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용흥동 큰 불..곳곳 아수라장 전쟁터 방불
곳곳 남은 불에 불길 확산 계속…다 타버린 수도산
대피 않은 주민 대부분 "차마 집 놔두고 도망칠 수 없어"
(포항=연합뉴스) 임상현 김선형 기자 = 9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용흥동에서 불이 난 지 4시간이 지났지만 계속 퍼지는 불에 마을 곳곳이 탔다.
아수라장이 된 마을은 오후 7시15분께부터 가로등 전기마저 차단돼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하늘은 물을 퍼다 나르는 헬기로 분주했다.
소방차 3대가 수도산 앞 마을의 불씨를 잡아보려 출동했지만 길목이 좁아 진입하지 못했다.
"뭔가 탁탁 거리는 소리가 들려 창문을 열어보니 불씨가 200m를 날아 산에 붙었어요", "타다다닥 하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불씨가 집앞까지 번졌어요"
주민들은 불씨가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새 동네 전체로 퍼졌다고 입을 모았다.
안성우(60)씨는 "불이 넘어 오기 전부터 큰 연기를 보고 동네 전체 주민들이 놀라서 고함을 지르고 난리였다"고 말했다.
처가 어른들을 대피시키려 온 김모(41)씨는 "용흥초등학교 뒷산에서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들은 지 40여분 만에 수도산에 불이 났다"며 "초기 진화만 제대로 됐어도 이 정도로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오후 4시 10분께 이미 대피령이 내렸지만 주민 대부분이 대피하지 않고 바가지, 생수병 등으로 작은 불씨를 잡고 있었다.
오후 7시 30분 여전히 이 마을 한 쪽에서는 소방, 경찰, 군, 주민이 합세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산 능선을 따라 불길이 번졌다.
해양경찰 8명이 앞에서 소방호수를 당기면 뒤에서 중·고등학생 6명이 받쳐주는 등 당국과 주민이 함께 진화에 나섰다.
김영석(16·대동중학교)군은 "1시간 반 정도 전부터 불 끄는 데 동참하고 있다"며 "사는 아파트 쪽에 어느 정도 불씨가 잡혀서 이쪽으로 와 돕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짧은 소방호수 탓에 불씨는 몇 시간이 지나도 잡히지 않았다.
시민 김경덕(37)씨는 "용흥우방아파트 15층 끝자락에 불이 붙는 등 위험천만했다"고 회상했다.
집앞에 나온 주민들은 사방에서 불타는 수도산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이모(72·여)씨는 자신을 데리러온 아들에게 연방 "우리집인데 어떻게 두고 가느냐"를 외쳤다.
김일국(74)씨는 "바로 건너편에 고물상이 활활 타고 있지만 소방대원들이 어쩔 수 없이 오지 못한다"며 상황을 이해하기도 했다.
sunhy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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