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사줄까, 샤넬 사줄까?"..그녀 대답은?

입력 2011. 12. 2. 11:58 수정 2011. 12. 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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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뼘반 무게 600g에 600만원..샤넬백에 목매는 사람들

"가로 한뼘 반(25.5cm)에 무게 600g, 값은 600만원. 그저 작은 검정백일 뿐인데 여검사까지 대체 왜 그래?"

'벤츠 여검사'가 청탁대가로 540만원짜리 샤넬백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샤넬백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도대체 어떤 백이길래 뇌물성 명품(名品)으로 등극했냐는 것이다.

이땅의 남성들이 이같은 의문을 던지는 사이에 샤넬백은 한국 여성들에게도 '죽기 전에 하나쯤 꼭 갖고싶은 아이템'으로 각인되고 있다. 즉 '현대여성의 로망'이 된 것이다. 냉철한 지성을 갖췄을 여검사까지도 '가장 갖고 싶은 백'이 샤넬백이니 말이다. 그 뿐인가. 요즘 세간에선 "샤넬백을 갖고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상류층이냐 아니냐로 구분된다. 그러니 자연 샤넬백에 목을 맬 수 밖에 없다.

특히 '방귀 깨나 뀌는' 상위 0.1%의 극상류층에선 "샤넬백을 디자인별로 몇개나 보유하고 있는가"가 진정한 상류층을 가르는 잣대다. 이들은 샤넬백은 물론,얼마전까지 대유행했던 샤넬 J12시계(600만~1000만원대)와 샤넬 의상(통상 한벌에 1000만원대)까지 일습으로 갖춰야 행세 깨나 할 수 있다. 상류층 여성의 호텔 모임 같은 경우에는 10명 중 5,6명이 샤넬백을 들고 나오는 건 다반사고, 심지어 7,8명까지 겹치는 예도 있다고 전해진다.

부유층에선 결혼예물에 샤넬백이 들어간지 이미 오래고, 며느리가 손주를 낳으면 시부모가 하사(?)하는 아이템도 바로 샤넬백이다. 요즘은 SKY대학 합격선물로 샤넬백이 대세다. "자동차 사줄까? 샤넬 사줄까? 성형시켜줄까"하면 영리한 10대들은 "세가지 모두"라고 답한다. 그러니 샤넬백은 '뇌물성, 또는 선심공세용 명품'으로 승화(?)하고 있다. 누구나 열망하는 보편타당한 아이템이라 선물로 건넸을 경우 적중할 확률이 높고, 크기도 작아 상대에 안기기(?)에도 제격인 것이다.

여 검사가 받은 것으로 보도된 540만원(작년 가격)짜리 샤넬백은 검은 가죽을 마름모꼴로 누빈 샤넬의 최고 인기 클래식 라인이다. 금속 체인이 달린 이 라인은 A4용지(21x29.7cm)크기며, 중간 사이즈가 올들어 값이 올라 607만원이다. 샤넬의 클래식 백은 사이즈별로 550만, 607만, 663만원이다. 클래식백과 디자인은 거의 흡사(장식만 다르다)하나 표면이 앤틱을 연상케해 일명 빈티지 라인인 샤넬 2.55(1955년 2월에 만들어진 디자인을 다시 출시했다는 뜻에서 명명) 또한 클래식라인과 크기와 값은 똑같다.

프랑스의 명품 샤넬에는 이들 기본 디자인 외에도 700만~1000만원이 넘는 백들이 수두룩하다. 기아차 '모닝'의 값이 835만~1365만원이니 샤넬백을 여러개 갖고 있는 여성은 소형승용차 여러 대를 장롱 속에 모셔두고 있는 셈이다.

최근들어 샤넬 백에 대한 쏠림현상은 10대와 20대로까지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30-40대 골드미스들은 샤넬백을 사기 위해 유럽으로 '샤테크'여행을 떠나고, 요즘은 10대 여학생까지 샤넬백을 열망한다. 20~30대 여성 중에는 "남자친구가 머스트 해브(꼭 가져야할) 아이템인 샤넬백을 사준다면 지구끝이라도 따라가겠다"는 우스개소리를 하는 이들이 적지않다.

또 상류층에선 샤넬백을 디자인별로 매년 한두개씩 자녀들에게 사주면서, 상속, 증여의 수단으로 삼기도 한다. 그만큼 유행과 상관없이, 대를 물려가며 쓰는 클래식한 고전 명품백이기 때문이다. 젊은 층 중에는 부모(또는 애인)가 사준 샤넬백을 전당포에 맡기고, 용돈을 만들어 쓰는 예도 간혹 있다고 한다. 샤넬백은 전당포에서도 최고 인기 아이템이다. 누구나 좋아하는 베이직한 아이템인 데다, 전(全)연령대 여성들이 선호하기 때문이다. 더 고가(高價)브랜드인 에르메스는 '올드(old)해 보인다'고 해서 20-30대들은 그닥 반기지 않는 편이다.

샤넬은 창시자인 가브리엘 샤넬이 죽은 후 샤넬하우스를 이어받은 '패션의 황제'인 천재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가 "샤넬의 디자인은 절대 늙어 보여선 안된다. 노화(老化)는 명품 브랜드의 죽음이다"며 아주 앳되 보이고, 큐트해 보이는데 목숨을 걸다시피하고 있다. 물론 우아함을 잃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동시에 여성스러움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두가지의 철칙은 고도의 마케팅과 결합돼 오늘날 수많은 여성들을 사로잡고 있다. 패션의 관점에서 보면 샤넬이란 브랜드는 변혁을 별로 수용하지 않아 일각에선 '답습을 반복하는 브랜드'로 평가되곤 한다.

이를테면 샤넬의 트위드 수트 같은 경우 100m 밖에서도 "흠, 저 여성 샤넬을 입었군, 샤넬 백도 들었네!"라고 곧바로 인식될 정도로 천편일률적이다. 이는 새로움을 추구해야 하는 패션브랜드로선 어찌 보면 치명적인 약점일 수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오히려 사람들 사이에선 "나, 방귀 좀 뀌는 상류층이요"하고 여지없이 각인시켜줘 인기다. 그같은 역설적 요소가 오늘날 샤넬을 '최고로 사랑받는 명품브랜드'로 만든 한가지 요인이란 점에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샤넬은 또한 '자뻑', 즉 "자아성취" 아이템으로도 인기다. 즉 골드미스같은 독신여성이 자신의 마흔, 쉰같은 생일에 "너 그동안 수고했어!"라며 스스로에게 안기는 선물로도 샤넬이 가장 많이 쓰인다. 샤넬백은 최근들어 명품의 '엔트리 아이템'(진입하는 초기에 사는 품목)이 되고 있다. 과거 루이뷔통의 모노그램 라인이 국내에서 명품의 엔트리 아이템이었으나, 이제 모노그램이 대단히 대중적인 라인(일명 '통가방' 또는 '장가방')으로 확산되면서 샤넬 백이 그 자리를 조금씩 이어받기 시작했다. 강남권과 신촌 대학가, 여의도를 오가는 버스나 지하철에서 이제 샤넬백을 맨 여성을 만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이처럼 샤넬백이 한국의 여성들 사이에서 로망으로 꼽히며 너도나도 샤넬 쇼핑에 나서는 것에 대해 소비자심리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남성들 입장에선 '왜 비싼 돈 내고 굳이 남들과 똑같아지려는지 모르겠다'고 힐난할지 모르나 압축성장을 해온 한국사회에선 상위1%에 진입하지 않으면 곧 낙오하는 것이란 '계급적 강박'이 심해 명품대열에 어떻게 해서라도 끼려 하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막상 갖고 보면 "별 거 아니네"하게 되나, 남들과 비교해가며 숨막히는 경쟁을 펼쳐야 하는 한국 풍토에선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라는 것. "000가 들었는데 내가 왜 못들어?"라는 심리, 즉 '나도 한가락한다'는 심리와 높은 사회적 위치를 입증해 보이고자 하는 심사가 (설령 마음에 썩 들지 않더라도) 고가의 명품백을 구입하게 하는 동인이라는 것이다.

파리를 무대로 활동하며 '프랑스여자처럼'이란 책을 쓴 패션 컬럼니스트 심우찬 씨는 "일본에서 지난 1990년대 샤넬 열풍이 거세게 불며 샤넬에 빠진 여성들을 가리키는 '샤네라'라는 용어까지 생겼는데 이제 한국이 그 뒤를 잇고 있다"며 "(샤넬백을 그다지 원하지도 않고, 자신에게 어울리지도 않는다고 생각하면서도) 남에게 과시하기위해, 나도 그 대열에 끼기 위해 샤넬백을 앞장서 구입하는 오늘날의 현상을 가브리엘 샤넬이 보았다면 아마도 기함을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왜냐하면 가브리엘 샤넬은 '남과 다르게 스스로를 꾸미고 연출하기 위해 일평생 혁신을 추구하며 스스로를 사랑했기 때문'이라는 것. 따라서 샤넬백을 손에 넣는 것도 좋지만, 스스로의 개성과 취향을 정확히 간파하고 세련된 안목과 스타일링 능력을 꾸준히 갈고 닦는 노력이 더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샤넬 여사처럼 스스로를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며, 늘 돌아보는 자세도 꼭 수반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쨌거나 이제 사랑하는 여자친구에게 샤넬백 하나 흔쾌히 사주지 못하면 찌질한 무능력남으로 찍히는 시대요, 시집 가면서 시누이 등등에게 샤넬 백 하나 못사가면 따갑게 눈총받는 시대가 됐다. "샤넬백이 만약 50만원, 60만원이라고 해도 그렇게까지 열광할까?"라는 의문을 품으면서도 오늘 한국 땅에선 고가의 외제 명품백을 통해 스스로를 상류층임을 과시하는 계급적 물신주의가 그 그늘을 날로 짙게 드리우고 있다.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m.com,사진=이상섭 기자/batong@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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