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등록금 탓에..' 대학가 신 풍속도

조현아 입력 2011. 2. 13. 06:01 수정 2011. 2. 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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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사건팀 = "시급 4500원 아르바이트로는 한 학기 등록금에 턱없이 부족하죠. '쓰리잡'은 기본이에요."

희망차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새학기를 맞이해야 할 대학생들의 자조섞인 하소연이다. 3월부터 시작되는 새학기 등록기간에 맞닥들인 대학생들은 벌써부터 두렵기만 하다.

정부가 올해 등록금 인상을 자제하고 나선 것과 달리 각 주요대학들이 줄줄이 등록금 인상 방침을 내걸면서 대학가가 지금 등록금 소용돌이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해마다 치솟는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학생들. 학기 중에 틈틈히 아르바이트 할 시간을 쪼개어 학비를 벌어보려 하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스스로 학비를 감당하기엔 버거운 일이 돼버렸다.

◇"아직 입학도 안했는데…" 시련겪는 예비 신입생

서울 A 대학 경영학과에 수시 합격한 예비 새내기 고모양(19)은 방학기간을 이용해 편의점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대학 입학을 앞두고 고등학교 친구들과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싶지만 큰 액수의 등록금을 떠올리면 놀고 싶은 생각도 달아난다.

고양은 "집안 형편은 나쁜 편이 아니었지만 부모님 사업이 잘못되는 바람에 등록금을 스스로 마련해야 하는 처지"라며 "평일과 주말에 쉬지 않고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처럼 한 해 1000만원에 육박하는 등록금 부담에 대한 여파가 대학 재학생들 뿐만 아니라 대학에 첫 발을 내딛지도 않은 예비 신입생들에게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마지막 학창 생활을 만끽하던 시대는 지났다는 것이 학생들의 공통적인 목소리다.

동네 학원에서 수업 보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김모군(19)도 "나만 일하는 것이 아니라 등록금을 마련하려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애들이 꽤 된다"며 "대학 1학년 때에 논다는 얘기는 옛날 얘기"라고 말했다.

아르바이트 업계 관계자는 "요새는 등록금에 한 푼이라도 보태려고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예비 신입생들이 많은 편"이라고 귀띔했다.

◇'등록금 요지경' 휴학생 늘어…형제·자매 번갈아 휴학하기도

해매다 등록금 인상률이 3~5%씩 오르면서 대학가에서는 학업과 아르바이트 3~4개를 병행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때문에 학업에 열중해야 할 시간을 빼앗겨 휴학하는 학생들도 많아지고 있다.

대학생 안모씨(24·여)는 이번 학기 휴학을 결정했다. 자신과 여동생의 학비를 동시에 마련하느라 대형마트에서 계산원으로 일하던 어머니(48)가 과로로 쓰러졌기 때문.

결국 안씨 자매는 학교를 다니면서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여러개의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야 했다. 공부는 뒷전으로 밀렸고 학점은 바닥을 기었다.

이에 안씨는 한 명이라도 제대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등록금을 몰아주기 위해 휴학을 하고 전문대에 다니는 동생에게 학비를 지원했다.

안씨는 "사업실패로 신용불량이 된 부모님이 등록금 대출을 만류하셨다"며 "이자가 비싸 취업에 곧장 성공하지 못하면 갚을 능력이 없어 이렇게 번갈아 휴학하는 방법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유흥업소까지 내몰린 여대생들

높아진 등록금 탓으로 단기간에 고액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일부 여대생들은 유흥업소에까지 진출하고 있다. 많은 시간을 아르바이트에 쏟느니 차라리 짧게 일하고 학업에 열중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9월부터 친구의 권유로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유흥업소 일을 시작했다는 서울 B 대학 3학년 이규리씨(24·여·가명)는 출근하기 전 영어학원에서 토익 수업을 듣는다고 했다.

그는 "시급 3000~4500원 받는 아르바이트로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대학 등록금을 감당할 수가 없다" 며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여대생들이 유흥업소로 몰린다는 얘기가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 C 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인 서미혜씨(25·여·가명)도 사정은 마찬가지. 한 때 과외를 4개씩 하며 돈을 벌었지만 등록금을 마련하는 데에는 턱 없이 부족했다.

서씨는 "등록금과 생활비까지 합치면 1년에 1000만원은 넘게 든다"며 "대학이 원하는 학생이 실력 있는 학생인지 아니면 돈 많은 학생인지 분간하기 힘든 게 현실 아니냐"고 반문했다.

과거에는 여대생들이 명품이나 성형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유흥업소에 나왔다면 요즘은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하려는 이유가 대다수라는게 업소측의 설명이다.

업소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방학 때 인터넷에 구인광고를 띄우면 여대생들이 몰리고 있다"며 "학기 중간에도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잠깐 일하는 여대생들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출족 급증…졸업 후에도 '발목'

등록금은 부담되지만 여러개의 아르바이트를 할 형편은 안 돼 대출을 받는 학생들도 증가하고 있다. 광운대 영어영문학과 이모씨(26)는 학기 중에 셀 수 없을 정도로 아르바이트를 했으나 미국 교환학생으로 출국을 앞두고 있어 하는 수 없이 학자금 대출을 신청했다.

이씨는 "학교에서 교환학생을 가게 됐는데 학비 외에 1년 생활비 1000만원 정도는 스스로 조달해야 한다"며 "지금까지는 아르바이트로 등록금을 마련해왔는데 지금은 출국이 얼마 안남은 상황이어서 대출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에 학자금 대출을 받는 친구들이 많이 있다"며 "졸업 후에도 대출금을 갚아 나가느라 친구들이 걱정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학자금 대출을 받는 학생들이 증가하면서 졸업 후 사회에 나가서도 대출금에 발목을 잡히는 경우 급증하고 있다. 심지어 학자금 대출 연체자는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에서 공개한 '정부 보증 학자금 대출 연체 현황' 자료에 따르면 대출금 연체 건수가 2005년 3780건(105억원), 2006년 2만 1984건(657억원), 2007년 4만 1455건(1266억원) 2008년 5만 6456건(1759억원), 2009년 7만 4133건(2394억원)으로 해마다 급증했다.

직장 2년차인 D씨(28·여)는 대학 4년 내내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그는 "돈을 모으면 대출금을 내고 또 모으면 또 내고 하다보니 직장 생활이 즐겁지가 않았다"며 "졸업 후에도 짐을 지고 있는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hach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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