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고립 5명 구조한 광주 굴착기 기사의 고민
새 중장비 수리비 3천만원..보험·AS 안돼 막막
(광주=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 지난달 27일 수해 때 경기도 광주시에서 한 굴착기 기사가 위험을 무릅쓰고 시민 5명을 구조한 사실이 9일 뒤늦게 알려졌다.
그러나 이 굴착기 기사는 이 일로 갓 구입한 굴착기를 자비 수천만원을 들여 수리해야 할 처지에 놓여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 기사는 "생명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는 말로 위안을 삼고 있다.
폭우가 쏟아진 지난달 27일 오전 4시부터 초월읍 지월리 삼육재활센터 건너편 둑을 복구하던 김종혁(36)씨는 오전 11시30분께 곤지암천이 갑자기 범람하며 굴착기가 물에 잠기는 순간 "사람 살려요"라는 다급한 목소리를 들었다.
폭우로 앞을 제대로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주위를 둘러보다가 인근 공장 지붕에 고립된 두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김씨는 굴착기 운전석까지 물이 차오르는 상황에서도 굴착기를 몰고 공장으로 들어가 외국인노동자 2명을 굴착기 버킷(바가지)에 실어 구조했다.
이어 자동차 지붕 위에 올라가 세찬 물살을 버티던 노부부와 택시 운전기사를 굴착기로 물길을 막고 나서 구조했다. 모두 5명을 생사의 갈림길에서 구해낸 것이다.
그러나 이 구조작업으로 1억2천만원을 주고 할부로 구입한 지 한 달도 안 된 새 굴착기는 엔진이 침수돼 3천만원의 수리비 견적서가 나왔다.
굴착기 수리할 때까지 생업을 포기해야 하고 굴착기를 수리해도 정상 운행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차보험을 받아 주지 않아 보험금을 받을 수 없고 정비센터에서도 무상수리 대상이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다.
4년간 마을 반장에 이어 3년째 마을 총무를 맡아 지월5리의 영화속 '홍반장' 같은 존재인 김씨는 그러나 "하천이 범람하는 급박한 상황에서 도와달라고 외치는 사람들을 내버려둘 순 없었다. 생명보다 소중한 것은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광주시는 굴착기 제조사에 무상 수리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고 김씨를 지원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kt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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