급환자 이송할 때 의료적 조언을 받으라는 1339(복지부)와 우리도 잘할 수 있다는 119(행안부)의 싸움인 셈이다.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국민에게는 119에 허위 신고하면 처벌한다고 해놓고 정작 국가 공무원(119 구급대원)은 1339에 거짓 전화를 하다니 이럴 수 있나"라고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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