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신뢰로 큰 '파워블로거' 알고보니 '파워브로커'

백인성 기자 2011. 7. 3.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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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요리 블로거도 220여차례 공동구매 알선기업들이 먼저 접근.. 전문 회사도 수십개나

한 파워블로거가 수억원의 뒷돈을 받고 하자 있는 상품의 공동구매를 추진한 사실(경향신문 7월2일 1면 보도)이 드러난 데 이어 다른 유명 블로거도 220여차례 공동구매를 통해 엄청난 수익을 올려온 것으로 확인됐다.

또 화장품과 주방용품, 정보기술(IT) 제품, 식품류의 경우 이 같은 유명 블로거들의 광고성 게시물과 공동구매가 빈번한 것으로 밝혀졌다. 인터넷 포털에서 활동 중인 유명 블로거들이 자신의 유명세를 앞세워 특정 제품의 판촉사원 행세를 한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도덕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유명 요리 블로거 ㅁ씨는 2009년 3월부터 올 6월까지 220여차례에 걸쳐 공동구매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블로그의 주제는 요리였지만 이곳에서 파는 제품에는 식품류 외에 아이패치, 세제도 포함됐다. ㅁ씨는 2008년부터 매년 네이버 파워블로거로 선정된 유명 인사다. 그의 블로그를 찾은 방문자는 5000만명에 육박한다. 그가 쓴 요리책은 서울시내 유명 서점의 베스트셀러다.

ㅁ씨는 이 같은 신뢰를 등에 업고 대기업 제품의 공동구매를 알선해 막대한 수수료를 챙겨왔다. 그는 아예 자신의 블로그에 공동구매 날짜를 표기한 '공구 달력'까지 마련해 붙였다. 그러나 게시물 어느 곳에도 기업에서 수수료를 챙겼다는 사실은 알리지 않았다.

그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물품당 대략 4~5%의 수수료를 받았다. 수수료를 받은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점을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유명 블로거 중 수수료를 공개한 사람은 없었다. (수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소비자가 암묵적으로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파워블로거 ㅎ씨의 금품수수 사실이 경향신문에 공개된 뒤 인터넷에서는 네티즌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대부분의 파워블로거들은 자신의 블로그에 공동구매 게시물을 비공개로 돌리거나 기업에서 돈 받은 사실을 사과하기에 바빴다. 그러나 이들 두 명의 파워블로거 외에 대부분 인기 블로거들이 공동구매나 제품 홍보성 기사를 통해 뒷돈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행태가 블로거와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잡고 있는 실정이다.

한 소셜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대량 판매를 조건으로 내건 채 공동구매를 할 수 있게 해달라는 블로거들의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기업이 먼저 파워블로거에게 접근하기도 한다. 블로그 마케팅만 전문으로 하는 회사도 수십여개에 이른다.

최근 20대 여성을 위한 화장품 블로그를 운영하는 김주연(가명)씨는 한 광고대행사의 연락을 받았다. 그는 "(광고대행사 측에서) 게시물당 10만원을 지불할 테니 화장품을 써보고 호의적인 리뷰를 써달라고 했다"며 "하루 수천명이 들르는 그저 그런 블로그에도 접근하는 걸 보면서 파워블로거들에겐 수없이 많은 요청이 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상당수 블로거들이 기업에서 돈을 받고도 이 같은 사실을 숨기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소비자 개인의 의견인 것처럼 게시물을 올려 제품과 관련된 호의적인 이미지를 만들거나 방문자들의 구매를 유도하는 수법이다. 상당수 블로거들은 직접 물건을 써보지도 않은 채 기업이 써준 홍보문구를 그대로 전재하고 있다.

또 공동구매라는 이름을 붙여 제품을 팔면서 인터넷보다 비싸게 파는 경우도 허다하다. 소비자들은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뒤 "신뢰가 배신당했다"며 블로거들을 집중 성토하고 있다.

공동구매에 참여한 한 소비자는 "친근한 이웃으로 가장했지만 알고보니 블로거의 탈을 쓴 기업이었다"며 "파워블로거가 기업에서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제품 구매를 했을지 의문이다. 그래서 스스로도 숨겨온 것 아니냐. 다시는 믿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파워블로거는 "블로그는 이미 1인 기업이고 매체다. 블로그가 일종의 직업으로 인식되는 마당에 돈을 벌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다른 블로거는 "문제가 된 사건은 건강과 결부된 문제다보니 예민할 수도 있지만 모든 파워블로그를 싸잡아 문제가 있는 것처럼 그리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 백인성 기자 fxman@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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