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엄마 좇다간 '반퇴 푸어'

김성탁.천인성.김기환 2015. 2. 25.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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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지출 1순위 자녀 교육비" .. 사교육 다이어트 없인 노후도 없어

통신업체에 다니는 김모(48·서울 도봉구)씨는 학습지 교사 아내와 함께 월 400만원을 번다. 지난해 고3인 맏딸 과외비로 2000만원을 썼다. 올해 고교생이 된 둘째 딸도 학원을 다녀 매달 수입의 절반이 사교육비로 나갔다. 저축은 고사하고 다달이 붓던 개인연금도 깼다. 김씨는 “남들 다 하는데 어떻게 하겠느냐”며 “큰애 대학 등록금을 내야 해 올해도 지출은 여전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오래 산다는데 노후에 국민연금만 바라봐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불안해 했다.

 김씨 같은 40대 세대주의 씀씀이를 따져보니 자녀 교육비 비중이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지난해 서울·광역시 거주 성인 2300명을 대상으로 수입을 어디에 우선 쓸 것인지 조사한 결과 40대의 53%가 자녀 교육비를 1순위로 꼽았다. 부채 상환(20.4%), 주택구입·자녀 결혼자금 마련(8.5%), 부모 부양비(6.8%), 노후자금 마련(6.2%)보다 훨씬 높았다. 50대도 자녀 교육비가 36.9%로 1위였다.

  수명이 늘어난 반면 노후 자금이 부족해 퇴직 후에도 은퇴하지 못하는 ‘반퇴(半退)시대’가 본격화하고 있으나 40·50대가 사교육비 부담에 발목이 잡혀 있다. 자녀가 초등학교만 들어가도 부담이 커진다. 한국소비자원이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3000명을 대상으로 사교육 실태를 조사한 결과 학부모 62.7%가 “가계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호소했다.

 문제는 매달 수입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과도하게 사교육비를 지출하다간 ‘반퇴 푸어(poor)’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국단위 자사고에 다니는 자녀를 둔 김모(46·서울 양천구)씨는 “학비·기숙사비만 3개월에 400만원인데 주말 과외까지 합쳐 연 2500만원 이상 든다”고 했다. 고교 교육비가 대학 등록금보다 많으나 사교육비 지출을 줄이는 데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생명 조사에서도 세대주 66.5%가 “노후 준비가 어렵더라도 자녀부터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김씨의 노후 대비 정도를 분석해 보니 김씨가 54세에 퇴직할 경우 아파트를 처분해도 노후 생활비와 자녀 결혼자금 등을 충당하기 빠듯한 것으로 나타났다.

 40·50대가 노후를 대비하려면 현 시점에서 사교육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윤원아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은퇴 후 30년을 살아야 하니 빚을 내 교육비를 대선 안 되고 노후 자금부터 떼고 나머지 중 우선 순위를 정해 사교육비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과도한 사교육비를 유발하는 현행 입시제도도 개선돼야 한다. 김진영 신한은행 미래설계센터장은 “대입 전형이 복잡해 컨설팅 없이는 지원을 하지 못하고 학생부종합이나 논술 전형에서 왜 붙고 떨어지는지 알 수가 없다”며 “가계 소득이 사교육으로 빨려들게 하는 현행 제도를 손대지 않은 채 노후 대책을 말해 봐야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성탁·천인성·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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