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방해 도 넘은 보수단체 '노익장'

김지환기자 2009. 11. 14.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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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도 없는 노동자 농성장까지 '초토화'"민주주의 기반 흔드는 사적 폭력" 비난

지난 7일 오전 10시쯤 충남 서산시청 앞 광장. '동희오토' 비정규직 해고노동자들의 천막 농성장에 수십명의 할아버지들이 모여들었다. 베트남참전유공자회 서산지회 회원들이었다. 이들은 해고자들을 '간첩', 철거를 말리는 시민들을 '빨갱이'라고 몰아세우며 천막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항의하는 노동자의 목을 꺾어진 죽봉으로 감고 끌고다니기도 했다. 기아차 '모닝'을 만드는 이 회사의 비정규직 해고자들이 4개월째 이어온 농성장은 순식간에 초토화됐다.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 관계자는 "베트남 참전 용사들과 비정규직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7일 오전 10시쯤 충남 서산시청 앞 광장에 있던 '동희오토' 비정규직 해고자들의 천막농성장에 '베트남참전유공자회' 회원들이 몰려와 강제로 천막을 뜯고(위 사진) 해체된 기물을 치우고 있다(아래).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 제공일부 보수단체의 '집단 행동'이 도를 넘고 있다. 진보성향 행사를 막거나 방해하던 물리력 행사가 노동자들의 농성장까지 확대되고, 폭력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법 테두리를 넘어 민주주의 기반을 흔드는 '사적 폭력'의 전조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한국 사회의 주요 이슈마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회 등 보수단체 할아버지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친일인명사전 발간 국민보고대회, '희망과 대안' 창립식, 서울대 교수들의 시국선언을 방해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가묘 훼손 퍼포먼스, 국민행동본부의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분향소 철거까지…. '반핵반김' 집회에 모이던 보수·극우 단체 회원들이 거리와 행사장, 노동자들의 농성장으로 계속 외연을 넓히고 있다.

이 같은 사적 물리력 동원에 대해 학계와 시민단체들은 민주주의의 위기라며 걱정하고 있다. 고려대 조대엽 교수는 "보수·진보의 대립이 아니라 극단적인 냉전세력이 시민사회의 합리적인 대화를 방해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앙대 신광영 교수도 "보수인사들의 극단적 행동은 정부의 친위대를 자임하는 일종의 사적 폭력"이라고 짚었다.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보수단체 회원들의 돌출행동은 집회·시위 등에 대해 공권력 대응으로 일관하는 현 정부의 거울 이미지일 수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과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가 기능이 마비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김지환기자 baldkim@kyunghyang.com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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