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클릭] 러시아·헝가리 가면 쉽게 의사 된다? .. "절반이 졸업도 못해"
“한국과 다른 교육과정, 매년 3분의 1 유급”?
‘국시원 인증 실패’라는 변수도 고려해야
“쉽게 의사 자격증 따려는 마음으로 섣불리 유학을 떠났다가는 큰 코 다치기 딱 좋습니다. 졸업률 90%요? 실제로는 절반이상 졸업하기도 힘든 곳이에요.”
헝가리 데브레첸 의대에 재학 중인 A(23)씨의 말이다. 3년 전 국내 의대 입학에 실패한 A씨는 유학원을 통해 해외 의대 입학을 준비했다. 그의 눈길이 향한 곳은 동유럽. 당시 헝가리·러시아·우즈베키스탄 등 동유럽권 의대 입학을 전문으로 하는 유학원들은 미국·독일 등에 비해 입학시험이 난이도가 비교적 낮고, 학비도 연 1000만원대로 저렴하며,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하 국시원) 인증을 받아 졸업 후 국내 의사면허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강조했다.
유학원 측 홍보처럼 입학 자체는 어렵지 않다. 대부분 유학원들이 수강료 1000만~1500만원의 6개월 단기코스를 운영 중이다. 이 과정을 통해 생물학·화학·물리학·영어 기초 실력만 다져도 시험은 쉽게 통과할 수 있다. 문제는 입학한 후부터다. 심화과정으로 진행되는 수업은 벼락치기로 입학시험만 준비한 유학생들에게는 따라가기 버거운 난이도다. 언어장벽으로 일상생활에도 큰 불편함이 따른다. 미래 역시 막막하다. 졸업 후 한국으로 먼저 돌아간 선배들은 ‘국내파’들의 텃새를 하소연하고 유럽에서의 의사활동은 비자, 언어 문제 등으로 쉽지가 않다.
유학원 등 통계에 따르면 헝가리·러시아·우즈베키스탄 등 동유럽 의대에서 공부하는 한국인 유학생 수는 약 400여명에 이른다. 지난해 헝가리 페치의대와 올해 키르키스스탄 국립의대가 국시원 인증을 추가로 받으며 이 숫자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앞서 떠난 유학생들과 전문가들은 장밋빛 꿈만 가지고 무작정 떠났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에서 의사로 일하기 위해 유학을 떠난다면 ‘국시원 인증 실패’라는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 국시원 관계자는 “외국대학은 법적으로 입학 당시 인증 여부가 보호되지 않기 때문에 지금 인증을 통과한 대학이라도 6~7년 후 졸업 시점에는 인증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며 “러시아·키르키스스탄·우즈베키스탄에 위치한 의대는 입학을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키르키스스탄 의대 유학원 측은 “인증과정의 주요 평가 항목 중 하나는 대학 커리큘럼인데 평가 기준이 바뀌더라도 한국 사무소에서 현지 대학에 커리큘럼 신설을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현지 의사면허 취득 여부도 중요한 부분인데 현지 대사관과 유학원의 관계가 돈독하기 때문에 이 부분 역시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덧붙였다.
동유럽 의대를 졸업하고 국시원 인증까지 받았다 하더라도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남았다. 바로 면허시험이다. 외국 의대 졸업생들은 1차 필기와 2차 실기로 이루어진 예비시험 통과 후 마찬가지로 1·2차의 국가 의사면허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국시원 통계에 따르면 2000년부터 지금까지 외국 의대 졸업 후 한국에서 의사 면허를 받은 사람은 59명에 불과하다.
김민관 기자, 오준엽 인턴기자 kim.mink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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