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도 못잡나" 말했다가 징역5년

이용균기자 2009. 9. 1.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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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 "70년대 '긴급조치' 국민 기본권 침해"국회엔 명예회복 특별법 제정·국가엔 사과 권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안병욱)는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이 9차례 발동했던 '긴급조치'가 사회 전 분야를 위압적으로 통제하면서 헌법상 보장되는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1일 밝혔다. 긴급조치의 위법성을 국가기관이 처음으로 공식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진실화해위는 국가에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를 권고했으며, 국회와 사법부에도 피해자를 위한 특별법 제정과 인권침해 구제 기회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진실화해위는 74~79년 긴급조치 1~9호 위반 사건 판결문 1412건을 분석한 결과 48%가 국민들의 일상적 발언을 유언비어 유포라는 명목으로 처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유신체제에 저항하는 학생운동 탄압은 32%로 뒤를 이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모씨는 긴급조치 1호 발동 직후인 74년 1월 강원 속초의 한 다방에서 친구들에게 "물가를 잡는다더니 거꾸로 물가가 오르고 있다. 정부가 국민을 기만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가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구속돼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농부 박모씨는 이웃에게 "여순반란사건 때 박정희가 부두목이었는데 운이 좋아 대통령이 됐지"라고 말했다가 징역 12년이 선고됐다. 한국감정원에서 일하던 강모씨는 75년 11월 술에 취해 택시를 타고 가다가 "박정희는 도둑놈. 김종필도 도둑놈이다"라고 말했다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진실화해위는 "정권유지를 명분으로 긴급조치를 비판하는 사람까지 처벌한 것은 위법·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중대한 인권침해"라며 "수많은 피해자들을 위한 전면적인 구제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국가를 상대로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는 물론 긴급조치의 인권 침해 사실을 국민에게 교육할 것을 권고했다. 또 국회에는 피해자 보상과 명예회복을 위한 별도의 입법(특별법 제정)을, 법원은 헌법재판소에 긴급조치 위헌심판을 제청할 것을 권고했다. 김준곤 상임위원은 "법원의 재심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헌재가 긴급조치는 위헌이라고 판단해주면 관련 판결의 재심이 손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긴급조치

박정희 정권이 1974년 1월부터 75년 5월까지 모두 9차례 발동, 유신체제 반대 운동을 탄압하는 데 쓰였다. 79년 박정희 대통령 사망 때까지 계속됐으며 80년 국회 동의가 필요한 비상조치로 바뀌며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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