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떠날래요" 이민계(契)드는 20대 청춘들

입력 2015. 4. 8. 15:13 수정 2015. 4. 8.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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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 한국서 살아남기 점점 힘들어지네요"캠브리지·서울대 출신들도 해외 인접공 문두드려전문가들 "정부·기업 젊은 세대 활약할 기회 줘야"

서울 소재 명문여대를 졸업한 뒤 여의도 A증권회사에 재직중인 김효원씨(26·가명)는 지난해부터 친구 4명과 함께 '이민계(契)'를 만들었다. 한국을 떠나 북유럽 국가인 핀란드에 정착하기 위한 목돈을 같이 모으기 위해서다. 이들은 한 달에 50만원씩 무조건 불입한다는 원칙까지 세웠다. 이렇게 모은 금액은 현재 1000만원 가량된다. 이들은 모두 S대와 Y대 등 명문대학을 졸업해 은행·증권·전자·해운사 등 남부럽지 않은 직장을 갖고 있다. 김씨는 "핀란드 소재 대학 석사과정에 입학한 뒤 현지에 정착할 것"이라며 "한국에서와는 달리 그곳에서는 퇴근 후 여유있게 자기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민 열풍'이 사회에 갓 진입한 20대 청춘들 사이에서도 불고 있다. 사회 초년생때부터 목돈을 만들기 위한 계를 조성하는가 하면, 필요할 경우 '이민 스터디'를 통해 언어 등 필요한 지식도 공유한다.

해당 나라에서 원하는 자격을 갖추기 위해 새로 기술을 배우는 사람들도 있다.

S대 인문대를 졸업해 대기업 인사팀에서 3년째 일하고 있는 이상호씨(29·가명)는 주말마다 자동차정비학원으로 출근한다. 북유럽 국가로 기술이민을 가기 위해 자동차정비 기능사·기사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것이다. 기술이민은 일반 이민에 비해 영주권을 쉽게 얻을 수 있다.

캐나다 용접공 이민 자격증 관련 학원 관계자는 "영국의 소위 '옥스브리지(옥스퍼드대·캠브리지대의 합성어)' 경제학 박사에서부터 서울대 졸업자들까지 깜짝 놀랄만한 고학력자들이 용접공 이민에 도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민을 꿈꾸는 사회초년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나라는 '복지국가'로 알려진 덴마크·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이다. 외교부의 '재외동포현황'에 따르면 덴마크에 사는 재외동포는 2011년 293명에서 2013년 538명으로 83.6%나 증가했다.

이들이 선진국으로 이민가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교육비 상승, 연금혜택 축소, 높은 주택 가격 등 한국에서의 삶이 갈수록 젊은 세대에게 점점 불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잦은 야근과 불황, 심해지는 스트레스 등 경쟁 일변도의 사회풍조도 일조하고 있다. 점차 세계가 글로벌화되고 나라간 장벽이 사라지면서 언어 문제 등 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려움도 예전 세대만큼 크지 않다.

서울대를 졸업한 이창민 씨(29·가명)는 지난해 이민을 위해 2년간 다니던 직장을 주저없이 그만뒀다. 초봉 4000만원에 육박하는 A기업 전략기획팀에서 일하며 남부럽지 않게 잘 살고 있지만 앞으로의 양육비 문제, 교육비 문제 등을 고민한 끝에 부부가 동시에 새 터전에서 자리잡기로 결심했다.

전문가들은 청춘들이 글로벌시대에 해외로 진출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나 무작정 해외로 떠나려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정은 IOM이민정책연구원 연구교육실장은 "기술직으로 이민 가서 편하게 먹고 살 수 있다는 식의 얘기는 아직 특수 사례다. 선진국에서 굳이 한국인을 써야할 이유가 없는 만큼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대의 이민열풍은 한국 현실에 대한 실망감의 표현이라는 말도 나온다. 정동일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나라를 떠나려는 젊은 세대의 심정은 대한민국에서 가능성을 찾지 못한 결과"라며 "정부는 20년 후를 바라보는 대책을 세우고, 기업들도 외국 문화에 대한 거부감도 적고 언어구사력도 뛰어난 젊은 세대가 활약할 기회를 마련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요환 기자 / 문재용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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