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촛불, 경제위기 주범론' 사실인가
한경연, 장기화땐 7조원…피해 부풀리기 나서
정부·여당·재계, 원인-결과 바꿔 물타기 온 힘
정부·여당은 북 치고, 재계는 덩달아 장구 치고 ….
세계경제를 덮친 고유가와 인플레이션 태풍에 대한 정부의 잘못된 대응이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 높은데도, 정부와 재계가 모든 잘못을 촛불집회 탓으로 돌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책 판단 실패에 대해서는 '대외 여건 악화'를 들먹이며 빠져나가려 하고, 그것도 모자라 뜬금없는 '경제위기 촛불책임론'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잘못된 태도는 자칫 정책 당국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대표적인 잘못된 행태로는 '피해 부풀리기'를 꼽을 수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8일 '촛불시위의 사회적 비용'이라는 보고서를 내 "최근의 촛불시위로 인해 주변 상가 등의 직접피해액 6685억원, 경찰 투입 비용 등 공공지출 585억원, 파업으로 인한 생산손실 356억원을 비롯해 사회 불안정에 따른 거시경제적 비용 1조3520억원 등 모두 1조9228억원의 국가적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한경연은 촛불시위가 장기화할 경우 사회적 비용은 7조원을 넘을 것이란 주장도 덧붙였다. 조경엽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독자적인 거시경제모형으로, 42건의 불법시위가 투자 감소와 소비 위축 등을 통해 국민총생산(GDP)에 미치는 연쇄효과를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동수 신임 기획재정부 1차관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촛불시위가 두 달 넘게 장기화하면서 경제사회적 손실이 5천억원 이상 이를 것"이라며,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촛불 책임론'을 부추겼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임원혁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분석 모형의 독자성을 인정한다고 전제한 뒤 "주변 상가의 일부 피해를 추산할 수는 있을지언정, 사회 전체에 미치는 종합적 효과를 단순한 수치로 나타낸다는 것은 무리"라며 "계산을 제대로 하려면 정부가 국민들의 뜻에 반해 무리하게 정책을 밀어붙이려다가 이를 되돌리게 됨으로써 부작용을 없앤 긍정적 효과도 분명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6월 외국인 관광객 수가 지난해 6월에 견줘 0.45% 줄었다. 두 달 동안 서울 도심에서 진행된 촛불집회 때문"이라고 말했으나, 정작 이날 문체부가 배포한 '2008 상반기 관광 출입국 및 수지 분석과 전망' 자료에선 한국 방문 여행객 감소의 원인으로 고유가에서 비롯한 항공료 인상과 음식·숙박 등 한국내 여행비용 상승을 꼽아 빈축을 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여당과 재계의 행태는 원인과 결과를 뒤바꾼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강신욱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 경제가 어려운 것은 세계경제의 상황과는 정반대로 인위적 부양 등 잘못된 정책을 펴려다 그 효과가 증폭된 때문"이라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기업들이 무리하게 투자를 늘린다면 그것 자체가 문제인데도, 재계가 촛불집회 탓에 투자를 늘리지 못하겠다는 건 규제 완화 등을 노린 트집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한 증권사 투자전략팀장은 "세계경제에 대한 불안 확산으로 신흥시장에선 전반적으로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는 상황"이라며 "이런데도 정부가 '남 탓'을 강조하며 위기론을 부추기다간 오히려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줘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 등 더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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