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한마디 못하지만 그는 노벨상을 받았다

2011. 4. 12.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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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08년 물리학상 공동수상자인 마스카와 도시히데 교수

카이스트 100% 영어수업에 빗대 트위터 등에서 다시 화제

수상식 참가 전까진 여권도 만든 적 없어…소감도 일어로

 "영어로 된 물리용어는 안다. 그러나 영어로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물리는 할 수 있다."

 학생과 교수의 자살이 잇따르고 있는 카이스트의 100% 영어수업에 빗대 최근 트위터에서는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지만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일본인이 화제가 되고 있다. 2008년 노벨물리학상 공동수상자인 마스카와 도시히데(71) 교토산업대 교수가 주인공이다.

 그는 영어를 거의 말하지도 못하고 잘 쓰지도 못한다. 나고야대학원 입학시험 때 영어시험 성적이 너무 형편없어서 학교쪽에서 그를 합격시킬지를 놓고 난상토론이 벌어졌을 정도이다. 외국의 학회 초대가 많지만 영어를 사용하는 것을 싫어해서 모두 거절한 것으로 유명하다.

 대신 2008년 노벨물리학상 공동수상자이자 연구동반자인 고바야시 마코토(67) 고에너지 가속기연구기구 명예교수에게 학회참가와 강연을 모두 떠넘겨왔다. 영어논문 작성도 공동논문일 경우 고바야시 교수에게 맡기거나 불가피하게 본인이 직접 작성할 경우 알파벳이 많이 틀린다고 한다.

 2008년 말 스웨덴에서 열린 수상식에 참가하기 전까지 그는 여권을 가져본 적이 없다. 한번도 국외로 나가지 않은 것이다. 통상 영어로 수상연설을 하게 되어 있으나 그는 일본어로 연설했다.

 1978년 도쿄에서 열린 국제회의 때의 일화는 그가 얼마나 영어가 서툰지를 보여주는 유명한 일화이다. 영어로 발표해야 하는 이 회의에 불가피하게 참석하게 된 마스카와는 대학원생이 준비해준 영문을 빠른 말투로 읽은 뒤 질의응답도 받지 않고 연단을 내려와 참가자들이 영문을 모른채 어안이 벙벙했다고 한다.

 영어를 매우 싫어하는 마스카와는 얼핏 편협한 국수주의자로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그는 유명한 반전평화운동가다. 마스카와 교수는 2009년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연재한 '나의 이력서'에서 전쟁포기와 해외에서의 무력사용 금지를 담은 일본평화 9조를 지키기 위한 과학자모임인 '9조 과학자모임'에 열심히 참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4년전 '9조 과학자모임'이라는 조직이 생기는데 참가하지 않겠느냐는 권유를 받고 찬동자의 한명이 됐다. 노벨상을 수상하고 나서 이 모임 주최의 행사에서 강연하는 일도 많아졌다."

 그는 노벨상 수상 이전부터도 9조 개헌 움직임에 적극적인 발언을 주저하지 않았다. 2005년 당시 자민당 정권이 헌법개정요강을 발표하자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고 싶어하는 것을 나는 허용할 수 없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는 신문에서 "은사인 사카다 쇼이치(1911~1970) 선생이 평화운동의 선두에 선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며 은사의 영향이 컸음을 얘기했다. 나고야에 있던 자신의 집이 2차 세계대전 말기 미군의 소이탄공격을 직접 받았던 어린시절 경험이나 젊은 시절 교토대학교 직원 노조의 서기장을 지낸 것도 지속적인 평화운동의 밑바탕이 되었다.

 일본에서는 최근 들어 와세다대학 등 일부 대학의 국제학부에서 강의를 영어로 진행되는 사례가 조금 늘고 있으나 카이스트처럼 100% 영어수업하는 대학은 없다. 마스카와 교수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일본사회는 영어를 잘못한다고 해서 심적 부담을 느끼는 영어 스트레스도 한국보다 덜 하다. 또한 앞다투어 학교 신축 공사에 몰입하는 한국대학과 달리 도쿄대학, 홋카이도대학 등 유명 국립대학은 40~50년된 낡은 건물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호세이 대학처럼 수십층의 대학건물을 신축하는 사립대학도 있지만 그다지 환영받는 분위기는 아니다.

김도형 선임기자/트위터 @ai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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