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화학교 교감 등 학대로 아이 2명 숨져인근 무등산 자락에 파묻었다"

2011. 10. 1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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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충격의 '도가니'…전직교사 '40여년전 살인사건' 폭로

장애학생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던 광주 인화학교의 전신인 광주농아학교에서 교사로 일했던 김영일(71·서울·사진)씨가 17일 '47년 전 땅속에 원생을 묻었다'고 폭로하는 순간, 수화 통역자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통역자가 깜짝 놀라 멈칫거리자, 수화를 아는 이들이 '그대로 사실대로 말하라'고 통역을 채근했다.

이날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원회와 인화학교 총동문회가 광주광역시청 앞에서 마련한 기자회견에 나온 김씨의 증언은 참석자들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청각장애인으로서 교사를 꿈꾸었던 김씨는 20대 때인 1959~68년 인화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면서 체험했던 악몽을 털어놨다.

김씨는 "64년 10월, 당시 설립자의 동생 김아무개 교감이 7살 남자아이를 오랫동안 굶긴 끝에 아이가 숨졌다"며 "창고에 갇힌 채 벽지까지 뜯어 먹던 아이가 숨지자 가마니에 싸서 학교(당시 광주 동구 학동)에서 7~8㎞ 떨어진 무등산 자락에 묻었다"고 고발했다. 김 교감은 영화 <도가니>에서 청각장애 학생들을 성폭행한 것으로 나오는 김아무개 교장(2009년 사망)의 숙부로 1991년께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이어 "65년 4월, 6살 여자아이한테도 밥을 거의 주지 않아 탈진한 상태에서 한 보육교사가 이 아이를 떨어뜨리는 바람에 숨지자, 역시 주검을 가마니에 싸서 무등산 기슭에 묻었다"고 폭로했다.

그는 "오후 서너시께 직접 산에 가서 삽으로 흙을 파냈고, 남자아이는 교감과 ㄱ 교사 등 3명이, 여자아이는 ㄴ 교사까지 4명이 함께 매장했다"고 기억했다.

김씨는 "사건 뒤 광주경찰서에 신고했지만 흐지부지됐다"며 "2년쯤 싸우다가 아무도 들어주지 않아 결국 학교를 떠났다"고 회고했다. 김씨가 증언하자 1회 졸업생 최춘성씨를 비롯한 동문들이 나서 "1~2회 졸업생들도 아이들이 흔적 없이 사라진 사실을 알고 있다"고 확인했다.

김씨는 "50년 동안 양심의 가책을 느껴왔다. 털어놓으니 후련하고 경찰이 수사하면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인화학교 졸업생인 강복원 광주농아인협회장은 "1975년 당시 대학생이었던 설립자의 셋째아들은 재학중인 청각장애 여학생 2명의 옷을 벗기고 누드화를 그렸다"며 "그는 현재 광주의 한 학교에서 교사로 버젓이 근무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경찰청 특별수사팀은 이날 암매장 증언이 나오자 김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진술을 듣는 등 수사에 곧바로 착수했다. 경찰은 "의혹이 제기된 만큼 진상규명 차원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며 "당시 수사기록이 있는지 찾아보고, 참고인한테 아이들이 숨진 정황과 매장 장소를 들어보겠다"고 밝혔다.

수사팀의 정경채 광주경찰청 강력계장은 "살인 혐의가 드러나도 공소시효는 당시 15년, 현재 25년이어서 처벌할 수 없지만 진실을 밝히는 차원에서 의혹들을 하나하나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나온 증언에 대한 해명을 듣고자 우석법인 관계자한테 수차례 통화를 시도하고 문자를 남겼으나 법인 쪽은 응답하지 않았다. 다만 인화학교 고효숙(56) 교감은 "오래전 일이고 관련자들이 이미 학교를 떠나서 사실인지 알 수 없다"며 "81년에 부임했지만 학교가 학동과 봉선동에 있을 때 일은 모른다"고 말했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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