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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력이 내 딸을 죽였다” 전운 감도는 장안동

경향신문 | 입력 2008.11.03 15:54 | 누가 봤을까? 50대 남성, 서울

 




'어디 한번 두고보자….'
경찰의 집중 단속으로 생계의 벼랑 끝에 내몰린 안마시술소 여종업원 이모씨(26)가 남긴 유서 내용의 일부다. 3일 오후 이씨가 몸담았던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ㄱ안마 정문 앞에는 이씨의 유서 전문이 적힌 대형 펼침막이 내걸려 행인들의 시선을 끌었다.

이씨는 지난 1일 오후 이 업소 안마욕조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선 "죄 안 지으려고 너희(경찰)들한테 최대한 불법 안 하고 근신하면서… (단속을) 정도껏 해야지…"라며 경찰 단속을 원망하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ㄱ안마는 단속에 걸려 영업이 정지된 상태였다.

전날에는 인근 오피스텔에서 ㅋ안마 종업원 오모씨(36)가, 8월 말에는 업주 최모씨(49)가 단속으로 생계가 어렵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업주와 종업원들의 자살이 잇따르자 장안동 일대 업주들은 동요하고 있다.
이날 이씨의 빈소가 차려진 코리아병원 장례식장에는 업주와 종업원 수십명이 고인의 넋을 위로하고 있었다. ㄱ안마 사장은 "나를 엄마라 부르며 5∼6년을 함께 의지하며 지내왔다. 이렇게 극단적인 행동을 할 아이가 아닌데,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평소 이씨와 가깝게 지냈다는 종업원들과 업주의 말을 빌리면 이씨가 이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는 역시 '생계고'다. 한 업주는 "(경찰 단속으로) 진짜 힘든건 우리가 아니라 하루빨리 업소가 다시 문을 열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빚을 안고 있는) 직원들이다"고 전했다.

"결국 공권력이 우리 딸을 죽였다", "이건 단속이 아니라 그야말로 초토화 작전이다." 빈소 여기저기서 업주들의 하소연이 이어졌다. 아무리 불법영업을 했다지만 그래도 경찰이 유예기간이나 향후 대책 등을 제시하지 않고 너무 강압적으로 단속하고 있다는 게 업주와 종업원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이들은 특히 경찰의 단속 방법을 도마에 올렸다. 한 업주는 "사복차림을 한 4명이 술냄새를 풍기며 손님처럼 가장해 들어왔다"며 "돈까지 지불한 후 자리에 눕더니 5분 후에 느닷없이 카운터를 점거하고 전화를 걸었고 곧바로 의경 수십명이 들이닥쳤다"고 단속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장안동 일대 동종업소 10곳 중 9곳이 이같은 "함정단속"에 걸렸다고 업주들은 한 목소리로 주장했다.

한 업주는 지인과의 전화통화에서 "이젠 올 데 까지 왔다. 이판사판이다"고 했다. 상납받은 경찰 관계자 명단의 추가 공개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동대문경찰서 관계자는 "잇단 자살 사건으로 업주와 여종업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으나 경찰의 단속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 고영득기자 ydko@kha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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