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놀박피술로 괴물" 피해자들의 장탄식

입력 2009. 8. 3. 09:30 수정 2009. 8. 18.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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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한 번 시술로 아기 피부가 된다고 했는데 괴물이 돼버렸어요"

`페놀 박피'로 얼굴 60%에 화상을 입고 3급 장애판정을 받은 A(40.여)씨는 3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고통을 호소하며 울먹였다.

2006년 1월 당시 무용강사였던 A씨는 평소 눈 밑의 기미가 콤플렉스였다고 했다.그는 우연히 케이블 의학전문 채널을 틀었다가 서울 강남 유명 피부과 P원장이 박피술로 기미를 완전히 없앨 수 있다며 시술 전ㆍ후 사진을 소개하는 것을 보고 곧장 병원을 찾아간 게 화근이었다.

A씨는 상담실장과 원장을 차례로 만났을 때 "`심부피부재생술'을 하면 부작용도 전혀 없고, 간단한 방법으로 기미를 100% 없앨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시술을 결심했다.

당시 페놀성분을 쓴다고 설명했다면 시술을 받았을 리 만무하다는 게 A씨의 전언이다.사흘 뒤 1천200만원을 주고 박피술을 받은 A씨는 마취에서 깨어나자마자 얼굴이 타는 듯한 통증을 느꼈으나 P원장은 "시술이 잘됐다. 연고를 바르고 한 달 뒤에 찾아오라"며 그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얼굴에서 피고름이 계속 흐르고, 양볼과 이마의 피부가 붉고 울퉁불퉁해졌다. 하지만 P원장이 `우리나라에서 심부피부재생술을 할 수 있는 의사는 나밖에 없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 말해 믿을 수밖에 없었다"라고 회상했다.

A씨는 2007년 5월 "개선한 박피술을 추가로 받아보라"는 P원장의 말에 300만원을 내고 부원장 안모씨에게 2차 시술을, 같은 해 10월 3차 시술까지 받았지만 효과가 없었다.

하지만 2008년 4월 P원장이 심장마비로 숨질 때까지 병원을 옮기지도 못했다.P원장이 숨지기 한 달 전 KBS 1TV 프로그램 `소비자고발'이 P원장에게 `페놀박피'를 받고 부작용을 입은 환자 4명의 이야기를 보도하기도 했다.

A씨는 "작년 6월 대학병원을 찾아가 화상에 따른 장애진단을 받았다. 지금은 염증이 심해 피부이식도 못한다는데 향후 치료비가 5천만원이 넘는 것은 물론 원래 얼굴로 돌아갈 수도 없다고 한다"며 장탄식을 했다.

그는 "박피술을 받고 3년 6개월 동안 직장은커녕 집과 피부과만 오갔고, 멍하니 거울을 보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며 "결혼을 약속했던 사람과도 헤어졌고 고통은 끝이 없다"며 신세를 한탄하기도 했다.

아울러 작년 3월 같은 병원에서 1천600만원을 주고 `페놀 박피'를 받은 B(50.여)씨는 얼굴 80%에 화상을 입고, 피부가 말려 올라가 눈이 안 감기는 안검외반증 때문에 실명 가능성이 있어 올해 2월 피부이식수술을 받았다.

B씨는 "골프 하다 생긴 기미를 없애려고 박피술을 받았는데 갑자기 피부과는 문을 닫고, 찾아가는 대학병원마다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 난감해했다"며 "남편에게 미안할뿐만 아니라 모자와 마스크가 없으면 외출도 못한다"라고 분노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이날 A, B씨를 포함해 여성 10명에게 `페놀 박피'로 부작용을 일으킨 혐의(업무상 과실치상)로 부원장 안씨 등 의사 두 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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