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시위 장애인에 우산 씌워준 경찰 '태풍 감동'

장병철기자 2012. 9. 18.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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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필 경위 "나도 어렵게 자라 사회적 약자에 애정.. 큰 반향에 당황"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저처럼 행동했을텐데 이렇게 화제가 되니 너무 부끄럽습니다."

17일 제16호 태풍 '산바(SANBA·마카오의 지명)'가 수도권에 상륙해 강한 비바람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던 장애인에게 우산을 씌워주며 자리를 지키는 모습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전승필(43·사진) 경위는 18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몸이 불편하신 분이 거센 비바람을 맞고 있는데 어떻게 지켜만 볼 수 있었겠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1994년 9월 순경 공채에 합격한 전 경위는 "어렸을 적 집안이 가난했던 와중에도 삼형제 중 장남이라는 이유로 혼자만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다"며 "그런 경험을 가지고 경찰 근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어려운 사람들이 남 같지 않게 느껴졌고 늘 그들의 입장에서 근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유도를 전공한 그는 "졸업 당시 전공도 살리고 어려운 집안 살림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경찰에 지원하게 됐다"며 "그 뒤 여러 현장을 돌아다니며 장애인들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있는 분들이 시위하는 것을 많이 접했는데, 힘든 와중에도 포기하지 않고 사는 모습이 남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 경위는 "17일에도 비를 맞고 시위하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 '오늘은 태풍도 오고 날도 좋지 않으니 다음에 다시 하시면 안 되겠느냐'고 말했지만 그분이 워낙 의지가 강했다"며 "괜찮다고 사양하는 사람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옆에서 우산이라도 씌워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국회 정문 앞에서 휠체어를 탄 채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는 장애인과 그 옆에서 노란색 우의를 입고 우산을 받쳐 든 한 경찰관의 사진이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해당 사진을 본 네티즌들은 "진짜 감동적이다" "저것이 진정한 경찰의 모습이다" 등의 반응을 쏟아냈고 사진 속 경찰관이 누군지를 묻는 반응이 순식간에 인터넷을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결국 사진의 주인공은 서울지방경찰청 33기동대 1제대 소속의 전 경위인 것으로 밝혀졌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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