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정유라, 10억대 말과 함께 사라졌다

슈미텐(독일)/최연진 특파원 입력 2016. 10. 25. 03:06 수정 2016. 10. 25.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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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獨 승마장 가보니.. 최연진 특파원 르포] 이목 쏠리자 훈련했던 승마장엔 '언론 출입금지' 팻말 붙어 - 독일 생활 청산하나 '더블루K' 지분도 교포에 넘겨.. 최씨 母女 소유 獨회사 모두 정리 호텔·집 팔려고 내놨다는 소문도

23일(현지 시각) 오전 독일 헤센주(州) 리데르바흐의 호프구트 승마장. 승마 훈련을 하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이 적막만 흘렀다. 정유라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9월까지 이곳에서 승마 훈련을 하다가 언론에 어머니 최순실씨 비선(秘線) 실세 의혹이 거세지자 돌연 자취를 감췄다. 정씨가 타던 10억원대 명마 '비타나V'도 함께 사라졌다.

승마장 직원들은 최씨와 딸 정씨를 분명 기억했다. 동양인이 흔치 않은 데다가 정씨가 최근까지 이곳에서 훈련했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 언론의 이목이 쏠리면서 직원들은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한 직원은 "정씨가 누구인지 알지만 지금 그와 그의 말은 여기에 없다. 개인 정보는 더 이상 이야기할 수 없다"고 했다. 승마장 입구에는 '언론 출입 금지' 팻말이 붙었다.

최씨 모녀는 이달 중순까지 거주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프랑크푸르트 인근 슈미텐 지역과 승마장에서 완전히 사라져 행방이 묘연하다. 이웃들은 "열흘 전쯤부터 가족이 갑자기 사라졌다"며 "호텔과 집을 팔려고 내놨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최씨 모녀가 독일 내 회사와 주택, 부동산을 속속 처분하고 있다. 24일 최씨 모녀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독일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 '더블루K(The Blue K)' 주주 명부를 확인한 결과 자본금 2만5000유로인 이 회사의 지분은 지난 18일 한인 교포 2세 박승관(45)씨에게 넘어갔다. 같은 날 최씨 모녀 소유의 '비덱스포츠' 지분 도 독일인 승마 코치 크리스티앙 캄플라데에 인수됐다.

두 회사는 모두 K스포츠재단과 사업으로 관련된 최씨 모녀 소유의 법인이다. 독일 현지에서는 국내 언론이 두 회사를 자금 세탁 창구로 지목하자 최씨 모녀가 회사 지분을 정리하고 독일 생활 청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웃 주민들 사이에선 "최씨가 비덱스포츠를 통해 소유하고 있던 '비덱 타우누스' 호텔과 자비로 구입한 3채의 주택 등도 부동산에 내놨다"는 말도 나돌고 있다.

최씨 모녀가 소유하고 있던 독일 내 회사의 돈 흐름에 대해선 의혹도 쏟아지고 있다. 자본금이 2만5000유로(약 3070만원)에 불과한 독일 법인 '비덱스포츠'가 출처가 불분명한 돈으로 55만유로(약 6억7700만원)짜리 호텔을 사들인 점 등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비덱은 독일 법인 '마인제 959'를 사들여 회사 이름을 코레스포츠 인터내셔널로 바꿨다가 다시 비덱으로 변경했다. 마인제 959를 설립한 인물은 '안드레아스 코글린'이라는 독일인으로 직접 사업을 할 목적이 아니라 법인 설립 시간을 줄이기 위한 판매 용도(셸프컴퍼니·shelf company)로 마인제 959를 설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사를 박 변호사가 사들여 코레로 바꿨고, 최씨 측은 작년 11월 5일 코레를 박 변호사로부터 인수했다. 같은 해 10월27일 재단법인 미르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설립 허가를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최씨 일가가 비덱의 주인이 된 것이다.

코레는 최씨 모녀가 지분을 인수한 지 일주일 만인 2015년 11월 12일 비덱 타우누스호텔을 사들이는데, 회사 소재지는 10월 27일에 이미 호텔로 변경해 둔 상태였다. 호텔을 사는 데 필요한 55만유로를 조달하는 데 전혀 걱정이 없었다고 볼 수 있다. 호텔 전 주인은 "55만유로 중 40만 유로는 코레에서, 나머지 15만유로는 최씨 측근이자 비서 역할을 했던 박모씨가 지급했다"고 밝혔다. 이 돈의 출처가 어디인지, 어떤 경로로 독일에 흘러들었는지는 모두 밝혀지지 않았다. 현지에선 "비덱이 최씨가 7억원 넘는 돈을 저장해둔 비자금 창고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코레는 올 2월 비덱으로 이름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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