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혈 거부로 아이가 죽었다고? 진실은..

입력 2010. 12. 14. 12:40 수정 2010. 12. 1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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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부모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수혈 방식의 심장수술을 받지 않은 영아의 죽음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언론은 부모의 수혈 거부로 생후 2개월 밖에 안 된 어린 생명이 숨졌다며 부모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흥분한다. 심지어 부모를 사법적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펼친다. 일부 누리꾼들은 부모를 향해 인두껍을 쓴 냉혈한들이라고 손가락질을 한다. 수혈을 금기로 여기는 '그 종교'를 믿는 부모는 아이를 잃은 슬픔에 더해 '광신적 살인자'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정말 그 아이는 수혈을 안 받아서 죽은 것인가?

교리 논란은 빼고 팩트만 보자

<한겨레〉기사를 보면 아이의 사망 원인은 '세균 감염에 의한 패혈성 쇼크'였다. 부모의 변호사도 "아이가 병원을 옮길 무렵 복수가 차 있어 장 치료가 우선이었고, 사망 원인도 심장 수술과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아이는 수술과 상관없이 다른 장기의 문제로 숨졌다는 얘기다. 당시 아이는 무수혈 수술이 가능한 서울대 병원에서 수술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변호인은 "무수혈 수술을 해온 의사들은 영아에게 대량으로 다른 이의 피를 수혈하는 게 더 위험하다고 경고했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아이의 상태에 대해 현대아산병원 관계자는 "아이를 서울대 병원으로 옮길 때 복수가 차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수혈이 더 위험하다는 변호사의 말도 의학적으로 논쟁의 여지가 있다"고도 밝혔다.

어쨌든 여러 정황을 살펴 보면 아이는 심장만이 아니라 여러 다른 장기에서도 부족한 부분을 안고 태어났고, 이후 계속 불안정한 상태에 있었다. 문제가 있는 신장, 간 등이 호전되어야 심장 수술도 할 수 있었다. 그 때문에 아이가 처음 입원해 있었던 현대아산병원에서도 심장수술 날짜는 12월말 이후로 잡았다고 한다. 그러나 아이는 예정된 수술 날짜보다 훨씬 앞선 지난 10월29일 숨졌다. 그리고 일부 언론은 수술대에도 눕지 않은 아이의 죽음을 '수혈 거부'에 따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수혈을 거부했다, 그리고 아이가 죽었다' 여기까지는 사실이다. 그러나 '수혈을 거부해 아이가 죽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부모는 아이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부모는 임신했을 때부터 아이의 심장 기형을 알고 있었다. 출산 뒤에는 아이를 살리기 위해 지방에서 서울에 있는 병원까지 통원을 반복했다. 수혈은 거부했지만, 아이를 살리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한 것이다.

외국의 경우 환자가 무수혈 치료를 원할 때, 병원의 시설이 부족하면 즉시 전문병원으로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미술평론가 김호 블로그 참조 http://blog.naver.com/ahddnwhtpqzl?Redirect=Log&logNo=120119992111)

한국에서도 무수혈 수술을 하는 병원들이 있다. 실제로 나중에 아이를 옮긴 서울대병원에서는 무수혈 심장수술로 2.8kg의 영아를 살린 적이 있다. (참고 기사. 김웅한 교수팀, 2.8kg 신생아 무수혈 심장 수술 성공 http://www.newshankuk.com/news/news_view.asp?articleno=k2009070615032825442)

부모는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을 지키면서, 아이를 살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아이는 심장이 아닌 '다른 문제'로 죽고 말았다.

좀 다른 얘기를 해보자

이 부모가 아이를 '지워' 버렸다면 어땠을까? 뱃속의 아이가 기형이라고 하면 많은 부모들은 낙태를 생각한다. 실제로 한 조사에서, 10명 중 6명은 '태아에 심장기형이 있으면 낙태를 하겠다'고 답했다.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부담이라고 한다. (참고 기사 : 10명 중 6명 '태아 심장기형 있으면 낙태' http://www.ytn.co.kr/_ln/0103_201007121758079709)

수만, 수십만의 낙태가 행해지는 이 나라에서, 이 부모도 조용히 아이를 없앴다면 아무일 없이 끝났을 것이다. 그러나 이 부모는 심장 기형을 가진 아이를 어떻게든 살리기 위해 노력했고, 안타깝게도 아이는 엄마 아빠와 이별하고 말았다.

종교적 신념과 생명권의 문제는 더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아이에게 부모의 신념을 적용해야 하느냐의 문제는 더욱더 복잡한 문제다. 그러나 지금 가장 슬퍼하고 있는 사람들은 '살인자'로 불리고 있는, 아이의 엄마 아빠다.

박상철 기자 justin2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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