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죽는게..' 벼랑 끝 노인들 돌파구는 없나

조현아 2011. 5. 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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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현아 기자 = "더 이상 살 수가 없어 세상을 떠난다…." 올 새해 1월1일 아침. 60대 노부부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숨진 채 발견됐다.

한달에 기초생활수급비 43만원을 받아 월세 30만원을 내고 남은 돈으로 입에 겨우 풀칠을 하며 근근히 버텨오던 이 부부는 지난해 마지막날 한장의 유서만을 남긴 채 생을 마감했다.

충청북도 제천의 모 노인병원에 입원 중이던 한 60대 노인은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 지내다 끝내 병원 4층에서 몸을 던져 세상과 이별했다. 이 노인은 이미 한 차례의 독극물을 마셔 이 병원으로 옮겨진 상태였지만 어느 누구도 그를 구하지 못했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벼랑 끝에 선 노인들이 늘고 있다. 나이가 들어 뚜렷한 돈벌이도 없이 건강이 악화되자 삶의 의욕을 잃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8일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09년 사망원인 통계 결과'에 따르면 자살 노인 수는 60대 2074명, 70대 1899명, 80대 964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10년 전인 2000년 60대 796명, 70대 571명, 80대 235명에서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노인 자살률이 급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같은 원인을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노인들의 빈곤 문제에서 찾는다.

실제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48.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13.3%에 비해 3.4배나 높다. 미국(23.7%)이나 일본(20.5%)과 비교해도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가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독거노인 전수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3만6244명 가운데 기초노령연금액을 포함한 월 소득 60만원에도 못미치는 노인들이 81%에 달했다. 특히 이들 가운데 2만5795명은 월 소득이 50만원 미만으로 조사됐다.

조 대표는 "노인 자살 원인 중 34%는 경제적 어려움에 기인하고 있다"며 "결국 빈곤 문제가 자살로 이어지는 비극적인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로부터 받게되는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 등이 노인들을 죽음에 이르게 만들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주변에서 조금이라도 관심을 기울이면 상황은 바뀔 수 있다고 한 목소리로 말한다.

육성필 QPR 자살예방연구소장은 "어떻게 보면 노인들은 정서적인 문제로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가 더 많다"며 "자식들 조차 '쉬쉬'할 만큼 아직 우리사회에서는 노인들에 대한 차별적인 시각이 많고 관심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육 소장은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고 싶어도 의지할 곳이 없다는 점이 우리사회의 큰 문제"라며 "노인 자살을 개인적인 문제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서서 노인들을 교육시키고 어려움에 처한 노인들을 직접 찾아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사회적인 서비스가 확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3월 국내 첫 자살 예방법인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 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에 통과됐다. 이 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자살 예방을 위한 기본 계획을 수립해 정기적인 자살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자살 예방센터를 설치토록 했다. 다음해 4월부터 시행된다.

hach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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