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부른 '빚독촉'..벼랑 끝 서민들

엄기찬 2011. 1. 2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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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뉴시스】엄기찬 기자 = 대전에 사는 A씨(40)는 지난 12일 오후 1시께 가족들에게 '회사에 간다'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집을 나섰다.집을 나와 8일 동안 가족과 연락이 끊긴 A씨의 소식이 전해 진 것은 20일.

A씨는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선영이 있는 충북 청주시 상당구 월오동 인근 산에서 나무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A씨에게서는 특별한 외상 등 타살 흔적은 없었다.

경찰이 A씨의 유족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인 결과, A씨는 집을 나가기 전 빚을 독촉하는 한 금융기관의 우편물을 받았다.

우편물의 내용에 대해 묻는 가족들의 질문에 A씨는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다만 A씨는 평소보다 어두운 표정으로 집을 나섰고, 8일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경찰은 A씨에게서 외상이 발견되지 않은 점과 유족들의 진술에 미뤄 A씨가 신변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정확한 사망원인을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사망 경위에 대해 뚜렷하게 나온 것은 없지만 여러 정황상 자살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끝 모를 경기불황이 계속되면서 '빚'에 쪼들리는 등 생활고를 겪다 못한 서민들이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

24일 충청지방통계청 청주사무소에 따르면 2009년 충북의 자살자는 모두 640명(남성 428명, 여성 212명)으로 3년 사이 178명(37.0%)이나 늘었다.

또 경찰청의 '연도별(2004~2008년) 자살자 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자살 동기 중 염세·비관이 45.7%(2만9047명)로 가장 많았고, 병고 22.0%(1만3982명), 치정·실연·부정 7.7%(4861명), 정신이상 6.9%(4419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어 가정불화 5.7%(3588명), 빈곤 4.3%(2721명), 낙망 4.0%(2536명), 사업실패 3.7%(2358명) 등이었다. 특히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빈곤'으로 인한 자살자비율이 2007년 3.0%에서 2008년 3.9%로 증가했다

'낙망'도 2007년 5.0%에서 7.7%로, '사업실패'도 2007년 2.2%에서 2008년 6.8%로 각각 증가하는 등 생활고에 내몰린 서민들이 설 자리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

특히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여러 가지 지표상 청신호에도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더욱 어려워지면서 경기 한파를 죽음으로 맞서고 있다.

회사원 B씨(35)는 "버는 것은 한정돼 있는데 물가도 오르고 들어 갈 곳은 많고, 그러다 보면 빚을 내게 되고 이자 갚다보면 더 어려워져 또 다시 빚을 낸다"고 말했다.

이어 "복권이 당첨되면 모를까 '빚의 악순환'은 끊기 힘들다"며 "죽음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떤 때는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훌쩍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든다"며 쓴 농담을 전했다.

청원군정신보건센터 관계자는 "생활고를 겪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나쁜 생각이나 결심을 하게 된다"며 "개인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도 주위 사람들과 기관 등 함께 할 경우 해결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센터에서는 24시간 전화(043-251-4951)로 상담을 하고, 필요한 경우에 방문 상담도 하고 있어 언제든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dotor011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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