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규와 전화만 했다"던 홍보수석 골프까지 쳤다
[한겨레] 약속 전 수백만원 상품권 구입, '가명'으로 명부 작성
박씨 귀국 일주일 전 검찰과 만나 귀국 일정 조정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로비스트 박태규(71)씨와 수십차례 통화를 한 데 이어 가명을 사용해 박씨와 골프도 친 사실이 검찰수사과정에서 드러나 파문이 커지고 있다. 박씨는 특히 김 수석과 골프를 치기 직전 수백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구입했던 것으로 알려져, 검찰은 이들의 골프 회동 성격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는 박씨와 김 수석이 지난해 상반기에 경기 광주시 소재 E골프장에서 라운딩을 가진 정황을 잡고, 이달 중순 이 골프장에 공문을 보내 지난해 이용객 명단을 제출받았다고 <한국일보>가 31일 사정당국을 인용해 보도했다. 해당 명부에는 박씨와 '김○○'이 함께 골프를 친 것으로 기재돼 있는데, 검찰은 관련자 진술 등을 통해 '김○○'이 김 수석의 가명이었던 사실을 파악했다고 한다.
이들이 골프를 쳤던 지난해 상반기는 감사원의 요구로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가 부산저축은행에 대해 공동검사를 진행하던 시기로, 금융권에서는 이미 부산저축은행 퇴출설이 흘러나오던 때였다. 검찰은 당시 김 수석이 청와대 기획관리실장으로 재직 중이었다는 점에서, 박씨가 김 수석을 상대로 부산저축은행 퇴출 저지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또, 박씨의 휴대폰 통화내역 조회를 통해 그가 이 무렵 김 수석과 수십 차례 통화한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은 4월 초 캐나다로 도피했다가 28일 자진 귀국한 박씨를 상대로 김 수석에게 부산저축은행 관련 청탁을 했는지, 김 수석에게 상품권 등 금품을 건넸는지 조사 중이다. 검찰은 박씨에 대한 조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김 수석을 불러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수석은 "박씨와 원래 개인적 친분이 있고, 지난해 금감원과 예보가 부산저축은행 공동검사에 나섰던 초기쯤에 박씨와 골프를 한번 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부산저축은행과 관련해 구체적인 청탁을 받았거나 어떤 '액션'으로 도와준 일은 결코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다만, 박씨가 '부산저축은행이 퇴출되면 정무적으로 정부에 부담이 되지 않겠느냐' 정도의 의견을 말하긴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지난해 고위 공직자를 상대로 부산저축은행 구명 로비를 벌이는 대가로 이 은행에서 17억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박씨에 대해 이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박씨가 지난해 2월부터 시작된 금융당국의 부산저축은행 검사 과정에 개입해 무마 로비를 벌이거나, 같은 해 6월 포스텍과 삼성꿈장학재단의 투자를 받아 부산저축은행이 1000억원 유상증자에 성공하는 과정 등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돈거래 사건이 터진 8월 29일 돌연 귀국한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가 일주일 전 검찰과 만나 귀국일정을 조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는 자진귀국이라는 검찰의 설명과 달라 논란이 일고 있다.
<에스비에스> '8뉴스'는 30일 "검찰은 알려진 것과는 달리 박씨가 귀국하기 일주일 전 쯤 캐나다에서 박씨를 직접 접촉해 귀국일정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에스비에스>는 이어 "특히 검찰이 박씨가 도피 직전까지 접촉했던 고위 인사 10여 명에 대한 내사도 상당히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정관계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에스비에스> 보도는 그동안 박씨가 자진 귀국했다고 주장하면서 공교롭게도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2억 파동이 발생한 시점에 박씨가 귀국한 '타이밍'에 대한 세간의 의혹을 일축해온 검찰 주장과는 정면 배치되는 것이어서, 벌써부터 트위터 등에서 음모론이 제기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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