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니까 男女 같이 옷갈아 입으라고?

2011. 9. 17.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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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김수영 기자]

전국 남녀공학 중.고등학교 절반 가까이에 탈의실이 설치돼 있지 않거나, 남녀 공용탈의실이 설치돼 있어 사춘기 학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중학교에 재학 중인 김나경(15)양과 친구들은 체육시간만 찾아오면 일단 주변을 살피기 바쁘다.

교실안에서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탓에 교복을 입은채로 체육복을 갈아입는 '기술'까지 몸에 익었지만 일주일에 2-3차례 있는 체육시간마나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김 양은 "옷 갈아입을 공간이 없어서 교실 안에서 치마 안에 체육복 바지를 입거나 교복 블라우스 위에 체육복 티셔츠를 입고 옷을 갈아입기도 한다"며 "남자친구들도 있는데 솔직히 불편하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김 양은 "남자친구들은 교실 뒤편에 있는 사물함을 빼서 그 뒤로 들어가서 체육복바지를 갈아입기도 한다"며 교실분위기를 전했다.

이 학교에서 만난 다른 김 모(15)양도 "옷을 벗을때 잘못벗으면 속옷이 다 보이고 치마를 입은채로 바지를 입는다 하더라도 늘 속바지 입고온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는 이미 탈의실이 설치돼있지만 남녀공용탈의실 한 개밖에 없는 탓인지 학생들은 아무도 탈의실을 이용하지 않고 있었다.

탈의실이 설치돼 있지 않은 다른 중학교의 사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학교에 탈의실이 설치돼 있지 않은 한 중학교에서 만난 윤동민(14)군은 "여자 친구들이 나가면 교실에서 갈아입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화장실에서 갈아입는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서 만난 김 모(15)군도 "화장실 바닥에는 물이 고여 있거나 질척거리는 경우가 많은데 옷을 갈아입을 때마다 교복 바지나 체육복 바지가 젖기 일쑤"라며 "일주일에 서너 번씩 고약한 냄새를 참으면서 옷을 갈아입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다"라고 맞장구를 쳤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김상희(민주당)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제출받은 '남녀공학 중고교 탈의실 설치 및 이용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국 남녀공학 중고교의 탈의실 설치 율이 현저히 떨어질 뿐만 아니라 설치된 탈의실 역시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전국 남녀공학 1309개교 중 절반(48.1%)에 해당하는 630개 학교에는 탈의실이 설치되지 않았고, 남녀공학 중학교 3개교 중 1개교인 720개(31.3%) 학교에도 탈의실이 없었다.

또 탈의실이 설치된 학교 10개교 중 1개교(중학교 10.9%, 고등학교 7.8%)도 남녀 공용탈의실을 운영하고 있어 탈의실이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김상희 의원은 "중학생의 경우 1,2학년 체육수업의 수업 시수가 100회가 넘고, 중3의 경우 70회가 넘는다"며 "오죽하면 여학생들이 교복을 입은 채로 체육복을 갈아입는 것을 요령으로 익히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춘기 청소년들에게 제대로 관리된 탈의실조차 제공하지 못하면서 올바른 성역할을 교육하려고 하는 것을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조속한 탈의실 확충을 촉구했다.syk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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