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수수료·기름값·오토바이 수리비..안뛰는게 없어퀵서비스 수입 반토막 "느는건 한숨뿐"

2011. 2. 9.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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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기름값만 한달 40만원 넘고

오일·타이어도 덩달아 올라

월 수입 고작 110만원 남짓

"정부 유류보조금 지원 절실"

배달 노동자 '김씨의 하루' 동행 취재

지난 8일 오전 10시30분, 피디에이(PDA) 단말기 화면에 주문내역이 올라왔다. 서울 서대문구 인근에 있던 퀵서비스 기사 김성욱(가명·38)씨는 재빠르게 주문 정보를 찍었다. 하지만 이미 다른 기사에게 넘어간 뒤였다. 실패를 반복하던 김씨는 10여분 만에 주문을 따냈다. 서울 중구 태평로에서 물건을 받아 여의도 <한국방송>(KBS)까지 10㎞를 이동해 배달하는 1만원짜리 주문이다.

"퀵서비스 가격 경쟁으로 가격이 많이 떨어져 보통 한 건에 8000원인데, 이 정도 거리에 1만원이면 나쁘지 않아요." 도로를 달리는 오토바이 속도계 바늘이 40~80㎞를 오간다. 다른 퀵서비스 오토바이의 뒤에 타고 김씨를 뒤따라가는 기자의 몸이 들썩거리고, 다리에는 자꾸만 힘이 들어간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김씨의 눈에 ㄱ주유소가 들어왔다. 전국에서 가장 비싼 가격이지만 국회의원 관용차가 끊이지 않아 유명세를 탄 이 주유소의 휘발유값은 ℓ당 2300원가량이다. 김씨는 "저런 곳에서 주유하는 건 엄두도 못 낸다"며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요즘은 배달하면서 주유소를 지날 때마다 어디가 싼지 기억해뒀다가 근처에 갈 일이 있으면 꼭 기름을 채운다"고 말했다. 그는 "수도권에선 서울 신길동 주유소가 1700~1800원대로 가장 싸다"고 귀띔했다.

오후 1시께 동대문에서 구로구로 물건을 배달하라는 제약업체의 주문이 들어왔다. 동대문에서 물건을 받아 이동하려는데 연료를 표시하는 계기판에 빨간 바늘이 아슬아슬하다. 20㎞를 이동해야 한다는 급한 마음에 어쩔 수 없이 인근 주유소에서 ℓ당 1966원짜리 휘발유를 채웠다. 2만원어치를 넣었지만 기름이 보이지도 않는다. 김씨는 "예전엔 2만원어치를 넣으면 주유구 바로 아래까지 기름이 찰랑찰랑했는데, 요즘은 어디까지 넣었는지 보이지도 않는다"고 중얼거렸다. 김씨는 이날 5건의 주문을 처리해 6만5000원을 벌었다. 하지만 수수료와 기름값 7000원(11%)을 제하고 나니 손에는 4만3000원밖에 남지 않았다.

특수고용직이어서 회사로부터 기름값을 한푼도 지원받지 않는 퀵서비스 기사들은 요즘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기름값에 애가 타들어간다. 수수료와 통신비, 보험료, 오토바이 수리비 등을 스스로 책임지는 탓에 매출액의 50%가량만 가져가는 상황에서, 최근에는 기름값이 올라 수익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김씨가 일주일에 한번 쉬고 한 달을 일해 버는 돈은 260만원가량이지만, 기름값 때문에 남는 돈은 110만원 남짓이다. 김씨 같은 처지의 퀵서비스 기사는 2008년 기준으로 13만명(노동사회연구소 조사)에 이른다.

김씨는 "휘발유값이 올라서 만원을 넣어도 하루를 못 탄다. ℓ당 1400원일 때는 한 달에 기름값이 25만~35만원가량이었는데, 곳에 따라 2000원을 넘어선 이후엔 40만원이 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휘발유값에 연동해 오르는 오토바이 유지비도 큰 부담이다. 김씨는 "엔진오일 가격이 6000원인데 기름값이 오르면 즉각 1000~2000원씩 올랐고, 석 달에 한번 정도 갈아주는 타이어, 브레이크 라이닝 등 부품의 가격도 한꺼번에 올랐다"고 밝혔다.

김씨와 같은 퀵서비스 기사들은 택배기사처럼 유류보조금 지원을 받는 게 가장 큰 바람이다. 2006년 설립된 퀵서비스 노조의 양용민(46) 위원장은 "퀵서비스 기사들은 기름값 인상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10년 전과 비교해 기름값은 치솟았는데, 퀵서비스 비용은 오히려 1만2000원에서 8000원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정부는 생긴 지 20년이 지난 퀵서비스 업종을 빨리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삶을 안정화시켜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춘화 엄지원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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