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내몰린 여대생들 '군대도 좋은 직장'.. 여군 학사장교 인기

강지혜 2013. 11. 3.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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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취업 갈수록 어려워지자 매년 지원자 급증‥작년 6.4대1"軍제대후 취업문도 넓어"…장교반 전문학원 수강생 최근 급증

【서울=뉴시스】강지혜 기자 =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여성들의 취업이 이 정도로 어려울 줄은 몰랐어요. 20여개 기업에 이력서를 냈지만 다 떨어졌거든요. 좌절하고 있을 때 남동생이 군대를 갔죠. 그 때 '이거다 '싶었어요."

류다혜(25·여)씨는 지난해 2월 취업시장에 자신만만하게 도전장을 던졌다. 우수한 성적의 서울 중상위권 대학 졸업장과 단과대 학생회 회장 경력, 봉사활동 및 인턴 경험, 토익 875점, 각종 자격증 등 든든한 '스펙' 덕분이었다.

하지만 6개월 뒤 류씨는 낙담했다. 대기업 20여 곳에 입사 지원을 했지만 번번이 탈락한 탓이다. 유일하게 국내 5대 기업 중 한 곳에서 최종면접까지 갔으나 결국 합격 통보는 받지 못했다.

실의에 빠져있던 류씨는 지난해 8월 남동생의 군 입대를 계기로 여성 학사장교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취업이라는 장벽을 넘지 못하다가 군대로 눈을 돌리게 됐다"며 "직업으로서 군인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예전에는 생각지 못했던 진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으로 군대 생활과 복지 등을 찾아보던 류씨는 여군 장교의 삶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장교 관련 정보를 모았다.

학군사관(ROTC)은 대학 1~2학년 때부터 준비해야 하는 반면 학사장교는 대학 4학년 재학 중에나 졸업한 뒤에도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기고사와 체력검정, 면접 등 일정한 전형을 통과하고 군사 훈련을 받으면 장교로 임관하게 된다.

류씨는 3년 간 복무한 뒤 전역하면 다양한 취업 기회가 열리는 것을 학사장교의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대기업 장교 특채 전형은 일반전형에 비해 경쟁률이 낮아 취업에 훨씬 유리하다"며 "전역 후 군무원 지원도 고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일반 기업 입사 등 취업에 실패한 뒤 안정적인 직장을 찾기 위해 군대로 눈길을 돌리는 여성 취업 준비생들이 늘고 있다.

이들의 일부는 미래를 위한 '징검다리'로 학사장교를 노리기도 한다. 군대 경험을 하나의 '스펙'처럼 활용하기 위해서다.

대학 졸업반인 이윤혜(25·여·가명)씨도 2년 동안 취업에 실패한 끝에 지난 9월 교내 학사장교준비반에 들어가는 것을 선택했다.

대학생과 고등학생 동생을 둔 이씨가 '이제는 돈을 벌어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야 한다'고 다짐한 뒤였다.

그는 군대를 다녀온 여성이라는 점이 독특한 '스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군 생활 경험을 녹인 차별화된 자기소개서를 떠올렸다. 면접에서 다른 여성 지원자보다 돋보이는 당당한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다.

이씨는 장교 복무를 '군인 할인'을 활용해 자격증을 따는 등 직업을 갖기 위해 돈도 벌며 공부도 하는 일석이조의 기회로도 여겼다.

이씨와 함께 학사장교 시험을 준비하는 송지윤(24·여·가명)씨는 언론사 입사를 희망하는 사회학도였다. 2년여 동안 15차례 이상 언론사 시험을 봤지만 성과는 없었다. 더구나 그의 어머니는 '가족 건강보험 명의자가 필요하다'며 송씨의 취업을 재촉했다.

송씨는 "집안 사정으로 취업을 빨리 해야겠다는 조바심이 났지만 일반 기업 취직에 자신이 없었던 터라 군대를 대안으로 삼았다"며 "전역한 뒤 언론사 공채에 다시 지원할 때 군 경험이 나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취업난에 내몰린 20대 여성 취업준비생, 군대로

이처럼 여성 취업 준비생들은 심각한 취업난에 내몰리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만 25~29세 여성 청년 실업률은 6.2%로 전체 실업률(2.7%)의 두 배가 넘는다.

이에 따라 여성 취업 준비생이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군대에 도전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육·해·공군 여군 학사장교 모집에 2010년의 경우 1300여명의 지원자가 몰리며 4.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2011년에는 1500여명이 지원해 5.5대 1의 경쟁률을, 지난해에는 1900여명이 지원해 6.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매년 상향선을 긋고 있다.

여군 학사장교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시험 대비 학원도 20대 여성들로 북적이고 있다.

장교준비 전문학원 관계자는 "취업 준비를 하다가 학사장교로 진로를 바꾸거나 선배들의 취업난을 보고 미리 입대를 준비하는 20대 여성이 최근 부쩍 늘었다"며 "장교도 엄연한 '공무원'인 까닭에 직업으로서 인기가 높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해 20여명이었던 여군 학사장교 준비반 학생이 현재는 87명"이라며 "1년 사이에 수강생이 4배 이상 늘어난 셈"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반 기업에서 여성을 제한적으로 고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군대에 더 많은 여성들이 진출하게 되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기업 채용 등에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차별을 받는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현상"이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청년층이 지원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고 기업의 남성 중심적인 구인 관행이 없어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h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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