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TV]'이혼녀 신데렐라'

2011. 1. 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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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고 순수한, 시골 혹은 고아원 출신의 처녀는 서울에서 무례한 남자를 만난다. 재벌2세(혹은 톱스타)인 이 남자는 실수를 하고도 사과하지 않는다. 돈으로 해결하려고 할 뿐이다. 어렵게 자랐지만 올곧은 이 처자는 "돈은 필요 없으니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소리친다. 심하면 따귀를 후려치기도 한다. 재벌2세는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당당한 처자의 모습에 묘한 매력을 느끼고, 순식간에 사랑에 빠진다. 여기까지가 기존 '신데렐라 스토리 드라마'의 간추린 줄거리다. <별은 내 가슴에>(1997), <신데렐라>(1997), <미스터Q>(1998), <토마토>(1999), <명랑소녀 성공기>(2002), <풀하우스>(2004) 등 이름은 달랐지만 줄거리는 대동소이했다. 여주인공은 20대 초·중반. 세상 물정은 모르지만 대나무처럼 곧고 성실했다.

2011년 판 '신(新) 신데렐라' 들의 '스펙'은 어떨까. 30대 후반에서 40대인 이들은 중산층 가정에서 자라 대졸 이상 학력에 전문직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 이혼이라는 인생의 쓴맛도 봤고 세상살이가 '갑'과 '을'의 관계로 돌아가는 것도 안다. 지금 그녀들은 온실의 화초처럼 자란 '애송이' 재벌2세에게 말한다. "너희들이 세상을 아냐"고.

MBC 월화드라마 <역전의 여왕>은 '갑을커플'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한때 잘나가는 대기업 팀장이었으나 결혼 후 임시직으로 재입사한 황태희(김남주)는 사주의 아들인 구용식(박시후)과 사사건건 부딪힌다. 잘나가는 커리어우먼이었던 그녀는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조직생활에 서툰 구용식에게 세상을 가르친다. 가진 자 '갑'과 없는 자 '을'은 다르다고. 갑이 베풀고 살아야 한다고. 새 어머니 밑에서 차별받고 자란 구용식은 황태희가 건넨 아동용 열파스에 감동한다. 그는 황태희를 통해 세상을 알게 됐고, 가족의 정도 느꼈다. 황태희가 이혼한 후 구용식은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있다.

새로운 신데렐라들의 나이가 올라가면서 '왕자님'의 나이는 수직하강했다. SBS 주말드라마 <웃어요 엄마>의 윤민주(지수원)는 혼기가 찬 아들을 둔 대학교수. 남편의 외도로 이혼한 그는 20살 연하의 대학조교 이강수(서준영)의 외사랑을 받고 있다.

SBS 아침드라마 <여자를 몰라>의 박무혁(고세원)은 속옷업체 사장의 아들이자 인디밴드 멤버다. 준수한 외모에 매너까지 갖춘 '엄친아'지만 그는 이혼하고 홀로 아이를 키우는 이민정(김지호)만을 사랑한다. 민정에게서 일에 대한 열정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배웠기 때문이다. 아픔을 통해 성숙한 신데렐라들이 어린 재벌2세를 모성애로 감싸 안고 있다.

근래 들어 연상여성과 연하남의 사랑에 대한 사회의 편견이 옅어졌다. 더불어 이혼녀, 싱글맘에 대한 시선도 누그러졌다. 기존 신데렐라 스토리에 싫증난 시청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변주도 필요하다. 게다가 30~40대 여성은 드라마 주시청층이고 구매력도 갖췄다. 이들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데 연하남같이 좋은 소재는 없다. 그러므로 이혼녀와 연하 재벌2세의 신데렐라 스토리는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박은경 스포츠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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