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당첨만 안됐어도.." 30대 절도범의 눈물

박영수기자 입력 2014. 3. 5. 11:51 수정 2014. 3. 5.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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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세 1등 '17억' → 4년만에 탕진 → 스마트폰 135회 절도

로또복권 1등 당첨금을 모두 탕진한 뒤 스마트폰 절도에 나선 30대가 경찰에 검거됐다. 이 절도범은 경찰에서 "로또에 당첨되지 않았으면 평범하게 살았을 텐데…"라며 때늦은 후회를 했다.

경남 진주경찰서는 5일 영남지역 휴대전화 할인매장을 돌며 스마트폰 등을 훔친 혐의(절도)로 A(34) 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2013년 12월 2일 진주시 대안동 한 휴대전화 할인매장에서 최신 스마트폰 2대를 구매하는 척하며 300만 원 상당의 스마트폰 2대를 갖고 도망가는 등의 수법으로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영남지역 휴대전화 할인매장과 의류매장 등에서 135회에 걸쳐 1억3000만 원 상당의 스마트폰과 의류 등을 훔친 혐의다.

경찰 조사결과, A 씨는 직업이 없어 전전하고 있던 2006년 구입한 로또복권이 1등(17억여 원)에 당첨돼 세금을 제외하고 14억 원을 수령했다. 미혼으로 26세의 젊은 나이에 갑자기 거액이 생긴 A 씨는 강원랜드에서 도박을 하다 한 번에 수억 원씩 잃기도 했다. 노래방이나 유흥주점도 자주 드나들어 흥청망청 돈을 쓰면서 4년 만에 당첨금을 모두 탕진했다. 경찰에서 A 씨는 "돈을 수억 원씩 잃다보니 14억 원이 쓸 게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돈이 떨어진 A 씨는 2010년 4월 무렵부터 절도에 나서 같은 해 6월 절도와 사기 혐의로 지명수배됐다.

A 씨는 이때부터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고향인 진주를 떠나 이른바 대포폰과 대포차량을 타고 다니고 경남 창원지역 등 오피스텔과 모텔을 전전하며 도피자금 마련 등을 위해 스마트폰 절도행각을 벌여왔다.

A 씨는 매장 종업원들에게 문신을 보여주며 조직폭력배 행세를 하거나 "사장 친구인데 사장과 통화 연결을 시켜 달라"며 스마트폰을 빌려 통화하는 척하다 그대로 달아나는 수법을 사용했다. A 씨는 장물업자에게 훔친 스마트폰을 개당 15만∼100만 원에 팔아 현금을 마련했으며, 로또 당첨 환상을 깨지 못하고 매주 거액의 로또복권도 구매했다. 검거 당시 A 씨의 지갑에는 로또복권과 스포츠토토 등 복권 10여 장이 들어있었다. A 씨는 경찰의 로또 당첨금에 대한 질문에 "아픈 기억인데 이야기하지 마라"며 진술을 거부했다. 하지만 계속된 질문에 "'로또 때문에 수배됐고 내 인생이 이렇게 됐다. 로또에 당첨되지 않았으면 평범하게 살았을 텐데…. 출소하면 다시는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한편 지난 2012년 12월 인천에서는 로또 1등에 당첨됐지만 유흥비로 탕진하고 아내에게마저 상습적으로 폭행을 휘두른 40대 남성이 구속기소된 사례가 있으며, 같은 해 7월 광주광역시에서도 한 40대 남성이 로또 1등 당첨이 된 지 5년 만에 당첨금을 날리고 빚더미에 올라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도 발생한 바 있다.

진주 = 박영수 기자 buntl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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