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백남기와 대통령 노무현이 그리웠던 밤

정철운 기자 입력 2016. 10. 23. 11:3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리뷰]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의 진실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국민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그리고 돌아가신 두 분의 명복을 빕니다. … 공권력은 특수한 권력입니다. 정도를 넘어서 행사되거나 남용될 경우에는 국민들에게 미치는 피해가 매우 치명적이고 심각하기 때문에 공권력의 행사는 어떤 경우에도 냉정하고 침착하게 행사되도록 통제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2005년 12월27일 故노무현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문)

▲ 2005년 시위 진압 중 농민이 사망하자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사과에 나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
2005년 11월15일 농민대회에서 사망한 전용철·홍덕표 농민의 유가족과 국민에게 사과한 노무현 대통령. 그 땐 TV속 대통령의 사과가 당연한 건 줄 알았다. 하지만 정확히 10년 뒤 공권력의 과잉진압으로 반복된 농민 사망 사건에서 우리는 대통령의 사과는커녕 고인의 시신마저 탈취하려는 공권력의 잔인함에 지금도 치를 떨고 있다.

22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의 진실 편은 지상파3사 시사교양프로그램 중 백남기 사건을 최초로 다루며 여론의 관심을 모았다. 이날 방송에선 故 백남기 농민에게 발사한 경찰의 직사 물대포의 실제 위력을 시험하는 모습이 전파를 타며 시청자에게 충격을 안겼다. 직사 물대포는 시위 진압용이 아닌 살인용이었다.

▲ 22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 살수차 9호의 미스터리.
2015년 11월14일 민중총궐기 당일 살수차 9호가 백남기 농민에게 발포했던 물대포의 실제 위력을 알아보기 위해 제작진은 당시 상황과 똑같은 조건에서 실험에 나섰다. 입체 영상 분석을 통해 당시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를 맞던 상황과 일치하는 거리와 각도를 재현했고 당시 살수차 9호와 같은 크기의 노즐, 수압으로 위력을 확인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직사 물대포는 강화유리를 깨부술 정도였다. 경찰 보고서에 따르면 15바(bar) 수압의 물줄기에도 3mm와 5mm 두께의 유리가 깨지지 않은 것으로 나와 있었지만 제작진이 실시한 실험에선 5mm의 강화유리도 불과 수압 7바에서 산산 조각났다. 1.2톤 벽돌더미도 무너졌다. 인명을 살상할 정도가 아니라며 내놓았던 경찰 보고서가 거짓이었던 셈이다.

강신명 전 경찰총장은 직사살수의 경우 수압 15바 정도면 선진국 수압보다 낮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의실험에 참여한 살수차 직원은 수압이 14바라면 “살이 다 찢어져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일규 신경외과 전문의는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직후 찍은 뇌CT를 보며 “달리는 차에 부딪힌 정도”라고 말했다.

▲ 22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화면 갈무리.
‘그것이 알고싶다’ 진행자 김상중씨는 “민주주의사회에서 집회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며 경찰은 집회가 안전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다. 공권력에 의한 희생이 있었다면 누군가는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고 말한 뒤 “지극히 기본적인 것이 이뤄지지 않은 채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고, 너무 먼 길을 돌아오다 한 사람이 안타깝게 죽었다”고 안타까워했다.

백남기 농민은 공권력의 살인적인 살수진압사건 발생 317일 만인 지난 9월25일 사망했다. 그러나 백씨의 주치의 백선하씨가 ‘병사’를 주장하며 경찰은 부검영장집행을 예고하기에 이르렀다. 군사정부시절에나 볼 수 있었던 ‘시신 탈취’가 지금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날 방송은 농민 백남기와 대통령 노무현, 두 사람을 그립게 만들었다.


[미디어오늘 바로가기][미디어오늘 페이스북]
미디어오늘을 지지·격려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Copyrights ⓒ 미디어오늘.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