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20대.. '알부자족' 끝내니 '청년실신'

2010. 1. 18.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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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십장생(10대들도 장차 백수가 되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에 이은 또 다른 '실업 신조어'가 등장했다.

이어지는 취업불황에 '실업 신조어'의 유행도 이어지고 있는 것.

취업포털 커리어는 지난해 취업시장에서 유행한 신조어를 모아 18일 발표했다.

신조어들은 비싼 등록금을 지불하기 위해 어렵게 학교생활을 유지하지만 여기서 시련이 끝나지 않고 어렵게 취업을 준비하는 일련의 과정을 담고 있다.

등록금 1천만원 시대를 대변하는 신조어로는 '알부자족'이 등장했다. '알부자'는 원래 실속있는 부자라는 뜻이지만, 신조어에선 알바로 부족한 학자금을 충당하는 학생들에 대한 반어적 표현. 특히 이들은 방학이 되면 명절과 여름휴가 등을 포기하고 평소 시급의 1.5배를 주는 알바자리를 찾아 나서는 '점오배족'으로 변신한다.

비싼 등록금은 힘겨운 일부 대학생들을 방학기간 동안을 룸싸롱 등 강남 유흥가로 몰기도 했는데, 이들은 방학 기간중 두 달 정도만 방을 임대해 일자리를 구해 '단기임대'라는 용어를 탄생시켰다.

'모라토리엄족(Moratorium族)'은 극심한 취업난에 졸업을 계속 미루는 추세를 반영했다. 취업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사회로 나가 실업자가 되느니 졸업을 미루거나 대학원에 진학하겠다 것. 비슷한 용어로 학교라는 둥지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일명 '둥지족'도 있다.

'도시락족'과 '5천원족'은 경제적으로 힘든 대학생들의 모습을 그대로 나타내는 단어다. '도시락족'은 말그대로 도시락을 싸들고 다닌다는 뜻이고, '5천원족' 역시 5천원으로 하루를 보낸다는 뜻이다. 두 단어는 불황기 직장인들에게도 번지기도 했다.

'예비 취업자' 대학생들의 고충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취업을 위해 필요한 인턴십, 아르바이트, 공모전, 봉사활동, 자격증 등 다섯 가지 취업 필수 요소인 '취업 5종세트'를 따야하는 것. 이들은 방학을 이용해 어학연수, 해외인턴십, 교환학생, 해외체험 프로그램 등 해외로 눈을 돌리는 '어브로드족(abroad族)'도 변신한다.

주요기업들의 채용이 상하반기 공채시즌에 몰리며 집에서 취업 원서접수에 매진하는 '홈퍼니족(homepany族)'도 눈길을 끈다. 홈퍼니는 원래 홈(Home)과 컴퍼니(Company)를 결합한 말로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들을 빗대어 만들어진 신조어지만 최근에는 구직자들을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만약 구직 중이라면 "홈퍼니에서 일합니다"라고 하면 된다.

바쁜 취업준비와 아르바이트 때문에 교우관계를 맺기 어려운 학생들은 '나홀로족'의 길을 걷고 있다. 친구들과 한참 어울릴 20대이지만, 성공적인 취업을 위해 개인의 스케줄에 맞춰 혼자 공부나 아르바이트 등 취업을 준비하는것이 특징. 이들은 커피전문점에서 혼자 일하는 '코피스족(coffee+office族)'이나 혼자 시간을 즐기는 '글루미족(gloomy族)'으로 변형되기도 한다.

취업이 대학생활의 최대 목표가 되고 그에 따라 인간관계도 점차 단편화 되어가는 요즘, 필요에 의해 온라인상에서 맺은 친구를 목적달성이 끝나면 삭제한다는 '언프렌드(unfriend)'란 말도 보편화된지 오래다.

본격적인 취업활동을 위해 구직자들은 주로 '자소설'을 쓴다. 취업에 도움이 되도록 자신의 성장과정과 경력 등을 다소 과장되게 작성하는 자기소개서를 일컫는 것.

서류전형 합격자 발표가 끝나면 일주일 남짓 남은 짧은 준비기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스폿스터디(spot study)'를 구성한다. 'OO기업 1차면접 스터디' 등 주로 기업명을 내건 이름으로 취업 커뮤니티에 등장하는 스폿스터디는 목적이 분명한 만큼 구성원들의 집중력이 높으며 희망기업 입사를 위한 맞춤형 준비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외에도 외모 콤플렉스가 심한 구직자들은 취업(면접)에 대한 자신감을 높이기 위해 과감히 성형수술을 하기도 하는데, 이로 인해 '면접성형'이란 신조어도 나왔다.

지방 구직자들이 많이 쓰는 신조어도 생겼다. '서울족'은 지방에서 취업 때문에 상경해 구직활동을 하는 이들을 가리키며, 지방에 거주하다가 서울에서 진행되는 면접전형에 참여하기 위해 KTX로 동행하는 멤버들은 카풀 대신 'KTX풀'을 이용한다. 실제 공채시즌이 되면 주요 취업 커뮤니티에는 KTX풀을 모집한다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이런 대학생들의 실태를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단어가 '청년실신'. '청년실신'은 대학생들의 취업시기가 점점 늦춰지면서 졸업 후 실업자 또는 신용불량자가 된다는 뜻이다.

취업이 대학생들의 목을 죈다는 '목찌'란 신조어와 직장을 혼수 중 하나로 여기는 '혼수취업'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해 '우울한 취업현장'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

뉴스팀 정원진 기자 aile0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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